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미국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 부과의 위법성을 인정했지만, 국내 산업계에서는 오히려 추가 무역 제재 가능성을 더 우려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무역법 301조(슈퍼 301조)가 발동될 경우 특정 기업이나 분야를 넘어 산업 전반으로 제재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늦출 경우 우리 기업에 더 큰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수출 산업계 대표들과 조찬 간담회를 열고 미국 관세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상훈 국회 대미투자특별위원장을 비롯해 국회 대미투자특별위원회 국민의힘 소속 박수영·박성훈·강명구·박상용 의원 등이 참석했다.
산업계에서는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 성 김 현대자동차그룹 사장, 이항수 현대자동차그룹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특위 소속 의원들은 지난주 미국 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결한 것과 관련해 업계의 우려를 전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회의를 마친 후 "IEEPA만 위법 판결을 받았을 뿐, 나머지 4개 권한은 살아 있다"며 "업계에서는 법 통과를 늦추거나 미루면 더 큰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강하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관세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 5개 중 1개인 IEEPA(국제긴급경제권한법)만 위법 판결을 받았고, 나머지 4개 법안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쿠팡 문제로 301조에 의한 조사가 요청된 상황에서 슈퍼 301조가 발동되면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의원은 "미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트럼프 행정부가 제재 기조를 완화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현지 정가의 분위기"라며 "오히려 추가 조치를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김상훈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 앞서 "미국 대법원에서 상호관세 위법 판결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수출 산업계의 대미 투자 여건 자체는 불확실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122조, 301조, 무역확장법 232조 등을 발동할 태세로 여전히 한국을 포함한 많은 수출국에 어려운 여건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대미특위를 통해 대한민국 경제를 지탱한 수출 산업계가 글로벌 무역 환경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입법 지렛대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주한미국대사를 지낸 성 김 현대차그룹 전략기획담당 사장은 "자동차 산업은 생산, 조세, 수출 등 여러 측면에서 국가 경제에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지난해만 7조2000억원의 관세를 납부했는데, 현재 15%가 25%로 인상된다면 올해 더욱 큰 관세를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 등에 근거한 위법 판결이 나왔지만 232조로 자동차, 철강에 부과된 관세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상호관세가 무효된 만큼 품목별 관세 인상 압박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25%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전기차 전환, 자율주행 가속화 등 산업 전반의 대전환기에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며 "대미 관세 관련 사안을 타개하기 위해 내실 있는 법안 심사가 신속하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슈퍼 301조는 1974년 제정된 미국 무역법 301조를 보다 강하게 운용하는 제도로, 미국이 특정 국가의 무역 관행을 불공정하다고 판단할 경우 우선 협상 대상국으로 지정해 신속하게 조사에 착수하고 보복 관세나 수입 제한 등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통상 압박 수단이다.
일반 301조보다 절차가 단축되고 적용 범위가 광범위해 특정 기업이나 사안을 넘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통상 카드로 평가된다.
슈퍼 301조가 발동되면 15일 내 조사에 착수하게 돼 있으며, 물류나 개인정보 유출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대해 제재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이 부여된다. 업계는 자동차에 이어 바이오와 반도체가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특위는 24일 오전 9시 30분 공청회를 열고 전문가 4명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다른 상임위원회들이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반발해 보이콧하는 가운데, 특위는 공청회까지는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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