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SK하이닉스가 10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평가를 받는다. 시장에서는 이번 상장이 오랫동안 국내 기업의 약점으로 지적돼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통해 나스닥에 상장한다. 이를 통해 세계 최대 자본시장에 직접 접근하게 되면서 미국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문턱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HBM 1위 경쟁력에도 PER 4.8배…美 투자자 접근 개선 기대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기업 지배구조와 재벌 중심의 소유 구조 등에 대한 우려로 한국 기업들이 해외 경쟁사보다 낮은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현상을 말한다.
금융정보업체 LSEG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4.8배로, 반도체 업종 중앙값(29.84배)은 물론 미국 경쟁사 마이크론(6.6배)보다도 낮다. 인공지능(AI) 핵심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음에도 기업가치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받고 있는 셈이다.
퓨처럼그룹의 반도체·인프라 책임자인 롤프 벌크는 CNBC에 "ADR 상장으로 할인 폭이 줄어들 가능성은 있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멀티자산 거래 플랫폼 이토로(eToro)의 자비에르 웡 애널리스트는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의 밸류에이션 차이는 실적보다 미국 투자자들의 접근성과 인지도 차이에서 비롯됐다"며 "AI 메모리 경쟁력은 더 높지만 미국 기관투자가들이 쉽게 투자하기 어려웠던 점이 낮은 평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주가가 오르는 것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줄어드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SK하이닉스 주가도 크게 상승했지만 마이크론과의 가치 격차는 거의 좁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마이크론 주가는 약 250%, SK하이닉스는 약 240% 상승했다.
◆ "265억달러 조달보다 더 큰 의미는 미국 투자자 접근성"
KB금융그룹의 글로벌 투자전략가 피터 김도 이번 상장의 가장 큰 의미를 투자자 접근성 개선으로 꼽았다.
그는 "그동안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 투자에 여러 제약을 겪어왔다"며 "나스닥 상장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거래를 활성화해 코스피와 마이크론, 삼성전자 대비 할인 폭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나스닥 상장 기업이 갖춰야 하는 재무와 기업지배구조 기준 자체가 미국 투자자들의 우려를 완화하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나스닥은 일정 수준 이상의 시가총액과 유동주식 수, 주주 수, 주가 등을 요구하며 상장 이후에도 감사위원회, 이사회 독립성, 주주 의결권 등 엄격한 지배구조 기준을 적용한다.
SK하이닉스는 ADR 공모가를 149달러로 확정했으며 공모는 초과 청약됐다. 회사는 이번 상장을 통해 약 265억달러를 조달할 예정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조달 자금 자체보다 미국 기관투자가 기반을 넓히는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S&P 글로벌 레이팅스의 지청 부국장은 향후 2년간 SK하이닉스의 연간 설비투자(CAPEX)가 50조~7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IPO 자금은 투자 재원의 일부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자체 현금흐름으로 충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회사는 향후 2년 동안 연간 200조원이 넘는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HBM 1위는 유지할까…"관건은 점유율보다 생산능력"
시장 관심은 SK하이닉스가 AI 시대 핵심 메모리인 HBM 시장에서 선두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에도 쏠린다.
레이리언트의 필립 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HBM 수요가 공급 능력을 훨씬 웃돌면서 SK하이닉스는 오히려 성공의 부담을 안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 사이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HBM 투자를 확대하고 AI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는 대형 고객사들과 공급 계약을 늘릴 기회를 확보했다.
롤프 벌크는 SK하이닉스가 HBM 시장 1위는 유지하겠지만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약 57%에서 올해 50% 안팎, 장기적으로는 40% 초반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진짜 경쟁은 시장점유율이 아니라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할 생산능력을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에 있다"며 "현재 발표된 생산라인 증설만으로는 이번 10년 말까지 예상되는 HBM 수요를 충족하기에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