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유효정 기자]하이닉스에게 올해는 새로운 경영체제 마련과 함께 ‘세계 최고의 메모리 반도체 회사’ 비전 달성을 위한 힘찬 날개 짓을 한 해다.
지난 3월 권오철 사장이 취임일성으로 ‘핵심 사업 집중’ 전략을 강조한 것은, 메모리 반도체기업으로서 ‘제2의 도약’을 꿈꾸는 하이닉스의 남다른 각오를 의미한 것이다. D램 경쟁 우위는 지켜 나가면서, 약해진 낸드 플래시 경쟁력은 다시 찾고 더 강해지겠다는 의지다.
특히 “‘오래가고 좋은 회사(Good Memory Great Company)’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권 사장의 짧은 포부에는 기술력은 물론, 시장 지배력과 안정적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높은 수익성을 이끌어 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이후 새 진용을 짠 하이닉스는 올해도 세계 최초의 제품들을 연신 쏟아내며 보란 듯 기술 리더십을 지켜나갔다.
어려운 시기에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온 투자가 밑천이 됐다.
경제 위기가 닥친 2008년과 2009년에도 약 7000 억원(2006년 4000억원, 2007년 5000억원) 가량을 연구 개발에 쏟을 만큼 R&D 투자를 늘리고, 10% 수준의 R&D 비중도 지켜왔다. 시장의 급격한 변동폭도 흡수할 수 있는 기술 경쟁력과 다양한 제품 확보를 우선으로 삼는 하이닉스만의 남다른 고집을 잘 보여줬다.
그리고 빛을 발했다. 위기 극복 노력에 힘입어 하이닉스의 2009년 매출액은 전년대비 16% 증가했으며, 지난해 3분기 극적인 회복에 성공한 데 이어 4분기에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7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으로 반도체 업계 최고의 이익률을 기록하면서 ‘위기에 강한’ 면모를 드러냈다.
이어 올해부터는 핵심 사업인 메모리반도체에 더욱 집중해 후발업체와의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 미세공정 기술 개발은 물론 제품의 응용처는 더욱 다각화해 PC 수요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체질로 성공적으로 변모했다.
PC용 D램을 제외한 서버, 그래픽, 컨슈커, 모바일 D램 등 스페셜티(Specialty) D램 매출 비중이 60% 수준까지 확대됐다. 2007년 1분기까지만 해도 30%에 달하던 스페셜티 D램 비중이 3년만에 2배로 성장한 것이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스페셜티 D램의 경우 PC용 D램에 비해 가격 변동폭이 적어 안정적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며 “PC용 D램 가격 하락에도 제품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세계 선두 수준의 미세공정 기술력도 지킨다. 4분기 현재 44나노 D램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 하이닉스는 연내 38나노 제품의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 초부터 양산에 돌입한다.
또 매출액 기준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으로 군림하고 있는 중국 D램 시장의 50%를 차지하면서 향후 전망도 밝히고 있다. 중국 반도체 시장은 2014년까지 1200억 달러로 성장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기술 확보가 아킬레스건이였던 낸드 플래시 부문에서는 지난 2월 20나노급 64기가비트 제품 개발에 성공하면서 사실상 선두업체와 벌어져 있던 기술격차를 대부분 해소했다. 지난 8월부터 이 제품의 양산에 돌입하면서 생산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30나노급 제품 대비 2배에 가까운 생산성 향상을 이뤄내면서 원가 경쟁력도 한층 높였다.
해외 경쟁업체와 차별화된 고성능, 고부가가치 낸드 플래시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한발씩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ECC(데이터 오류 보정) 기능과 컨트롤러를 갖춘 ‘E2낸드’ 고성능 낸드 플래시는, 최근 수요가 증가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에 채용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제품은 30나노급 공정의 32Gb 용량으로 생산중이고, 20나노급 64Gb E2낸드도 개발을 완료해 내년에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D램과 낸드 플래시 이후의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PC(Phase Change) 램, STT(Spin Torque Transfer) 램, Re(Resistance) 램 개발을 가속하고 있으며 해외 업체와의 공동개발을 통해 시너지를 높이고 있다.
D램과 낸드 플래시로 대표되는 메모리 반도체는 비트 성장률 기준으로 매년 50% 성장이 예상되는 산업으로 향후 IT 기기의 융·복합화가 빨라질수록 데이터를 기록하고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의 역할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애플, 델, HP, IBM, 소니 등 전 세계 50여 개 국가의 600여개 기업에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는 하이닉스의 새로운 도약에 거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시장의 변화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 최고의 메모리 반도체 회사로 위상을 높여나갈 하이닉스의 힘찬 날개 짓이 정상을 향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유효정 기자 (hjyo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