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세계 최고 성적을 낸 한국 증시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처럼 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증시의 과열과 레버리지 상품 위험을 짚으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것이다.
WSJ은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이 오징어 게임이 될 위험에 처했다(World's Hottest Market Risks Becoming a Squid Game)'는 제목의 6일(현지시간)자 마켓츠 A.M. 뉴스레터에서 한국 증시가 지난 1년간 165% 올랐지만 그 과정이 극심한 변동성으로 점철됐다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 2일 종가까지 1년간 코스피지수가 2% 이상 움직인 날은 77번으로, 다섯 번에 그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대조됐다. 3% 넘게 출렁인 날도 44번, 5% 이상 움직인 날도 23번에 달했다.
WSJ는 이 변동성이 지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 갈수록 좌우되고 있으며, 오르내리는 장에서 강제로 매매하는 레버리지 상품이 이를 증폭시켰다고 분석했다. 한국에서 이런 상품을 사려면 투자자가 시험을 치러야 할 만큼 위험이 크고, 중앙은행을 비롯한 당국이 우려를 나타내며 투기 억제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5월 국내 상품이 허용되기 전에는 한국 투자자들이 해외 상장 유사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였는데, SK하이닉스 일간 변동폭을 두 배로 추종하는 홍콩의 한 펀드는 세계 최대 레버리지 단일 종목 상품이 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WSJ는 이런 열기를 '카지노'에 빗대며, 파티가 끝나면 손실은 대부분 국내 개인 투자자의 몫으로 남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매크로·퀀트 헤지펀드 아르케비움캐피털의 창업자 막상스 비소는 WSJ에 이토록 뚜렷한 분열은 좀처럼 본 적이 없다며, 행동을 좇는 개인 투자자에게 "변동성은 곧 매력"이라고 말했다.
WSJ는 외국인 순유출이 올 상반기에만 1000억 달러(약 154조 원)를 넘었고 6월 한 달에만 300억 달러에 달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인구 5100만 명의 한국 증시가 이제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가 됐다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얼마나 더 베팅할 수 있을지, 그리고 상황이 악화할 때 누구에게 팔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외국인 매도를 두고 다른 해석도 있다. 지난달 8일 CNBC에 따르면 노무라의 체탄 세스 아시아태평양 주식전략가는 외국인 매도가 한국 펀더멘털 악화 때문이 아니라 지수 내 비중 급등에 따른 기계적 매도라고 진단했다. 한국 주식이 급등하면서 글로벌·신흥국 지수 내 비중이 커지자, 액티브 펀드매니저들이 포트폴리오·리스크 한도를 지키기 위해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스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한국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지는 않다. 지금은 기계적인 국면"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한국 주식에 강세론을 유지하며 12개월 코스피 목표치를 1만2000으로 올리기도 했다.
이런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국면도 있었다. 지난달 23일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주식이 사상 최고에서 급락하며, 올해 세계 최고 성적을 낸 시장의 특징이 된 또 한 번의 큰 폭 출렁임을 연출했다고 전했다.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에 매도세가 몰리며 코스피가 하루 만에 크게 밀렸고, 레버리지 ETF발 강제 청산이 낙폭을 키웠다는 진단이 나왔다.
WSJ는 미국에서 외국인 대탈출이 벌어질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한국 투자자들이 언젠가 치를 대가가 미국 규제 당국에도 교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역사상 손꼽히게 고평가되고 집중된 증시 상황에서 미국 역시 위험한 상품을 승인하고 안전장치를 걷어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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