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인태연 이사장 취임 100일을 맞아 소상공인을 단순 지원대상이 아닌 지역사회의 핵심 경제·문화 주체로 재정립하는 '가치동행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다.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과 상권 활성화, 포용금융 확대 등을 통해 민생경제 회복과 소상공인 생태계 혁신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인 이사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소상공인 가치동행 프로젝트'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 소상공인, 지원대상 아닌 가치 주체"…6대 과제 본격화
이번 프로젝트에는 소상공인을 지역사회를 지탱하는 '가치의 주체'로 보고, 기관 혁신과 주요 사업 전반에 이를 반영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담았다. 소진공은 인 이사장 취임 이후 '소상공인의 가치 소진공이 같이 만듭니다'라는 신규 슬로건을 도입하고, 소상공인의 경제·사회·문화적 가치를 체계적으로 발굴·확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소진공은 소상공인의 경제적 기여도를 계량화하기 위해 '소상공인 총생산지표(S-GDP)' 구축에 나선다. 소상공인이 일정 기간 동안 창출하는 총부가가치와 함께 지역 공동체 유지, 골목 안전망, 지역 문화자산 보존 등 생태적 기여를 함께 반영하는 지표를 마련할 계획이다. 소상공인의 가치를 정량화해 정책 설계와 예산 논의에 활용할 수 있는 기초를 다지겠다는 의지다.
올해 소진공이 추진하는 6대 중점 사업추진과제는 ▲문화·관광 연계 상권 활성화 ▲로컬 창업 및 글로벌 진출 지원 ▲금융 사각지대 해소와 포용금융 ▲경영 위기 소상공인 재도전 지원 ▲AI·디지털 경쟁력 강화 ▲맞춤형 정책서비스 제공이다. 상권·금융·재도전·AI·데이터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소상공인의 생애주기 전반을 지원하는 종합 패키지로 설계했다는 평가다.
상권 활성화 분야에서는 글로컬상권 6곳, 로컬거점상권 10곳, 유망골목상권 50곳을 선정해 지역 문화·관광자원과 연계한 특화 상권 조성에 나선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은 올해 5조5000억원 발행을 목표로 하고, 평시 7%이던 디지털 상품권 할인율을 명절·동행축제 등 특수기간에는 10%까지 높여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한다. 전통시장 화재 대응 시스템 고도화, 가격·품질 정보 공개 확대 등을 통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동네상권 환경도 함께 만들 계획이다.
창업·스케일업 지원 측면에서는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를 통해 올해 3000개 로컬 창업가를 발굴한다. 이어 강한소상공인 육성사업과 립스(LIPS) 프로그램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소상공인을 선별해 자금·멘토링·사업화 지원을 패키지로 제공한다. 수출 유망 소상공인 100개사를 선정해 최대 1억원 규모 사업화 자금과 수출특화 교육·판로 지원 등을 묶어 지원하는 등 'K-소상공인'의 글로벌 진출도 적극 돕는다.
금융 부문에선 포용금융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소진공은 중·저신용자 전용 '신용취약자금' 공급 규모를 올해 6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카드매출·공공요금 납부내역 등 비금융 정보를 활용하는 대안평가모형을 도입해 금융 사각지대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비수도권 소재 소상공인에 우대금리를 적용해 지역 간 금융격차 완화에도 힘을 싣는다. 아울러 정책자금 브로커를 차단하기 위한 전담 신고센터를 운영해 공정한 금융지원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경영 위기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안전망도 한층 강화한다. 연매출 1억400만원 미만 소상공인 230만명을 대상으로 최대 25만원을 지원하는 '경영안정바우처'를 도입해 전기·수도·가스 요금, 4대 보험료, 차량 연료비, 전통시장 화재공제료 등 고정비 부담을 줄여준다. 점포철거비 지원 한도는 기존 최대 4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상향하고, 회생법원 내 소상공인 전용 개인회생·파산 '패스트트랙'을 확대해 보다 신속한 재기 지원도 뒷받침한다.
