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HD현대중공업이 사내 하청업체 노동조합에 대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21일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이날 오후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단체교섭 청구 소송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사측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하청노조는 원청인 HD현대중공업이 하청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다며 2016년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HD현대중공업이 응하지 않자 2017년 1월 원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의 쟁점은 원청회사가 사내 하청노조에 대해 노조 활동, 산업안전, 고용보장 등에 관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지다.
1·2심은 HD현대중공업과 하청노조 근로자들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봐 사측에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개정 이전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이 사건에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관한 종전 법리는 타당하므로 유지돼야 한다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구 노조법의 문언상으로는 노조법에서 규정한 모든 '사용자' 개념에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청회사가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노동조합에 대해 지배·개입하지 않을 의무 등 소극적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단체협약의 체결을 위해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해석하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노조법 제90조는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람을 형사처벌하도록 정하고 있고,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 구성요건에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일 것'이 포함되므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의 개념과 관련해 구 노조법 제2조를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또한 "최근 노조법의 개정 내용과 경위를 보더라도, 개정이유에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에 포함해 노동3권이 실효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한다'고 돼 있으므로, 입법자는 대법원의 종전 법리를 존중하는 전제에서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기 위해 제2조 제2호 후문을 추가하는 내용으로 입법적 결단을 해 법을 개정한 것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법원은 위와 같은 입법적 결단과 경과규정을 두지 않은 입법자의 의사를 존중해 향후 개정 노조법이 적용되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노동3권의 실효적 보장이라는 입법목적에 맞게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의 개념을 해석하면 충분하다"고 설시했다.
다만, 이흥구·오경미·신숙희·마용주 대법관은 이 같은 다수 판단에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이들은 "사업을 도급 등에 의하여 행하는 자가 자신의 사업장 안에서 근로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제공하는 수급인의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그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급근로자의 노동조합에 대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구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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