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재작년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둔덕 구조물이 공사비 절감을 위해 면밀한 검토 없이 설치됐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10일 '항공안전 취약분야 관리실태' 주요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 등은 무안공항을 포함한 일부 공항에서 로컬라이저(LLZ·방위각시설) 기초구조물을 규정에 맞지 않게 설치·운영했고, 사고 이후 추진된 개선 과정에서도 기준에 미달하는 구조를 다시 적용하려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 위 설치…"공사비 절감이 원인"
로컬라이저는 전파 방해를 막기 위해 활주로 최상단부보다 높아야 한다. 하지만 국토부는 공사비 절감을 위해 당초 지형에 가깝게 활주로 종단 경사를 허용했고, 이 과정에서 생긴 높이 차이를 둔덕 등 기초구조물로 맞추는 방식이 사용됐다.
그 결과 무안공항 로컬라이저는 높이 2.4m의 콘크리트 둔덕 위에 설치됐고, 제주공항 등 다른 공항에서도 콘크리트 기초구조물 위 설치 사례가 확인됐다.
감사원은 무안을 포함한 8개 공항 14개 로컬라이저가 이처럼 부러지기 어려운 구조로 설치됐는데도, 국토부가 개항 이후 최대 22년간 공항운영증명과 정기검사 과정에서 취약성이 확보됐다고 잘못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또 9개 공항 16개 활주로에서는 종단안전구역을 로컬라이저까지 연장하지 않거나 오히려 단축하는 등 형식적인 조치만 취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개량사업서도 취약성 검토 빠져…콘크리트 보강까지 승인
감사원은 공항공사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추진한 항행안전시설 현대화사업 과정에서도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기초구조물의 취약성을 제대로 개선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설계 단계에서는 취약성 확보 방안을 검토하도록 해놓고도 이를 반영하지 않은 설계 성과품을 그대로 준공 처리했고, 시공 단계에서는 시공 편의를 이유로 주변 외벽을 추가 보강해달라는 업체 요청을 별다른 검토 없이 승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이 같은 설계·시공으로 무안공항 로컬라이저가 개량 이후에도 취약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운영됐다고 봤다.
국토부가 무안 사고 이후 발표한 '항공안전 혁신방안' 역시 일부 공항에 경량철골 구조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추진됐지만, 이 또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기준에 미달한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조류충돌 위험평가도 허술…무안 가창오리 3만5000마리 관리대상서 제외
무안공항의 조류충돌 위험관리도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ICAO는 조류충돌 위험평가 때 조류 크기와 군집도, 관측 일수을 감안하되 잠재적인 조류충돌 발생 가능성도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항운영자들은 공항 내부에서 포획·분산했거나 실제 항공기와 충돌한 조류만 위험평가에 반영했다.
즉 공항 주변 상공을 높고 빠르게 이동하는 철새와 대규모 새 떼는 사실상 평가에서 빠졌다.
특히 무안공항의 경우 환경영향평가에서 가창오리 3만5000마리가 확인됐지만 공항 내 포획·분산이나 충돌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위험도 '0'으로 산정해 관리대상에서 빠졌다. 하지만 감사원이 최근 4년 자료를 토대로 재평가한 결과, 가창오리 등 27종이 항공기와 충돌 가능성이 높은 조류로 분석됐다.
무안공항을 포함한 14개 공항은 조류활동 정보를 3~10년간 현행화하지 않은 채 항공정보간행물(AIP)에 수록해 조종사에게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 국토부·공항공사에 시설 개선 요구…관련자 징계도
감사원은 국토부 장관에게 무안을 포함한 9개 공항의 종단안전구역을 로컬라이저까지 연장하는 등 안전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무안공항 개량사업의 실시 계획 검토·승인과 준공 확인 전 사용 허가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담당자 3명에 대해서는 징계를 요구했다.
공항공사에는 무안을 포함한 8개 공항 14개 로컬라이저 기초 구조물을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개선하고 무안공항 계기착륙시설의 설계·시공·감리업체에 대해 국가계약법에 따른 적정 조치를 하라고 통보했다.
공사 직원 2명에 대한 문책과 3명에 대한 주의도 함께 요구했다.
hyun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