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19일 단일화 협상을 재개한 가운데 문 후보의 '협상 방식 일임'을 안 후보측이 어떻게 다룰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일화 실무팀은 이날 낮 12시 비공개로 모처에서 협상 재개에 들어갔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오른쪽)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17일 단일화 재개회동을 마친 후 손을 마주잡고 있다.[사진: 김학선 기자] |
문 후보는 전날 캠프 기자실에서 "신속한 타결을 위해서 여론조사 방식이든 여론조사 플러스 알파 방식이든 단일화 방안을 안 후보측이 결정하도록 맡기겠다"며 "세부방법은 단일화 협상팀이 밤을 새서라도 마련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의 이같은 발언은 일단 협상의 방식을 안 후보측이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예를 들어 '여론조사' 등 특정한 방식을 안 후보쪽이 정하면 여론조사의 설문 방식과 조사기관, 설문 대상, 시기 선정 등 세부 방법은 협상팀이 논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 후보측은 문 후보 언급에 대해 우선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민영 대변인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우리가 어떤 부분을 정할 수 있는지, 우리가 정하면 되는 것인지, 문 후보 쪽에서 갖고 있는 협상팀 재개를 통해서 내놓을 안들이 있는지 오늘 오전에(실무팀 회동에서) 확인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 후보가 '일임'한 내용에 대한 확인과 그에 따른 실무팀의 역할 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유 대변인은 이날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무언가를 일임받아 우리에게 유리한 것을 결정하겠다는 생각보다 가장 적합한 방안을 찾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또한 "박근혜 후보를 이기고 상식과 새로운 시대를 여는 방안만이 있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기는 단일화'를 계속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단일화 협상이 문 후보의 '방식 일임'으로 교착상태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룰 타결이 단박에 이뤄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여론조사로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설문 방식과 업체 선정, 응답 대상, 시기 등을 놓고 치열한 줄다리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 후보가 '단일화 방식을 일임'하고 이를 '통큰 양보'라고 문 후보측이 자평하는 데 대해 안 후보측은 "통큰 양보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신경전의 예고편 성격이 짙다.
앞서 문 후보측 진성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캠프 기자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단일화 협상이 하루만에 중단되자 문 후보는 단일화 방식을 안 후보에게 일임하며 조건 없는 회동을 제안해서 협상을 복원시켰다"며 "문 후보의 통 큰 양보와 결단이 지지율 상승의 원동력"이라고 자평했다.
전날 회동에서 방식 자체에 대해 합의가 없었던 점도 단일화 방식이 논의가 됐다면 두 후보간 이견이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유 대변인은 이날 같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단일화 방식 논의가 두 후보간에서 있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따로 확인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만 했다.
안 후보측 입장에서는 문 후보의 발언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이유 말고도 독단적으로 룰을 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문 후보가 전격적으로 단일화 방식까지 일임한 상황에서 안 후보도 자신이 유리한 게 뻔히 보이는 여론조사만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전날 안 후보도 "양쪽 지지자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방법과 민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문 후보와) 의논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단일화 방식은 안 후보측의 일방적인 결정보다는 이날 12시부터 재개되는 단일화 실무팀에서 전반적으로 다시 논의될 전망이다. 문 후보의 '방식 일임' 발언에 대해 확인하고 실무팀의 역할을 규정한 뒤에야 이후 단계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협의 내용을 발표할지에 대해서도 합의 과정을 거칠 계획이다.
앞서 안 후보측은 전날 단일화 실무 협상팀을 하승창 대회협력실장을 팀장으로 강인철 법률지원단장, 금태섭 상황실장으로 재구성했다. 기존 협상팀에서 조광희 비서실장과 이태규 미래기획실장이 빠지고 금태섭 상황실장이 남았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