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승우 기자 = 내년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7에서는 인공지능(AI)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하고, 로봇이 얼마나 정교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기술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AI 기술의 가능성과 휴머노이드 로봇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던 기존 전시에서 벗어나 생산성 향상과 실질적인 작업 능력을 검증하는 무대로 바뀌는 것이다.
특히 스스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AI'와 물체를 잡고 조작하는 로봇 손, 촉각·압력 센서가 핵심 기술로 부상할 전망이다. CES 주관사인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는 에이전틱 AI 전용 전시 공간을 신설하고 첨단제조·로보틱스·자동화 전용관도 마련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 등 한국 기업에도 AI 기술을 실제 제품과 산업 현장에서 구현하는 능력이 새로운 경쟁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AI의 다음 단계"…에이전틱 AI 전용 구역 신설
CES 주관사인 CTA는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CES 2027의 주요 기술 트렌드와 행사 계획을 발표했다. CES 2027은 내년 1월 6일부터 9일까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멜리사 해리슨 CTA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은 CES 2027의 트렌드를 '기반(Foundation)·전환(Transformation)·탐험(Exploration)' 등 세 가지 방향으로 제시했다. 기반 영역에서 주목하는 AI 분야로는 AI 칩, 특정 산업에 특화된 버티컬 AI, 에이전틱 AI를 꼽았다.
특히 에이전틱 AI가 집중 조명될 전망이다. 해리슨 부사장은 "AI의 다음 단계가 CES 2027의 매우 중요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처음 선보인 스타트업·신기술 전시관인 'CES 파운드리'는 운영 기간을 기존 이틀에서 사흘로 늘린다. CTA는 이곳에 에이전틱 AI 전용 구역을 새로 마련한다.
CTA는 AI 활용이 업무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로 보여줬다. 지난 7월 한국 소비자 425명을 조사한 결과 47%가 매일 업무에 AI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에 AI를 쓰는 한국 응답자는 전원이 AI가 업무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는데, 조사 대상국 중 이런 결과가 나온 곳은 미국과 한국뿐이었다. 전날 한국전자전(KES)에서는 응답자의 70%가 업무에 AI를 활용하며 주당 평균 8.2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는 결과가 공개됐다.
◆ 휴머노이드보다 '무엇을 하느냐'…로봇 손·촉각 주목
CES 2027에서는 피지컬 AI 분야를 바라보는 시선이 "실제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로 향한다. 해리슨 부사장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더 큰 이야기는 로봇이 실제로 무엇을 더 잘할 수 있느냐가 될 것"이라며 "AI와 센서, 로봇 손이 로봇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장과 물류창고를 넘어 헬스케어, 머지않아 가정에서도 이런 기술을 보게 될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강한 존재감을 보일 분야"라고 덧붙였다.
파브리치오 회장도 "산업용 로봇에 집중됐던 흐름이 사람들의 일상을 돕는 가정용 로봇으로 옮겨가는 사례를 CES에서 많이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브리치오 회장과 대담에 나선 마첼로 루수아르디 보쉬코리아 대표는 로봇의 '감각'을 강조했다. "보쉬는 이미 주요 로봇 제조사 모두에 MEMS(미세전자기계시스템) 센서를 공급하고 있다"며 "로봇이 균형을 잡고 길을 찾고 자기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건 이 센서 덕분"이라고 말했다. 다음 과제로 촉각을 꼽으며 "인간 같은 감각을 구현하려면 촉각·압력 센서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CES 2027의 전시 공간도 이에 맞춰 재편한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사우스홀 3관을 첨단제조·로보틱스·자동화 전용관으로 꾸민다. 해리슨 부사장은 "노스홀이 지능형 기계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면 사우스홀은 그 기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국내 휴머노이드 연합체인 M.AX 얼라이언스도 올해에 이어 휴머노이드 파빌리온을 운영한다. 운영 공간은 사우스홀로 자리를 옮긴다.
이 밖에 CTA는 AI 수요 급증에 따른 에너지 기술, AI 스마트 안경, 자동차의 기술 플랫폼화, 헬스케어·스마트홈을 주요 트렌드로 꼽았다. 초기 단계 기술로는 양자, 우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제시했다.
한국 기업 참가 규모는 올해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CES 2026에는 유레카파크 스타트업 400곳을 포함해 800곳 가까운 한국 기업이 참가했다. 파브리치오 회장은 "정확한 수치는 행사 후 독립 감사를 거쳐 공개하지만 올해보다 많다"고 말했다.
raul164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