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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채권시장 일본식 장기불황 '불안한' 전조

기사등록 : 2012-06-0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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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 적색경보 ..獨 메르켈 결단 주목

오는 17일 ‘그렉시트(Grexit)’ 여부를 판가름할 총선을 앞두고 있는 그리스와 은행권 부실로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이 제기되는 스페인 등 유로존 재정위기 여파가 심상찮다.

보수적 시각을 견지할 수밖에 없는 금융당국의 수장마저 최근 “유럽 재정위기는 1929년 대공황 이후 최대 충격”이라는 발언을 내놓는 등 작금의 경제 상황은 살얼음판 위를 걷는 형국이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악화할 경우 국내 경제 전반에도 큰 충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 이미 각 업계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대비에 나서고 있다.

이에 뉴스핌은 ‘유비무환(有備無患)’의 관점에서 최악의 사태를 준비하자는 의미로, 유로존 위기에 따른 국내 금융과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당국과 각계의 대응방안 등에 대한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뉴스핌=김사헌 기자] 글로벌 채권시장에서는 이미 세계경제에 대한 적색경보가 울리고 있다. 미국과 독일을 비롯한 일부 안전한 나라가 발행한 국채를 보유하려는 수요가 쏠리면서 금리는 이해 불가능한 영역까지 내려갔다.

독일 2년물 국채 금리는 마이너스 영역으로 내려갔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명목으로 1.5% 미만인 상황이다. 이는 독일 단기 국채를 보유하기 위해 비용을 낸다거나 매년 실질적인 손해를 보면서 미국에 10년간 돈을 빌려줄 의사가 있다는 얘기와 같은데, 세계경제가 장기적인 경기침체 및 디플레이션에 접어들거나 혹은 일시적인 대재앙(공황)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판단된다.


◆ 채권시장, 일본식 장기불황 예감


지금 세계경제는 유럽의 채무 위기가 심화되는 동시에 주요국 경기가 빠르게 식으면서 전반적인 약세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유로존은 경기침체에 빠져들고 있고, 미국 고용 창출 규모는 석달 연속 기대치 이하로 나오면서 경기 회복 모멘텀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세계경제를 이끌 엔진이 될 것이라고 했던 대형 신흥경제국들도 사정이 좋지 않다. 브라질 경제성장률이 선진국 수준으로 떨어지고, 인도의 성장률도 5% 선까지 하락할 정도로 경착륙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 경제 성장률도 7%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위기 이후 경기침체를 겪고난 세계경제가 다시 빠르게 약화되는 것은 과거 일본식 장기침체의 경험을 닮아가는 것이란 판단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식 장기 불황은 별 것 아닐 수도 있다. 유럽에서 은행 도산, 국가 부도 그리고 공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제2의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에 이은 금융시장의 참화와 세계경제의 새로운 대공황 상태가 발생할 것이란 공포가 밀려들고 있다.

그리스가 17일 총선을 거치면서 유로존을 이탈하게 된다거나, 스페인 은행 도산이 심화되고 유럽 전역의 자본흐름이 막히게 된다면 이런 공포는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지난 2008년만 해도 전 세계 정책당국이 모여 적극적인 위기 대응에 나섰지만, 지금은 그럴 여력이 많이 소진되었다는 점에서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아직 중앙은행이나 재정의 무기고가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마음놓고 사용할 정도가 되지도 않고 또 그 화력을 자신하기도 힘들다.


