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예고 전날 밤 극적으로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100조원대 손실'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막았다는 평가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달 초 전면 파업을 벌인 데 이어 카카오, LG유플러스 등도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반도체와 정보기술(IT), 통신업계에 이어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가 주축인 자동차와 조선, 철강업계도 파업 등 하투(夏鬪) 분위기를 키우고 있다. 재계에선 노란봉투법 시행과 함께 파업 일상화와 대외 신인도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반도체업계 '성과급 배분 요구'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업계의 성과급 배분 요구가 자동차, 철강, 조선업계 등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과거 노사 임금협상이 기본급 인상과 복지 확대 등이었다면 이제는 '영업이익 배분'이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6일 울산공장에서 올해 임금협상 상견례를 열고 본격 교섭에 들어갔다. 노조는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함께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인공지능(AI) 관련 고용 및 노동조건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도 올해 임단협 첫 상견례에서 성과급 150% 인상을 요구한 상태다. 기아 노조 역시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포스코 노조도 협력사 직원 7000명 직고용 문제와 임금체계 개편을 놓고 중노위 조정을 신청하면서 창사 이후 첫 파업 가능성이 거론된다.
자동차, 철강업계에 이어 슈퍼 사이클에 올라탄 조선업계도 성과급 배분과 함께 강도높은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단체교섭 요구안에 '영업이익 최소 30% 성과 공유'를 주장하고 나섰다.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상여금 100% 인상도 담겼다. 한화오션 노조도 향후 제출할 요구안에 성과급 지급 방식을 개선하는 내용을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 노조는 영업이익의 30%,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20%, 카카오 노조는 13~15%를 성과급으로 배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 "노란봉투법 시행에 파업 분위기 확산"
재계에선 이같은 노조의 파업 등 강도높은 하투 예고가 지난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영향으로 보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원청 기업의 사용자 범위를 넓히고 노동 쟁의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청 종속형 하청업체뿐 아니라 급식업체 등 사외 하청 노조까지 교섭 참여를 요구해 회사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현대차그룹이 원청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7월 총파업에 돌입해 '현대차 본사 타격 투쟁'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SK하이닉스의 물류 하청 업체이자 금속노조 소속인 피앤에스로지스 노조는 원청인 SK하이닉스가 성과급·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자 지난주 법적 대응을 위한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실적이 좋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성과급 갈등이 실적이 좋지 않은 다른 업계로까지 번지고 있다"며 "과거처럼 단순 임금 인상이나 복지확대가 아닌 협력사 직고용, AI 도입에 따른 고용 불안 등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노사 갈등이 점점 확산하는 분위기로 한국 경제 성장률과 대외 신인도 하락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불법파업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점도 노조의 강경 투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노란봉투법은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까지 노동쟁의 범위에 포함되면서 경영 판단 영역까지 파업 대상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사용자의 교섭 의무와 책임 범위가 확대됐고, '경영상 판단'까지 노사 협상 대상이 되며 파업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노사 갈등이 점점 심해지며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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