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아 기자 = 정부가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 산정 때 적용하는 월급 외 소득 공제 기준을 현행 연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월배당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전략에도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배당 소득이 많은 직장인의 건강보험료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월배당 ETF 시장 자체가 위축되기보다 분배율 경쟁에서 총수익률과 배당 성장성을 함께 따지는 방향으로 상품 경쟁이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3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소위원회에서 직장가입자의 소득월액 보험료 공제 기준을 현행 연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추는 내용을 포함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보고했다.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회사에서 받는 월급에 부과하는 '보수월액 보험료'와 월급 외 소득에 별도로 부과하는 '소득월액 보험료'로 나뉜다. 소득월액 보험료 산정 대상에는 이자·배당·임대·사업소득 등이 포함된다.
정부가 검토하는 방안은 소득월액 보험료를 산정할 때 적용하는 공제 기준을 1000만원으로 절반 낮추는 것이 골자다. 지역가입자는 전체 종합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담하는 반면 직장가입자는 일정 수준의 월급 외 소득을 공제받고 있어 가입자 간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소득월액 보험료를 새로 내거나 기존보다 부담이 늘어나는 직장가입자는 약 178만명이다. 전체 직장가입자의 8.9% 수준이다. 정부는 개편을 통해 연간 7070억원의 건강보험 수입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주식 투자자 사이에서는 배당소득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월급 외 소득에 포함되는 배당소득 역시 건강보험료 산정 대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매달 일정한 현금흐름을 확보하기 위해 월배당 ETF에 투자하는 직장인에게는 분배금 규모뿐 아니라 연간 전체 금융소득과 이에 따른 건강보험료 부담까지 투자 판단에 고려해야 할 변수가 될 수 있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본부장은 "현재 거론되는 건강보험료 개편안이 확정·시행될 경우 연간 월급 외 소득이 1000만원을 넘는 일부 직장인 투자자에게는 배당소득에 따른 건강보험료 부담이 새로운 투자 고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주식 투자자를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복지부는 지난달 30일 개최할 예정이었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하루 앞두고 취소했다. 복지부는 추가적인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건정심은 이달 말 다시 열릴 예정이어서 공제 기준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자산운용업계는 이번 논의가 곧바로 월배당 ETF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는 선을 긋고 있다. 건강보험료는 특정 ETF에서 받은 분배금만 따로 떼어 산정하는 구조가 아니라 이자와 배당 등 월급 외 소득을 합산해 부과하기 때문이다.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투자자가 월배당 ETF를 평가하는 기준의 변화다. 그동안 월배당 ETF 시장에서는 매달 얼마의 분배금을 지급하는지와 분배율이 상품 경쟁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활용됐다. 하지만 건강보험료와 세금 등 투자자의 실제 부담까지 고려하면 높은 분배율 자체가 반드시 높은 투자 성과를 의미하지 않는다.
ETF가 분배금을 지급하면 그만큼 펀드 내부 자산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만큼 장기 투자자에게는 분배금과 주가 상승에 따른 자본차익을 함께 고려한 총수익률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단순한 분배율보다는 분배금을 포함한 총수익률, 분배금의 지속 가능성, 가격 변동성, 세후 실질수익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하는 투자 수요가 커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운용업계의 상품 경쟁도 세분화될 가능성이 있다. 월배당 ETF에 대한 수요가 사라진다기보다 투자자가 분배금을 필요로 하는 목적과 투자 기간에 따라 상품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당장 생활비나 정기적인 현금 흐름이 필요한 투자자는 월배당 ETF에 대한 수요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장기 자산 증식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라면 현재 지급하는 분배금 규모보다 기업의 배당 성장과 주가 상승 가능성을 함께 고려할 유인이 커진다.
이에 운용사 입장에서는 높은 분배율 자체를 앞세우기보다 투자 목적과 보유 기간에 따라 어떤 상품이 적합한지를 설명하는 전략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남 본부장은 "당장의 현금 분배를 중시하는 상품과 함께 기업의 배당 성장과 주가 상승을 통해 장기 총수익을 추구하는 '배당성장형' 또는 '퀄리티 배당형' ETF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수 있다"며 "투자자 역시 일반계좌뿐 아니라 ISA·연금계좌 등 계좌별 특성과 자신의 전체 금융 소득을 함께 고려하려는 수요가 커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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