◆ 정책 여력 소진된 지금, '열쇠 쥔' 메르켈이 나서야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는 것을 막는 길은 먼저 '결자해지(結者解之)'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코노미스트지 최신호는 결국에는 유럽 정치인들이 모여 유로화의 미래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하며, 이런 결단이 세계경제의 하강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경제적 참화는 막아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런 관점에서 유럽의 운명은 독일의 여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결정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앙겔라 메르켈
메르켈 총리는 전 세계로부터 유로존의 생존을 책임지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문제는 독일에 있지 않고 잘못된 선택은 물론 개혁을 게을리한 회원국들 때문이다. 하지만 유로가 붕괴되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은 독일이 된다. 게다가 그리스, 아일랜드 외에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채무 위기가 발생하고 있는 나라들의 문제는 채권국들의 잘못된 판단과 행위에도 기인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면적인 재정긴축과 섣부른 구제금융 계획 그리고 유로화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재정 및 금융동맹 노선의 거부 역시 유로의 파국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다. 이런 면에서는 독일의 결정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지금 국제사회의 비난이 베를린으로 향하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이미 독일을 제외한 나머지 주요국들 사이에서는 유로화를 지키지 위해 메르켈 총리가 어떻게 해야 한다는 동의가 형성되어 있다. 여기에는 긴축에만 집중하지 말고 좀 더 경제성장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쪽으로 정책의 초점을 이동 시키자는 내용도 포함된다. 또 유로화를 보충하기 위해 금융동맹(범유로존 예금보험 및 은행감독, 공통의 은행 자본재편 및 청산 수단)을 추구하고, 공통의 안전자산(국채)을 발행하기 위한 제한적 형태의 채무 상호화 그리고 곤란을 겪고 있는 주변국들의 점진적인 채무부담 해소를 위한 여유있는 조정 계획을 수용하는 것 등도 있다.

메르켈 총리가 이런 외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것은 독일 국민을 강하게 설득하지 못하는 태도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국민들이 잘못을 선택한 주변국을 구제하거나 혹은 유로의 붕괴라는 불편한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해야만 한다는 점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독일 국민들이 채무의 상호화를 결사 반대하는 것은 이런 불편한 선택이 없이도 유로화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메르켈 총리는 과감하게도 양갈래 정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긴축 요구과 구제금융 거부 만이 유럽의 개혁을 촉진할 것이란 믿음과, 다른 한편 실제로 재앙이 발생하였을 때 독일이 신속하게 구원에 나설 수 있을 것이란 확신 때문에 가능한 태도다.


◆ 독일의 태도가 위험한 이유

이 중에서 개혁을 강제하기 위한 노력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도 있다. 이탈리아에서 베를루스코니가 제거된 것이나 남유럽 전역에서 과거에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던 긴축과 개혁 움직임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런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도한 긴축으로 인해 발생한 경기침체는 점차 문제를 키우는 자멸적인 행보가 되고 있다. 유럽 전역에서 채무 부담이 증가하면서 정치적인 극단에 호소가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질질끄는 '머들스루(muddle-through)' 접근방식은 지친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려 유로화의 붕괴 위험을 높이고 있다.

독일이 유럽중앙은행(ECB)을 통해 막대한 유동성을 투입하는 식으로 막판에 구원자로 나설 수 있다는 생각은 그 자체로 매우 위험해 보인다. 만약 스페인에서 전면적인 뱅크런 사태가 발생한다면 이를 막을 수단은 없을 것이고, 그리스가 붕괴된다면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유럽 전역으로의 위기의 전염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미국의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와 같이 과감한 대응으로 시장을 굴복시키는 것과 같은 대책을 도입하기를 거부했다.

결국 그 동안 메르켈이 구사한 전략이 일부는 올바른 것이었다고 해도 전체적으로는 그런 성과를 상쇄하고 남을 정도의 파괴적인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금융시장과 국제사회는 메르켈 총리가 오는 28일 유럽 정상회담에서 유로화를 지키기 위한 보다 분명한 원칙과 계획을 제출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스 총선의 결과가 상황을 급격히 악화시킨다면 그보다 일찍 긴급 회담을 통해 그 계획을 발표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계획은 유로호를 사수하기 위한 독일의 분명한 약속이 담김으로써 시장의 의구심을 풀어줄 수 있어야 한다. 공동구제기금을 통한 스페인 은행 자본증강과 같은 보다 깊은 통합의 길을 여는 대책도 나와야 한다.

메르켈 총리가 이런 방향으로 적극 움직인다면 독일 국민들의 지지율이 떨어질 위험은 높아질 것이지만, 그 위험은 큰 보상을 함께 가져올 수 있다. 독일이 보다 확실한 약속을 보여주어야 ECB도 좀 더 과감한 대응책을 내놓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참화에 대한 공포가 가시면 투자자들의 신뢰가 회복되면서 빠른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세계경제가 경기둔화와 정책적 실패로 기우뚱 거리기는 할지라도 재앙은 피해갈 수 있다. 이런 모든 것의 출발이 메르켈 총리의 어께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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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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