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농업 현장의 사망사고 비율이 전체 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고령화와 기계화 확산으로 위험이 커진 농업 현장의 안전관리를 강화해 오는 2030년까지 농업 분야 사망·부상자를 25% 줄이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는 5일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농림분야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는 농업 분야 사망만인율을 2024년 2.99%에서 2030년 2.20%로, 부상자율을 5.13%에서 3.85%로 낮추겠다는 목표가 담겼다. 이에 따라 사망자는 297명에서 220명으로, 부상자는 5만852명에서 3만8152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농업 분야 안전재해 사망비율은 2.99%로, 전체 산업 평균인 0.98%의 약 3배에 달했다. 주요 사망 원인은 농기계 사고가 174명으로 전체의 59%를 차지했고 낙상이 55명(20%)으로 뒤를 이었다. 농기계 사고는 경운기(74명), 트랙터(20명), 콤바인(3명) 순으로 많았다.
농가 고령화와 기계화율 상승도 사고 위험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60대 이상 농업 취업자 비중은 2020년 70.0%에서 2024년 75.5%로 높아졌고, 논 기계화율은 99.7%, 밭은 67.0%에 달했다. 정부는 고령 농업인이 노후 농기계를 사용하는 구조에서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선제적 안전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우선 정부는 사망 원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농기계 안전성을 높이기로 했다. 보행형 경운기를 핸들형 경운기로 개조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노후 경운기 폐차 지원도 검토한다. 트랙터와 운반차 등 승용형 농기계에는 운전자 보호구조물 설치 의무 대상을 확대하고,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동을 걸면 90초 동안 경보음이 울리는 장치 설치를 의무화한다.
영농부산물 파쇄기에는 신체 접촉이나 인체를 감지하는 자동 안전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고, 농업인이 직접 파쇄 작업을 하지 않도록 전문가 공동 파쇄 지원과 폐기물 수거 지원을 확대한다. 농기계 판매·유통 단계에서의 검정 대상도 올해 12기종· 299모델에서 내년 14기종·350모델로 늘리고, 농기계 임대사업소뿐 아니라 일반 농업인까지 사후조사 대상을 넓혀 현장 안전실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축사와 저수지 등 농업시설 안전관리도 강화한다. 정부는 돈사 환기팬과 송기마스크, 펌프 교체용 도르래, 우사 채광창 덮개, 안전고리 등 안전장비 설치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 축사시설 현대화 자금으로 안전시설·장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사업 지침을 손질한다. 소규모 축사 지붕공사는 앞으로 건설업 등록을 한 전문업체만 수행할 수 있도록 법령을 고쳐, 비전문 인력이 안전장비 없이 작업하다 추락하는 사고를 막는다는 계획이다.
슬러리피트와 분뇨처리장, 집수조 등 고위험 시설은 정기점검 항목에 안전규정 준수 여부를 포함해 의무적으로 안전시설과 장비 상태를 점검하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한다. 저수지와 용·배수로에는 안전난간 등 보호시설을 단계적으로 확충하고, 그동안 정밀안전진단 대상에서 빠져 있던 소규모 저수지도 긴급 점검 체계에 포함해 붕괴 위험을 상시 관리하기로 했다.
고령농과 여성농, 외국인 근로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대책도 추진한다. 고령농을 대상으로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현장 밀착형 관리체계를 갖추고, 농촌지역 왕진버스 사업 대상을 2025년 264개소에서 2026년 353개소로 확대한다. 여성농업인의 근골격계·심혈관계 질환 예방을 위해 특수건강검진 대상 연령은 기존 51~70세에서 51~80세로 넓히고,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활용해 전국 들녘공용화장실도 매년 50곳씩 새로 설치한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비자 신청 시 근로자와 배정 농가 모두 안전체크리스트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한다. 체크리스트에는 기계 사용 시 유의사항과 폭염 대비 작업요령, 작업장 안전상태, 폭염 대응계획 등이 포함된다. 진단 결과에 따라 취약 농가를 대상으로 맞춤형 안전교육과 지도가 이뤄진다.
농업인의 안전의식 제고를 위해서는 규제와 병행해 교육·캠페인도 강화한다. 정부는 경각심을 주는 슬로건을 개발해 농민단체·우체국·파출소 등과 함께 집중 캠페인을 벌이고, 혹서기·혹한기·장마철마다 '농촌 안부전화 걸기' 운동도 전개하기로 했다.
정책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안전교육 이수도 사실상 의무가 된다. 농기계 구입 대출 시 안전교육 이수 여부를 확인하고, 청년농 정착지원 사업의 의무교육 과정에는 농기계 안전교육을 포함한다. 이에 따라 농업 분야 안전교육 대상자는 올해 4만5000명에서 내년 34만5000명으로 대폭 늘어난다. 근골격계 질환 예방장비나 온열질환 경보장치 등 농작업 재해예방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예산도 2025년 20억2100만원에서 2026년 53억7800만원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현장 대책과 함께 법·보험·통계 등 안전관리 기반도 손질하기로 했다. 사후 보상 중심에서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가칭 '농작업 안전증진 및 재해예방 법률' 제정을 추진해, 국가와 농업인의 안전관리 책무를 명확히 하고 안전관리 전문기관과 안전감독관 설치 근거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농업인안전보험 보장수준도 산재보험 수준에 맞춰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보험 보상 범위 내에서 고용 농업인의 재해에 대한 농가의 배상책임을 면제하는 방안도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다.
비사망 재해에 대해서는 국가승인통계로 승격해 통계 품질을 높이고 정책 설계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재해조사서 개발과 전산시스템 개선, 보상신청 단계별 재해자료 수집·검증을 거쳐 2028년 이후에는 농작업 사망·부상 재해 통계를 국가 공식통계로 생산한다는 목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농기계 안전성 확보 ▲농업시설 안전관리 고도화 ▲취약계층 맞춤형 안전관리 강화 ▲안전예방 문화 확산과 연구개발 확대 ▲안전관리 기반 강화 등 5대 분야·18개 과제를 순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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