AI·디지털 전환은 교육·멘토링과 스마트 기술 보급을 중심으로 추진한다. 소진공은 온라인 교육과 AI 상생협업 교육 등을 통해 올해 7만5000명을 지원하고, 멘토링 2000개사·사업화 지원 687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스마트미러·서빙로봇·매출분석 소프트웨어 등 스마트 기술 1만6000개를 사업장에 제공해 인력·시간이 부족한 점포의 경영 효율을 높이고, 디지털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데이터·플랫폼 기반 맞춤형 서비스 확대도 '가치동행' 프로젝트의 중요한 축으로 세웠다. 소진공은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365'와 통합 정책 플랫폼 '소상공인24'를 고도화해 AI 기반 정책 추천과 경영진단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상공인365를 통해 정책·법률·상권 정보와 경영 컨설팅을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소상공인24에서는 매출·지원이력·업종·지역 등을 분석해 각 점포에 적합한 지원사업과 금융상품을 자동으로 안내하는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인 이사장은 "소상공인은 가게를 운영하는 경제주체이면서 우리 사회의 골목을 밝히고 지역공동체를 지켜내는 소중한 존재"라며 "소상공인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 곧 민생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는 생각으로 현장에서 답을 찾고, 정책의 성과로 증명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공실·젠트리피케이션 정조준…"도시 핵심 공간으로 접근"
이날 인 이사장은 최근 심화하는 지역 상권 공실 문제와 관련해 "공실 문제는 혁명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다. 상권을 단순한 점포 집합이 아니라 도시의 핵심 생활공간으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며 "장사가 안 돼 공실이 생긴 공간에 같은 방식으로 점포만 다시 채워 넣어서는 해결이 안 된다. 공공시설이나 생활문화 공간 등 다양한 기능을 담는 방향으로 상권 구조 자체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한국부동산원·지역상권학회와 체결한 업무협약(MOU)을 언급하며 "부동산원은 전국 부동산 데이터를, 지역상권협회는 상권 연구 역량을, 소진공은 정책 집행과 현장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며 "이번 MOU는 데이터·정책·학술 세 영역이 결합해 공실과 상권 문제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첫 시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협약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으면 다른 기관과의 협력도 넓혀 상권 문제를 집중 논의하고 해법을 만드는 논의 구조를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상가 임대료와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인 이사장은 상가임대차보호법의 '환산보증금' 제도를 거론하며 "보호 대상에서 벗어난 상가에서는 임대료를 사실상 마음대로 올릴 수 있는 구조가 남아 있다"며 "환산보증금 기준을 손봐야 한다는 요구를 해왔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숙제"라고 말했다. 또 "국가와 지자체가 상권을 살려놓으면 자본이 들어와 임대료가 급등하는 젠트리피케이션도 큰 고민"이라며 "프랑스처럼 공공이 빈 점포를 매입해 개발·재임대하면서 가격 상승을 완화하는 모델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인 이사장은 소진공이 보유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적정 임대료'를 제시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그는 "내부 빅데이터실에 특정 지역 상권의 적정 임대료를 계산해보라고 하니 수치가 나오긴 나온다"며 "강제할 수 있는 성격은 아니지만,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이 '이 상권에서 이 정도 임대료면 감당 가능한지'를 미리 가늠해볼 수 있도록 참고 자료를 제공하는 수준은 고민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 행보에 대해서는 "우리 업무가 아니라고 선을 긋지 말고, 관련 기관이나 지자체와 연결해서라도 최대한 해결 방안을 찾으라고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민원을 들을 때는 해당 지자체 담당자를 꼭 함께 자리하게 한다. 지자체가 움직이면 금세 풀릴 일들이 방치되는 경우가 있어, 연결과 조정만으로도 해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했다. 취임 후 전국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돌며 간담회를 진행한 것도 이런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내부 직원 처우 문제에 관해서는 "소진공 직원들은 코로나 시기 현장에서 가장 힘든 역할을 맡았다"며 "최근 재정당국 인사들을 여러 차례 만나 소진공 직원들이 하는 일에 비해 보수가 너무 낮다는 점을 설명하고 처우 개선 필요성을 전달했다. 직원들이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고, 성과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다.
소상공인 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365'와 관련해서는 민간 플랫폼과의 경쟁보다 협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인 이사장은 "민간 플랫폼과 기능이 겹친다는 지적도 있지만, 민간과 경쟁하기보다 데이터 공유·연계 중심으로 역할을 나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소진공은 소상공인들의 동의를 얻어 실시간에 가까운 매출·상권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 추천과 경영 분석 기능을 한층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새벽배송 규제 논란과 관련해서는 "단순히 특정 기업의 독과점 문제를 넘어, 대기업 새벽배송을 무분별하게 풀어주면 시장 전체를 전쟁터로 만들 수 있다"며 "영향을 받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듣고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소진공이 별도의 협의체를 만들기보다는 현장의 목소리와 우려를 전달하는 역할에 집중하겠다"며 "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이해당사자와 전문가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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