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메이저리그(MLB) 마운드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빨라지고 있다. 투수들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6년 연속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제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 투수조차 시속 155㎞ 안팎의 강속구를 던지는 시대가 열렸다.
미국 'AP통신'은 14일(한국시간) "올해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시속 94.7마일(약 152.4㎞)을 기록했다"라고 보도했다.
이는 구속 추적 시스템이 도입된 2008년 평균인 91.9마일(147.9㎞)보다 무려 2.8마일(약 4.5㎞) 상승한 수치다. 특히 6년 연속 평균 구속이 증가하면서 역대 가장 빠른 시즌으로 기록됐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오른손 투수들이다. 올해 오른손 투수들의 평균 직구 구속은 시속 153.2㎞까지 올라 지난해보다 더 빨라졌다. 짧은 이닝을 전력으로 던지는 불펜 투수들의 평균 구속은 153.9㎞에 달해 이제 시속 150㎞ 초반은 더 이상 강속구로 불리지 않는 분위기다.
강속구 열풍은 메이저리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의 평균 직구 구속도 올해 시속 150.6㎞를 기록했다. 구속 측정을 시작한 2022년보다 꾸준히 상승하며 상위 리그 못지않은 파이어볼러들이 쏟아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더욱 실감하고 있다. 보스턴 레드삭스 산하 트리플A 우스터 레드삭스의 채드 트레이시 감독은 "지금 트리플A 경기를 보면 좌완이든 우완이든 불펜 투수 대부분이 시속 153㎞ 이상의 공을 던진다"라며 "예전에는 크게 앞서거나 뒤질 때 시속 141㎞ 정도를 던지는 추격조 투수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3년 빅리그에 데뷔한 베테랑 마커스 시미언도 달라진 분위기를 인정했다. 그는 "요즘은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신인 투수가 시속 153~157㎞의 공을 던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간다"라며 "예전에는 시속 157㎞를 던지는 투수는 모두가 알 정도였지만, 지금은 새로 올라온 선수도 그 정도 구속을 갖추고 있다"라고 말했다.
구속 혁명의 배경에는 스포츠 과학의 발전이 자리하고 있다. 애슬레틱스 투수 호건 해리스는 "생체역학에 대한 이해가 크게 발전하면서 공을 더 빠르게 던지는 방법을 선수들이 훨씬 쉽게 익히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어린 시절부터 강속구를 목표로 체계적인 훈련을 받는 유망주들이 크게 늘어난 것도 구속 상승을 이끄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메이저리그에는 평균 구속이 시속 160㎞를 넘는 투수도 적지 않다. 샌디에이고의 메이슨 밀러는 평균 시속 163㎞의 직구를 던지며 리그 최고 수준의 강속구를 자랑한다. LA 다저스의 에드가르도 엔리케스(161.9㎞), 밀워키의 신예 제이컵 미저로우스키(161.7㎞)도 대표적인 파이어볼러다.
특히 미저로우스키는 올 시즌 평균 구속을 지난해보다 더욱 끌어올렸고, 빅리그에서 시속 161㎞ 이상의 공을 가장 많이 던진 투수로 이름을 올리며 새로운 강속구 시대를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
투수들의 구속이 빨라질수록 타자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메이저리그 전체 타율은 0.244에 머물고 있으며, 강속구와 다양한 변화구의 조합에 고전하는 타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카고 컵스의 알렉스 브레그먼은 "결국 타자들은 자신이 칠 수 있는 공을 기다린 뒤 최고의 스윙을 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앤디 그린 메츠 감독대행도 "요즘 타격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라며 "빠른 공뿐 아니라 다양한 구종과 방대한 데이터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타자들이 준비해야 할 것이 과거보다 훨씬 많아졌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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