[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주문, 피고인 윤석열을 무기징역에 처한다."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형사합의25부 지귀연 재판장이 주문을 읽었다. 417호 법정은 30년 전 전두환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곳이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443일 만에 내려진 1심 판단이다.
그러나 선고가 내려졌다고 해서 사회적 갈등이 곧바로 수그러든 것은 아니다. 사형이 선고되지 않은 점을 두고 '형이 가볍다'는 비판이 제기되는가 하면, 법과 양심에 따른 판단이 아니라는 정치적 수사(修辭)도 잇따르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판결문에는 내란죄와 관련한 해외 사례도 언급됐다. 아프리카나 남미 등 이른바 개발도상국의 경우, 내란으로 엄중한 사법적 처벌까지 이어진 사례를 문헌상 찾기 쉽지 않다는 취지다. 계엄 시도가 실패하더라도 대통령이 해외로 망명하거나, 수사와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선진국에서는 그러한 극단적 갈등 상황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제도적 설계를 촘촘히 해두는 경우가 많아, 군을 동원해 의회 기능을 정지시키는 사례 자체를 찾기 어렵다고 적시했다. 이번 사태는 계엄이 실제로 선포됐지만 실패로 끝났고, 그 책임이 법정에서 다뤄졌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가 어디쯤 서 있는지를 되묻게 한다.
비상계엄 이후 윤 전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법정에 서기까지도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구속과 구속 취소, 그리고 재구속을 거치는 과정에서 사회적 논란은 반복됐다. 윤 전 대통령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정치적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놨고, 이는 사회적 균열을 더욱 부각시켰다. 다른 한편에선 계엄을 평화적으로 막아낸 시민들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비상계엄 이후 지금까지의 시간은 '다이내믹 코리아'란 수식어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면 이 시간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군·경의 소극적 임무 수행과 더불어, 무장한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서 국회를 지킨 시민들의 용기를 언급했다. 시민의 행동이 헌정 질서를 지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취지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에 나오는 이 문장이 다시 회자된다. 5·18 민주화운동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시민들이 과거의 기억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막아냈다는 점에서, 그 질문은 일정 부분 답을 얻은 셈이다.
이제 남은 질문은 미래다.
12·3 비상계엄을 통해 우리는 미래의 무엇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사법개혁 3법과 검찰개혁 관련 법안 처리를 예고하고 있다.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겪으며 우리는 제도의 한계와 동시에, 그럼에도 이를 막아내고 수사하며 법적 책임을 묻는 사법 시스템의 현주소를 확인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정치적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는 개혁이 아니라, 같은 과거가 반복되지 않도록 촘촘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다. 불과 1년 전의 충격과 갈등을 제도적 성숙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그 답은 결국 충분한 사회적 숙의와 합의의 과정 속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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