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문형민 기자] 유럽 재정위기가 짓누르고 있던 증시에 김정일 사망이라는 변수까지 덮쳤다.
코스피는 19일 장중 한때 1750선까지 밀려나기도 했지만 점차 낙폭을 회복, 지난주말에 비해 63.03포인트(3.43%) 내린 1776.93으로 마감했다.
큰 폭으로 하락했음에도 낙폭을 줄이며 마감했다는 점에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그렇지만 증권가에서는 아직은 지켜봐야할 시기라며 조심스런 대응을 당부했다.
◆ 김정일 사망...엎친데 덮친 격
코스피는 지난 주말 무디스가 벨기에 신용등급을 Aa1에서 Aa3로 두 단계나 하향조정한 여파로 하락세로 출발했다. 대외 유동성 우려가 있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으로 신용등급 강등 릴레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였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도에 나서며 코스피는 한달만에 1800선 밑으로 떨어졌다. 시장 일각에서는 직전 저점인 1770~1780선도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터져나온 돌발 악재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다.
북한 조선방송은 이날 12시 정각 "김정일 위원장이 17일 오전 8시 30분 현지 지도길에서 급병으로 서거했다"면서 "정신적 육체적 과로로 인해 열차에서 순직했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외국인이 매도규모를 2000억원대로 확대했고, 코스피는 1750선까지 낙폭을 확대했다. 원달러 환율도 20.05원 급등한 1178.50원, 국채수익률(3년물)도 10bp 상승한 3.43%를 기록했다.
다만 이후 기관이 매수로 돌아서며 코스피 하락폭은 줄었다. 환율과 금리도 점차 패닉에서는 벗어났다.
외국인은 이날 3시 현재 2062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과 기관은 각각 1651억원, 1045억원을 순매수했다.
◆ 과거 北 이벤트와 달리 권력체제 문제는 장기적
시장의 관심은 김정일 사망이 단기 악재로 그칠 것인가, 장기화할 것인가에 맞춰져있다.
과거 김일성 사망, 연평해전, 핵실험, 천안함 및 연평도 등 북한 관련 이벤트는 증시에 단기적인 악재로 작용했을 뿐이다. 사건 발생 후 한달 뒤쯤에는 이전 가격을 회복했다.
하지만 이번 김정일 사망건은 과거 이벤트와 성격이 다르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김일성 사망시에는 김정일로의 후계체제가 확실히 갖춰졌는데 반해 현재 김정은 체제는 미완성이어서 불안요소가 잠복해있다는 해석이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김정일 사후 북한체제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이 한국 전체에 대한 리스크로 부각될 수 있다"며 "순조로운 권력 이양이 가능하다면 리스크 요인이 줄어들 수 있으나 극단적으로 북한 권력이 붕괴하는 것까지 갈 경우 한국 시장에 대한 리스크 크기는 변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김일성, 김정일 6.25 전후세대의 퇴장을 의미하는 김정일 사망은 한반도 정세의 변화를 예고한다"며 "우호적 남북관계 조성이 가능할 경우 긍정적이겠지만 김정은 체제의 조기 안착을 위한 관계악화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임노중 솔로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김정일 사망 영향은 북한 내부상황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며 "김정은 정권이 조기 안정되지 못하고 내부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한반도내 전반적인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와 대부관련 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당분간 조심스런 접근이 바람직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북한의 권력구도 향방과 원달러 환율, 외국인 매매동향 등에 관심을 기울이며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을 조언했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분석팀장은 "급락에 따른 단기적 반등은 있을수도 있겠지만 1700포인트 밑에서의 비중확대가 더 매력적일 것"이라며 "유럽위기가 해소된 시점이 아니고 북한 권력승계가 확고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주식확대 타이밍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반면 김영일 한국운용 CIO는 "북한 문제로 인한 급락세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분할매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북한 정치 구조 불확실성으로 한국 시장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중국의 세계 정치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 확대로 돌발적 상황 발생의 확률은 낮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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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