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카보베르데 '40세 수문장'의 눈물이 결국 미국 정부를 움직였다. 비자 장벽에 막혀 발을 동동 구르던 그의 어머니가 극적으로 미국 땅을 밟았다. 이번 우루과이전에서는 아들의 골문 뒤를 든든하게 지킨다.
카보베르데의 월드컵 영웅 보지냐(40)가 마침내 어머니와 만났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과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은 20일 "보지냐의 어머니 아나 칸디다 에보라가 미국 마이애미에 도착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보지냐는 오는 22일 열리는 우루과이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어머니가 지켜보는 가운데 선방쇼를 이어가게 됐다.
앞서 보지냐는 지난 16일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무려 7개의 유효 슈팅을 막아내며 0-0 무승부를 견인했다. 슈팅 27개를 퍼부은 우승 후보 스페인을 상대로 승점 1점을 따낸 대이변이었다. 만 40세 12일의 나이로 역대 최고령 월드컵 데뷔전 기록을 쓴 보지냐는 경기 최우수 선수(POTM)로 선정됐다.
그의 활약은 전 세계 축구팬들을 열광시켰다. 대회 전 5만 명 안팎이던 보지냐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사흘 만에 1300만 명을 돌파했다. 야구 스타 오타니 쇼헤이를 넘어 한국의 손흥민을 맹추격하는 수준이다.
보지냐는 스페인전 직후 무릎을 꿇고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밝혀진 눈물의 이유는 안타까웠다. 미국 정부의 엄격한 이민 정책 때문이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한 '비자 보증금 시범 프로그램'에 따라 카보베르데 국민이 미국 관광비자를 받으려면 최대 1만 5000달러(약 2291만 원)의 거액을 보증금으로 내야 했다.
보지냐는 "미국 규정이 바뀌면서 어머니와 형제들을 데려오기에 비용과 시간 모두 촉박했다"며 "어머니가 현장에 계시지 못해 정말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이 애틋한 사연은 즉각 전 세계적인 화제로 떠올랐다.
여론이 들끓자 미국 정부가 직접 움직였다. 미 국무부와 하원 민주당 대표 하킴 제프리스가 전면에 나섰다. 미 국무부는 카보베르데 수도 프라이아의 비자 담당팀을 가동해 전폭적인 지원을 펼쳤다. 공식 정책에 따라 보지냐 어머니의 관련 비용을 면제했고 월드컵 티켓 소지자에 대한 규정을 철회하며 속전속결로 비자를 발급했다.
극적인 모자 상봉을 앞둔 보지냐는 담담하면서도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20일 현지 취재진을 만나 "가족은 언제나 내 가장 큰 버팀목이었다"며 "어머니가 이곳에 오신다는 것은 정말 특별한 일이다. 아버지와 형제도 함께 올 것"이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베테랑다운 평정심도 유지했다. 폭발적인 주변의 관심에 대해 그는 "나는 축구와 월드컵이라는 어린 시절의 꿈을 살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내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이제는 제발 축구 이야기만 해달라"고 당부했다.
첫 경기에서 무실점 기적을 쓴 카보베르데는 이제 우루과이를 상대로 두 번째 이변을 정조준한다. 이번에는 외롭게 골문을 지키던 보지냐의 등 뒤에 그가 그토록 원했던 가장 특별한 관중인 '어머니'가 함께 골문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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