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이재명 정부의 두 번째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30일 지명된 강신철(姜信哲)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는 육사 46기 출신 4성 장군이다. 1968년 서울 출생으로 경성고를 거쳐 1990년 소위로 임관했다.
청와대 행정관(이명박 정부), 국방장관 보좌관(박근혜 정부), 국가안보실 국방개혁비서관(문재인 정부), 합참 작전본부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냈고, 올해 1월부터 주사우디대사로 재직 중이다.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대장에 오른 이례적 인사로도 꼽힌다. '방위병' 출신 안규백 전 장관에서 '4성 장군' 출신 강 후보자로, 국방수장의 군 경력이 사실상 최말단에서 최정점으로 롤러코스터를 탄 셈이다.
◆덕장의 이면, "실무는 평균일 뿐" = 공개된 기록과 언론 인터뷰에서는 "동기 중 가장 뛰어난 군인", "덕장"이라는 호평이 주를 이룬다. 육군사관학교 강연에서도 "훌륭한 인품으로 부하들에게 존경받는 장군"으로 소개됐고, 예하 부대에서는 "부하들의 미담 제조기"로 불릴 만큼 인품에 대한 호평이 많은 지휘관으로 꼽힌다.
대대장 시절 예하 장병 1500명의 이름을 모두 외워 불러줬다는 일화는 강 후보자 본인이 지난 3월 1일 유튜브 채널 '지식인사이드'(한석준 아나운서 진행)에 출연해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사랑으로 싸우면 이긴다"며, 부하·동료·국가를 진심으로 아끼고 존중할 때 최상의 전투력이 발휘된다고 말했다.
같은 방송에서 그는 상급자가 세부 행동을 통제하지 않고 목표만 제시하면 하급 지휘관이 자율적으로 방법을 찾아 실행하는 '임무형 지휘' 문화를 한국군의 강점으로 꼽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근무 인연이 있는 육사 선배들 사이에서는 결이 다른 냉정한 인물평도 나온다. "진급이 유리한 요직만 잘 찾아다녔을 뿐, 실무 지식의 축적은 얕아 '평균'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런 박한 평가가 실무 역량에 대한 평가인지, 인품·처세에 대한 평가인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위기 대응력을 둘러싼 엇갈린 장면들 = 강 후보자는 2022년 12월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당시 합참 작전본부장이었다. 이듬해 2월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상황 전파 지연과 격추 실패 등을 이유로 강 후보자를 포함한 관련 지휘부에 서면경고 조치를 내렸다. 김승겸 당시 합참의장은 구두경고를 받았다.
강 후보자와 함께 근무했던 육사 선배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때의 평가는 냉정하다. 당시 김승겸 합참의장과 함께 초기 대응에 혼선을 빚었고, 뚜렷한 대응방책을 내놓지 못한 채 상부로부터 호된 질책을 들었다는 것이 이들의 전언이다. 이후 국회에 출석해 내놓은 자료 역시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아 국회 국방위 김병주 의원 등으로부터 강도 높은 질타를 받았다고 한다.
한 육사 선배는 강 후보자가 합참 작전기획과장으로 재직할 당시도 회고했다. 국가안보실로부터 비밀 작전계획 수립 지시를 받고 만든 계획이 기본 개념 설정 단계부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작전기획 전문가들로부터 받았고, 보다 못한 다른 부서 장교가 별도로 80장 분량의 보고서를 만들어 상부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이 선배는 "그 이후로도 합참 장차작전 체계는 달라진 게 없이 그대로 흘러갔다"고 말했다.
다만, 현장에서 본 모습은 결이 달랐다. 지난해 8월 8일 국방부 출입기자단이 브런슨 당시 연합사령관 초청으로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했을 때, 당시 연합사 부사령관이던 강 후보자를 현장에서 만났다. 무더운 여름날 기자단에게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 커피를 준비해 놓고, 기자들 앞에서 군사 지식을 능숙하게 풀어내며 설명을 이어가기도 했다.
당시 기자단이 차기 합참의장 하마평을 묻자 "인생 후반기는 책을 읽고 아내와 여행하며 지내고 싶다"고 답했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반년 만에 주사우디대사로 자리를 옮겼다.
◆조괄의 재림인가, 정권의 방향키인가 = 군 내부 일각에서는 강 후보자가 소신에 기반해 정책 방향을 관철시키기보다, 정권이 설정한 국방 아젠다를 무리 없이 관리해나가는 데 강점이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노태우 정부 시절엔 대통령 경호실 중위로 근무했고, 이명박 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시작으로 박근혜 정부 국방장관 보좌관,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관까지 정권을 넘나들며 요직을 거친 이력이 이런 평가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앞서 언급한 한 선배는 강 후보자를 전국시대 조나라 장수 조괄(趙括)에 비유하기도 했다. "화려한 언변과 병법 지식은 있지만, 실전에는 별 소용이 없었던 인물"이라는 것이다.
조괄은 병법서를 줄줄 외웠지만 실전 경험이 없었던 조나라 장수였다. 진나라의 통일 기반을 만들고, 조나라를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약화시킨 장평대전(長平大戰)에서 지식만 믿고 무리한 공세를 펼쳤다가 진나라군에 대패해 조나라 군 40만 명이 생매장당하는 참사를 불렀다. "종이 위에서만 병법을 논한다"는 뜻의 고사성어 지상담병(紙上談兵)이 여기서 유래했다.
이 선배는 강 후보자가 국회나 언론의 추궁은 순발력 있게 넘기겠지만, 결국 정책 방향은 현 정권이 설정한 목표를 그대로 따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 역시 강 후보자가 향후 청문회 등을 통해 본인이 구체적으로 밝힐 사안이다.
◆신임 장관 앞에 놓인 안보 과제 = 강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취임하면, 전임 안규백 장관이 짜놓은 13대 핵심 과제를 그대로 이어받게 된다. 당장 올해 안에 결론을 내야 할 사안만 해도 전작권 전환 로드맵 완성(11월 제58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핵추진잠수함(장보고-N 사업) 특별법 제정과 미국·IAEA와의 핵연료 확보 협의, 국군조직법 개정을 통한 해병대 준4군 체제 전환 등이 쌓여 있다. 최근 공청회를 통해 떠들썩한 국군사관학교 창설과 2040년 군구조 개편처럼 장기 과제도 이제 막 궤도에 오른 단계다.
이 가운데 전작권 전환과 핵추진잠수함은 강 후보자의 이력과 직접 맞닿아 있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으로 브런슨 사령관 등 미측 카운터파트와 손발을 맞춰본 경험은 협상에서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조건에 기초한 전환인 만큼 임기 내 가시적 성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을 강 후보자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핵추진잠수함 사업 역시 원자로 기술과 핵연료 확보를 둘러싼 한미 협의가 관건이어서 안보실 출신다운 조정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육사 출신 국방장관으로서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밀어붙이는 데 따르는 심적 부담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후보직을 수락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아젠다를 정면으로 떠안겠다는 '의사표시'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 정책 추진 과정에서 어떤 리더십을 보일지는 인사청문회가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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