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뉴스핌] 김영은 기자 =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가 13일 법무부 감찰위원회 심의를 마치고 나와, 자신에 대한 핵심 징계 사유로 거론돼온 이른바 '서민석 녹취록'을 이날 감찰위 심의 도중 처음 들었다고 밝히며 자신의 징계 사유에 대해 반박했다.
서민석 변호사는 대북송금 사건 피의자였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 변호인이다. 박 검사는 수사 당시 서 변호사와 통화하며 다른 사건 수사를 언급해 부당하게 자백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고, 이 통화를 녹음한 파일이 이번 징계 심의의 핵심 증거로 거론돼왔다.
박 검사는 이날 오후 4시 20분께 과천 법무부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과 만나 "그 녹취록은 제가 한 말을 갖고 문제 삼는 건데, 정작 저는 그 목소리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며 "열람·등사 신청도 다 거부해놓고 '이런 말을 했으니 처벌받으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며 심의 기일을 일주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부당했고, 대신 감찰위원들의 요청으로 이날 처음 해당 녹취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날 재생된 녹취는 2023년 5월 25일과 6월 19일, 두 차례 통화 내용으로 총 30분 분량이었다고 한다. 박 검사는 "법무부가 갖고 있는 녹취는 다 들려줬다고 하는데, 저는 이보다 10배는 많은 통화 녹음이 있을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 그걸 추가로 확보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박 검사는 녹취 내용이 그동안 자신이 주장해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 변호사 측이 이 전 부지사의 수사 과정에서 선처를 요구했고, 자신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는 것이다.
6월 19일 통화에 대해서는 "서 변호사 쪽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주범, 이화영을 종범으로 하는 진술을 해줄 수 있다'며 선처를 요구했지만, 저는 진술 없이는 해줄 수 없다고 거절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5월 25일 통화에 대해서는 "서 변호사가 재판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이재명 대통령을) 배신하지 말고 부인하면 사면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변론한 것을 언급하며, 그런 변론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박 검사는 그러면서 "다 들어보니 제가 잘못한 내용이 없었다"며 "오히려 이번 징계가 잘못됐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박 검사는 감찰위 심의 과정 중 실제 소명에 걸린 시간에 대해서는 "녹취를 들은 시간(약 2시간)을 빼면 제가 직접 말한 시간은 10분도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오후 2시 출석을 통보받았지만 실제 심의는 3시가 넘어서야 시작됐고, 그전까지는 위원들이 감찰 담당 검사들로부터 자신의 비위 내용을 먼저 보고받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 검사는 이날 처음으로, 지난 5월 대검이 청구한 정직 2개월 사유와 이후 추가된 페이스북·청문회 관련 사유 두 건이 하나로 합쳐져 함께 심의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의견서를 낼 기회도 없이 구두로만 입장을 말씀드렸다"며 "정확히 어떤 내용을 심의하는지조차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업무시간 중 페이스북 게시 관련해서는 "대검이나 법무부가 아무런 공식 대응을 하지 않아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직접 나선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의힘이 단독 개최한 청문회에 참석한 데 대해서는 "국회에서 출석을 요구하는 공문이 왔고, 소속 검찰청 차장검사와 검사장도 모두 알고 있었다"며 "당시 직무정지된 상태라 정식 출장 신청을 낼 수 없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수사 과정 확인서를 쓰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화영 전 부지사가 진술을 거부하거나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그냥 돌아간 날이 많아, 애초에 조사한 내용 자체가 없어 쓸 것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박 검사는 최근 법무부가 감찰위원 4~5명을 추가로 임명한 것을 두고 "결론을 미리 짜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왔는데, 이날 위원들로부터 이와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고 감찰 담당관으로부터만 관련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박 검사는 감찰위 결과가 이날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면서도 "정확한 시점은 통보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감찰위 결론이 사실상 다음 단계인 검사징계위원회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미 결과가 예측되는 상황이지만, 분노하거나 냉소에 빠지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박 검사에 대한 감찰위 심의 대상은 대북송금 수사 과정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 변호인에게 다른 사건 수사를 언급하며 자백을 요구한 점 ▲수사 과정 확인서 미작성 ▲외부 음식물·접견 편의 제공 등 지난 5월 대검이 정직 2개월의 징계를 청구하며 적시한 사유와, 이후 추가된 ▲업무시간 중 페이스북 게시 ▲서면보고 없이 국민의힘 단독 청문회 참석 등으로 알려졌다.
다만 논란을 촉발했던 이른바 '연어 술파티' 의혹은 대검의 지난 5월 징계 청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대검은 관리 소홀로 술 반입·제공을 막지 못한 부분 등에 대해서는 대검 감찰위 의결 결과를 존중해 징계 청구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검사 징계 여부를 심의해 장관에게 권고하는 자문기구로, 이 심의 결과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검사징계위원회로 넘어가 최종 징계 여부와 수위가 결정된다. 검사 징계는 해임·면직·정직·감봉·견책 등 5단계로 나뉘며, 정직 이상은 통상 중징계로 분류된다.
yek10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