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오종원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밀가루 담합 사건과 관련해 제분사 7곳에 담합 이전 경쟁 수준으로 가격을 다시 정하도록 하는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전분당 담합 사건도 오는 7월 초까지 심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21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열린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에서 이 같은 내용의 '밀가루 담합 조사결과 및 대응방안'을 보고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공정위는 태스크포스 불공정거래 점검팀 주무 부처로서 민생 물가와 중동전쟁에 엄중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특별관리 품목으로 지정된 계란·밀가루 담합 건 심의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한제분, 씨제이제일제당, 사조동아원,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등 7개 제분사는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주요 수요처인 농심 등에 공급하는 밀가루 전용분의 가격·물량과 일반 기업 간 거래용 표준 제품 공급가격 등을 합의했다.
공정위는 제분 시장이 원재료 공동 수입 등으로 비용 구조가 유사하고 제품 간 변별성이 낮아 공급가격이 핵심 경쟁 요소로 작용한다고 봤다. 이 같은 구조가 업계 차원의 담합 유인을 키운 것으로 판단했다.
담합 기간 제분사 7곳의 평균 공급가격은 크게 올랐다. 중력분 기준 평균 공급가격은 2019년 12월 1kg당 507원에서 2022년 9월 820원으로 61.6% 상승했다.
공정위는 지난 19일 심의를 마치고 제분사 7곳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6710억원을 부과했다. 이는 담합 사건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공정위는 지난 1월 검찰 요청에 따라 7개 법인과 임직원 14명에 대한 고발 조치도 이미 마쳤다.
업체별 과징금은 사조동아원 1831억원, 대한제분 1793억원, 씨제이제일제당 1317억원, 삼양사 948억원, 대선제분 384억원, 한탑 243억원, 삼화제분 194억원이다.
주 위원장은 "밀가루는 쌀과 함께 대표적인 주식으로서 국민 식탁과 가공식품 생산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정부는 할당관세, 가격 안정 보조금 등을 비롯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제분 업계가 민생 안정에 동참하기는커녕 담합으로 부당이득을 추구해 국민 신뢰를 저버렸기에 역대급 과징금으로 엄정 제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담합 효과 제거를 위해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을 부과했다. 이는 담합 전 경쟁을 회복하는 수준으로 가격을 다시 결정하고 공정위 협의를 거쳐 3개월 안에 보고하도록 하는 조치다. 반복 담합 근절을 위한 담합 가담자 징계 규정 신설·보고 명령도 함께 내려졌다.
공정위는 앞으로 재결정 가격과 산출 근거를 검토하고 담합 징계 규정 신설 여부를 확인하는 등 이행 관리를 이어갈 방침이다.
공정위는 이번 밀가루 담합을 높은 가공식품 물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판단했다. 조사와 심의 과정에서 제분 업계가 스스로 밀가루 출고가를 최대 8.2% 인하했고 빵과 라면, 과자 등 가공식품 가격 인하로도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밀가루 업계 출고가는 최대 8.2% 인하됐다. 이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빵 가격은 최대 6%, 과자는 최대 6.7%, 라면은 최대 14.6% 낮아졌다.
주 위원장은 "늦게나마 공정위 조사 및 심의 과정에서 제분 업계 스스로 밀가루 가격을 최대 8.2% 인하했고, 지난 3월 공정위와 농식품부 등 관계 부처의 노력으로 빵, 라면, 과자 등 가공식품 가격 인하 확산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정위는 계란 담합 사건에 대한 심의 결과도 함께 보고했다. 공정위는 지난 8일 대한산란계협회가 농가 권익 보호를 구실로 계란 산지 거래 기준가격을 인위적으로 높게 결정하고 이를 농가가 따르도록 유도한 행위에 대해 과징금 약 6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주 위원장은 이 같은 담합이 소비자 가격 인상은 신속하게, 인하는 더디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도 정책 지원 배제와 협회 설립 허가 취소, 계란 산지가격 검증·발표 체계 마련 등 유통구조 개선과 관리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공정위는 중동전쟁에 따른 공급망 불안에도 대응하고 있다. 최근 나프타 수급 불안을 틈탄 담합 혐의가 의심되는 피브이시(PVC) 및 가소제 관련 4개 제조·판매사에 대해 현장조사를 진행했으며, 보완조사를 거쳐 법 위반이 확인되면 엄정 제재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전분당 담합 사건에 대한 심의도 신속히 진행한다. 공정위는 전분당 담합 혐의를 받는 4개사에 대한 심의를 오는 7월 초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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