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제일건설이 금융당국의 높은 심사 문턱을 넘고 현대자산운용 인수에 성공하면서 향후 사업 시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인수는 경영난에 빠진 무궁화신탁이 알짜 자회사를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가운데 성사됐다. 업계에서는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제일건설이 자산운용사를 통해 신규 자금 조달 및 금융 네트워크 확대 기반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오너가 가족회사 앞세운 '우회로 전략' 성공
27일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무궁화신탁은 최근 보유 중인 현대자산운용 지분 60%(390만6006주)를 제이제이건설에 양도했다. 제일건설 계열사인 제이제이건설의 현대자산운용 인수 배경을 두고 대주주 적격 승인 심사에 통과하기 위해 우회로를 선택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주목할 점은 이번 현대자산운용 인수의 실질적인 주체가 제일건설 본체가 아닌 계열사 제이제이건설이라는 점이다. 제이제이건설은 제일건설 총수 일가가 지분 상당수를 장악하고 있는 전형적인 오너가 100% 가족 기업이다. 건설업계와 금융권에서는 제일건설이 직접 인수에 나서지 않고 제이제이건설을 내세운 것을 두고, 금융당국의 깐깐한 심사를 우회하기 위한 잔략으로 풀이된다.
만약 부실 뇌관이 집중된 제일건설이 직접 금융사 인수에 뛰어들었다면,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가 금융사로 전이될 것을 우려한 금융당국의 엄격한 재무 건전성 및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제일건설은 서류상 본체와 재무적 거리가 있는 제이제이건설을 인수 주체로 내세워 심사 허들을 대폭 낮추는 방식을 택했다. 제이제이건설이 과거 공공택지 낙찰을 싹쓸이하기 위한 '벌떼입찰' 등 편법 행위로 공정위의 철퇴를 맞은 이력이 있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간섭을 피하기 위한 탈출 창구로 택한 것이다.
◆ 6.5조 자산운용사 품은 진짜 이유…핵심 현장 유동성 방패
제일건설이 이번 인수전에 뛰어든 배경에는 중장기적인 성장동력 확보에 대한 고민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우발채무 부담은 제일건설이 안고 있는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이 회사가 타인 및 특수관계자에게 제공한 지급보증 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3조5776억원으로, 자기자본(1조5513억원)의 2.3배 수준에 달한다. 다만 회사 측은 지급보증이 이뤄진 사업장의 분양 성과가 전반적으로 양호해 자금 회수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계열사인 동탄문화복합개발의 재무 부담도 적지 않다. 해당 회사는 사업보고서 기준 지난해 102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부채 규모는 623억원에 달한다. 상업시설 분양 부진이 이어지면서 자금 부담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광주와 전북 등 지방 사업장의 업황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 리스크도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지난 3월 말 기준 현대자산운용의 운용 펀드 설정 규모는 6조5366억원에 달하며, 이 중 펀드에 편입된 국내 실물 부동산 자산 총액은 6869억원 규모를 차지한다. 제일건설 입장에서는 자사 현장에 펀드 자금을 직간접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매력적인 창구를 확보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사금고 논란이 일었다. 당초 대주주 적격 심사에서 해당 문제가 거론되며 당국의 문턱을 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결국 제일건설 컨소시엄의 손을 들어주는 심사 강행을 택했다.
특히 컨소시엄에 제2주주로 참여한 OK로지웰의 자격 요건은 도마 위에 올랐다. OK로지웰은 대주주가 대부업체를 직접 운영하고 있어 통상적으로 금융사 인수합병 심사에서 이는 치명적인 결격 사유로 작용한다. 당국 역시 대부업체의 제도권 금융사 인수에 부정적인 기조를 유지해왔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해당 대부업체의 등록 유효기간이 올해 4월 종료된다는 명분을 앞세워 대주주 적격성 승인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시장 일각에서는 당국이 신탁사 부실로부터 발생하는 도미노 현상을 막기 위해 성급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를 내린다. 매각 주체인 무궁화신탁의 재무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되자, 사태가 시장 전반으로 번지기 전에 어떻게든 신속하게 매각을 마무리 짓는 데 그쳤다는 평가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대자산운용의 인수로 제일건설 입장에서는 현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수단이 하나 더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도 "사금고 논란 등이 대내외적으로 제기됐음에도 금융당국이 이를 승인한 것은 석연치 않은 조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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