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최근 국회 일각에서 금융사 대주주의 적격성 강화에 관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사 임원들에 대해서도 자격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국회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금융관계법 상에도 금융사 임원에 대한 규정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사실상 있으나 마나한 내용에 불과하다.
◆ 금융사 임원자격 '추상적'…누구나 될 수 있어
금융사의 임원 자격에 대해 현행 은행법이나 금융지주회사법에는 '금융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가진 자로서 금융회사의 공익성 및 건전경영과 신용질서를 해칠 우려가 없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자본시장법과 보험법에서는 '투자자보호 및 건전한 거래질서를 해할 우려가 없는 자'와 '공익성 및 건전경영과 거래질서를 해칠 우려가 없는 자'로 각각 규정하고 있다.
문구는 약간씩 다르지만 사실상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있으나 마나한 규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사 임원에 대해 추상적이지 않은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표현으로, 또한 문제의 소지가 발생될 때는 당국의 조치나 집행이 가능한 규정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금융사 경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최고재무책임자(CFO)나 준법감시인 등은 등기이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감독당국 사후보고 대상에서조차 제외되고 있는 상황이다.
◆ 임원 적격성은 기본…심사 절차 마련돼야
금융회사의 이사 및 주요 임직원에 대한 적격성과 관련, 국내 법규정은 결격사유를 중심으로 한 사후보고 차원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사 임원 선임은 한번 잘못될 경우, 배임이나 경영부실, 도덕적 해이 등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현재로서는 사후적인 감독행위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사후감독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현재의 감독 시스템 상에서는 금융부실화에 따른 공적자금 투입 등 사회적 비용 부담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문제가 발생되기 이전인 선임 단계에서부터 임원들에 대한 제대로된 사전적 감시 절차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금융시스템의 건전성과 신뢰도의 제고를 위해 금융사 임원들의 자격과 관련된 공적 규제와 감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금융사 임원의 적격성 여부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고 건전하고 유지하는데 가장 기본"이라며 "하지만 현재 국내 법체계 상에서는 누가 어떤 절차를 통해 심사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美·英 주요국 금융임원 자격 '엄격'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주요 금융 선진국에서도 금융회사의 이사 및 임원에 대해 자격요건을 규정하고 이를 엄격히 심사하는 절차를 두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임원의 자격과 관련 적극적 요건에 대해서도 심사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등에서는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방안의 하나로 은행 임원에 대한 자격 심사를 강화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미국 역시 금융기관의 인가 요건에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주요 임원의 적격성 요건이 포함되며, 이후에도 해당 직무에 종사하는 한 적격성을 유지하는 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
영국 금융당국(FSA)은 금융사 임원 후보자가 기본적인 자격요건을 만족할 것과 담당하게 될 직무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점을 증명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독일의 경우도 경영진의 신뢰성 차원에서 결격사유를 검증함과 동시에 적극적 요건으로서 학력 및 경력 등 전문성에 관해서도 엄격한 심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국회·당국 방향성 공감…금융권은 다소 '긴장'
일단 국회에서의 입법 논의는 이사회 내에 임원후보 추천위원회를 둬 임원 선임과 관련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은 지난달 30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그는 입법 취지와 관련 "업무집행책임자의 임면과 관련, 이사회의 감독통제를 통한 책임경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업무집행책임자의 선임절차를 마련하고 자격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 당국자들도 임원 선임 절차의 강화 방안과 관련, 전반적인 방향성에 대해서는 일부 공감하고 있는 상황으로 관측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8대 국회 당시인 지난해 말에도 이같은 내용의 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 다만 19대 국회에 제출된 정부 안은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결과 18대 국회에 비해 내용이 많이 완화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국내 금융권 상황에서 과도한 규제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경영진이 적잖이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며 "은행권은 비교적 준비가 돼 있으나 여타 금융권에서는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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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