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아버지의 집 현관문 앞에 치사량 이상의 메탄올이 든 소주병을 두고 떠난 경우라도, 피해자와 직접 대면하지 않았다면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협박'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 특수존속협박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2024년 3월 11일부터 19일까지 총 5회에 걸쳐 아버지인 피해자(52)의 집 현관문 앞에 치사량에 달하는 메탄올이 담긴 빈 소주병을 가져다 놓아 위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소주병 안에는 함량 79.9%에 달하는 메탄올이 들어있었으며, 병 겉면에는 이미 사망한 할머니(피해자의 어머니) 명의로 작성된 "OO(피해자 이름)아. 빨리 보고 싶다.. -엄마가-"라는 메모가 붙어 있었다.
1심은 A씨의 특수존속협박을 포함한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판단했다. 2심 역시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의 보복협박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고 협박의 고의도 인정된다"며 유죄로 본 원심 판결을 유지했지만, '특수존속협박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협박했다고 하려면, 적어도 범행 현장에서 해당 물건을 사실상 지배하며 언제든지 이를 사용해 고지한 해악의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음이 인정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A씨는 피해자 모르게 메탄올 소주병을 놓아둔 뒤 범행 현장을 떠났고, 피해자가 이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현장에 없었다"며 "소주병에 붙은 메모의 내용 등을 볼 때 피해자가 이를 마시려 하지도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소주병은 협박의 내용을 전달하는 '매개물'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A씨가 메탄올의 위험성을 그대로 사용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소주병을 사실상 지배한 상태에서 협박을 가한 것이 아니므로, 법리적으로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협박한 경우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원심은 위험한 물건의 '휴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친 잘못이 있다"며 특수존속협박 혐의 부분을 다시 판단하도록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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