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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기본소득으로 세 남매 미술학원 보내요"…첫 지급에 장수군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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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부터 장수·순창·영양군 주민 기본소득 첫 지급
지역사랑상품권 月15만원씩…위장전입 차단 '총력'

[장수=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이거 오늘부터 쓸 수 있는 거 맞죠?"

26일 오전 전북 장수군청 광장. 지역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판매하는 부스가 늘어져 있다. 전날 대설 여파로 아직 찬 기운이 맴돌았지만, 장수 주민들은 패딩 점퍼 지퍼를 올리고 삼삼오오 광장으로 모였다. 기본소득 수급자인 이들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손에 쥔 휴대전화를 들여다봤다.

장수읍에 거주하는 박경희(55) 씨는 이날 농어촌 기본소득으로 장을 봤다. 그는 "자차가 있으니 주유도 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킨도 사면 금방 다 쓸 것 같다"고 했다. 2인 가구인 박경희 씨는 한 달 생필품과 외식비로 50만원가량을 쓴다고 했다. 이번에 받는 기본소득 30만원이 적지 않은 보탬이라고 설명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장수군, 순창군, 영양군 주민을 시작으로 농어촌 기본소득을 지급했다. 시범사업 대상 10개 군은 오늘부터 내일까지 이틀에 걸쳐 지급 대상 주민에게 1인당 15만원을 지급한다. 곡성군은 3월 말 2월분을 포함한 2개월분을 지급한다.

[장수=뉴스핌] 이정아 기자 = 26일 오전 전북 장수군청 광장에서 한 주민이 지역 농산물을 농어촌 기본소득을 통해 구매하고 있다. 2026.02.26 plum@newspim.com

기본소득은 단순 현금 지원과는 성격이 다르다. 인구 감소로 소비가 줄고 상점이 문을 닫으면서 주민이 더 빠져나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지역 순환형 정책이다. 정부는 생활권역별 사용을 유도하고 사용처를 제한해 상권이 특정 지역에 쏠리지 않도록 설계했다. 동네에 새로운 가게가 생기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장수군 계북면에서 하늘꽃펜션을 운영하는 김영섭(51) 씨는 4인 가구다. 그는 "가족 모두 기본소득을 받으면 60만원 정도 된다"며 "가족끼리 식사도 하고, 생활용품이나 생필품 위주로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특히 펜션이 기본소득 사용처로 지정된 점을 강조하며 "기본소득이 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기본소득은 선불카드 형태로 지급돼 지역 내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특정 읍면에서 소비를 유도하는 구조다. 현장에서는 "지역 안에서 돈이 돌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다만 선불카드 특성상 어르신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면 체감도가 낮아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흘러나왔다.

박 씨는 "현금, 지류 상품권이 익숙한 어르신들은 선불카드가 어려워 못 쓰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다"며 "재래시장에서 카드 사용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일부 고령층은 사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신청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6일 장수군, 순창군, 영양군 주민을 시작으로 농어촌 기본소득을 지급했다. 화면은 장수군 지역사랑상품권. [사진=공동취재단]

여기에 사용처가 제한돼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광장에서 만난 한 어르신(80)은 "우리 집은 부탄가스를 사용하는데 상품권으로 살 수 있는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장수읍 주민 최유진(31) 씨도 "주유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월 한도가 5만원인데, 편의점과 농협 사용분까지 합산되다 보니 한도가 조금 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기본소득은 지역 내 상권에 활기를 불러왔다. 장수읍에 있는 어울림 센터에는 푸드코트 3개 업체가 새롭게 입점했다. 푸드 어울림 대표 이난희 씨와 카페 어울림 대표 이정민 씨는 모녀 사이다. 이들은 "기본소득으로 점포 매출이 2배가량 증가했으면 좋겠다"고 희망차게 웃었다.

지역에 없던 상점이 새롭게 생겨난 사례도 있다. 이정민 대표는 "기본소득을 계기로 창업을 준비하는 곳들이 있다"며 "일례로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피자집 그리고 가전제품 판매장도 새롭게 생겼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더벤티 장수읍점은 오는 28일 신규 오픈을 앞두고 있다.

세 남매 자녀를 둔 박해진(41)·김기준(44) 부부는 장수군에서 한우농장과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박해진 씨는 "75만원의 기본소득으로 첫째 아이 미술학원 학원비는 물론 동생들도 예체능 교육을 지원해 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첫째인 김혜정(11) 양은 "아트박스가 생겨서 키티인형과 스티커를 사고 싶다"고 수줍게 말했다.

[장수=뉴스핌] 이정아 기자 = 전북 장수군에서 한우농장과 식당을 운영하는 박해진(41)·김기준(44) 부부. 세 자녀와 함께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2.26 plum@newspim.com

농식품부는 기본소득 부정수급 방지를 위해 새롭게 전입한 인구에 대한 실거주 요건을 면밀히 점검한다. 지방정부와 마련한 실거주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위장전입을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신규 전입자는 신청 이후 90일 이상 실거주가 확인되면 3개월분을 소급 지급한다.

장수군 천천면 오옥마을 이장이자 전국 최연소 이장인 정민수(28) 씨는 "장수군이 기본소득 대상지로 선정된 이후 이웃분들의 형제들이나 주변에서 전입을 희망하는 이들이 많다"면서 "조사단이 위장전입 차단을 위해 실거주를 매번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수군 인구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되기 전(2만445명)보다 570명 늘어난 2만1015명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기본소득 가맹점도 676곳에서 726곳으로 50곳 늘었다.

지난달 31일 기준 30일 거주 요건을 충족한 2만922명 중 1만8929명이 농어촌 기본소득을 신청(90.5%)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장수군을 찾은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어촌 기본소득은 국토가 균형 발전하게 하고 사람이 머물 수 있는 농어촌을 만들기 위한 정책 실험"이라며 "소멸 위기의 지역이 다시 활력을 되찾고 도약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6일 전북 장수를 방문하고 농어촌 기본소득 첫 지급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2026.02.26 plu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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