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스핌] 남정훈 기자 = 남북 대결이라는 특수한 관심 속에서 치러진 수원FC 위민의 아시아 무대 도전은 끝내 결승 문턱에서 멈춰 섰다. 경기 후 박길영 수원FC 위민 감독도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박길영 감독이 이끄는 수원FC 위민은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내고향여자축구단(북한)과의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전에서 1-2로 역전패했다. 이로써 한국 여자 클럽팀 최초의 결승 진출 도전은 4강에서 막을 내렸다.
수원FC 위민은 경기 초반부터 예상 외로 흐름을 완전히 장악했다. 지소연을 중심으로 한 중원 압박과 빠른 패스 플레이가 살아났고,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내고향의 수비를 흔들었다.
전반 21분에는 윤수정의 크로스를 하루히 스즈키가 다이빙 헤더로 연결했지만 골대를 강타했다. 이어 전반 30분에는 밀레니냐의 오른발 슈팅마저 골대를 맞고 나왔다. 수원FC 위민은 전반에만 10개의 슈팅을 기록하며 몰아쳤지만 끝내 선제골을 만들지 못했다.
반면 내고향은 전반 단 한 차례의 슈팅만 기록할 정도로 고전했다. 전반 초반 김경영이 골망을 흔들었으나,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득점은 인정되지 않았다.
계속 두드리던 수원FC 위민은 후반 4분 마침내 균형을 깼다. 상대 수비가 원바운드 처리에 머뭇거린 사이 하루히가 재빨리 쇄도해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경기 흐름상 승리에 가까워지는 듯했다.
하지만 내고향은 강했다. 실점 이후 공격적으로 전환한 내고향은 후반 10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동점골을 만들었다. 리유정의 프리킥을 최금옥이 머리로 방향만 바꾸며 골문을 열었다.
이후 분위기는 급격히 내고향 쪽으로 넘어갔다. 수원FC 위민은 후반 들어 상대의 강한 몸싸움과 제공권 싸움에 흔들렸다. 결국 후반 22분 혼전 상황에서 밀레니냐의 걷어내기가 높이 뜨자 김경영이 몸을 날려 헤더로 마무리하며 역전골을 터뜨렸다.
수원FC 위민에도 마지막 기회는 있었다. 후반 30분 전민지가 박예경의 태클에 걸려 넘어졌고, 주심은 비다오판독(VAR) 끝에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하지만 키커로 나선 지소연의 오른발 슈팅은 골문 왼쪽으로 벗어났다. 동점 기회를 놓친 수원FC 위민은 이후 공격 숫자를 늘리며 끝까지 몰아쳤지만 끝내 내고향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박길영 감독은 무거운 표정이었다. 첫 마디부터 울먹였다. 박 감독은 "궂은 날씨에도 응원해주신 팬들께 죄송하다"라며 "많은 취재진에도 감사하다. 결과는 아쉽지만 선수들은 정말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에 대한 미안함도 감추지 못했다. 박 감독은 "선수들은 한 번이라도 더 뛰겠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라며 "세컨드 볼과 압박을 계속 강조했는데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다. 대견하다"라고 돌아봤다.
특히 경기 외적인 분위기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번 경기는 단순한 클럽 대항전을 넘어 남북 맞대결이라는 상징성 속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정작 홈팀인 수원FC 위민은 '안방 이점'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통일부 지원으로 구성된 약 3000명 규모의 공동응원단은 경기 내내 내고향의 공격 상황에서 더 큰 환호를 보냈고, 수원FC 위민의 선제골 장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지소연이 페널티킥을 실축했을 때도 일부 관중석에서 함성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우리는 대한민국 축구팀 수원FC 위민"이라고 운을 뗀 뒤 잠시 말을 멈췄다. 이어 "경기 내내 여러 가지로 속상하기도 했다. 마음이 좀 그랬다"라고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그럼에도 박 감독이 가장 강조한 건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이었다. 그는 "여자축구 발전과 관심을 위해 오늘 승리가 꼭 필요했다고 생각했다"라며 "여전히 환경은 많이 열악하다. 이렇게 많은 관중과 취재진 앞에서 경기한 것도 처음이라 설레고 반갑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은 정말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뛰었다"라며 "오늘(20일)을 계기로 더 많은 분들이 운동장을 찾아와 주셨으면 좋겠다. 여자축구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거듭 호소했다.
실축 후 눈물을 보인 지소연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박 감독은 "페널티킥을 차라고 한 건 나"라며 "책임은 감독인 내게 있다. 지소연에게도 고개 숙이지 말라고 이야기했다"라고 감쌌다.
기자회견이 끝나려던 순간, 박 감독은 다시 스스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지난해 예선부터 여기까지 오는 동안 구단 관계자들과 선수들 모두 정말 고생했다"라며 "팬들에게 결과까지 가져왔어야 했는데 죄송하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마지막까지 박 감독의 입에서 나온 말 역시 같았다.
"여자축구에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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