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정탁윤 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표 공약인 국민행복기금이 차츰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인수위와 금융권에서는 박 당선인의 취임식 이전에 세부계획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31일 "가계부채 문제 해결은 당선인의 핵심 공약이고 문제가 심각한 만큼 국민행복기금을 가급적 빨리 조성하도록 금융당국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도 최근 "가계부채 문제 같은 것은 새정부 출범 즉시 시행하자"는 말로 속도감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18조원의 행복기금 조성은 설계 자체가 쉽지 않다. 운영 주체와 구체적인 수혜 대상도 인수위와 금융당국 모두가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기금 규모 축소..올해 3조원 가량으로 운용?
인수위와 금융위가 여러 방안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규모 축소에 대한 전망이 높다. 10조원 정도를 조성해서 상반기 중 시행한다는 세부그림이 실득력을 얻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첫 해 최대 3조원 가량을 마련하고 점차 늘려가는 것이 현실성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단 인수위의 큰 그림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실채권정리기금 잔액(3000억원)과 차입금(7000억원), 신용회복기금 잔액(8700억원)을 합친 1조8700억원을 종잣돈 삼아 18조원의 자금을 만든다는 것이다.
1조8700억원을 가지고 채권을 발행하고, 이것을 금융기관이 고통분담 차원에서 매입하는 방향으로 10배의 행복기금 조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 재원의 별도 투입은 없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나성린 정책위 부의장은 지난 29일 MBC 한 라디오프로그램에서 "신용회복기금이 보유 중인 현금과 연채채권을 합친 8700억원과 캠코가 보유한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 3000억원, 캠코 고유계정 차입 7000억원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며 계획을 구체화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종잣돈 1조8700억원 마련은 쉽지 않다. 박 당선인이 행복기금의 조기 조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법적인 문제를 해소하면서 채권 발행까지 마무리하기 어렵다는 지적인 것. 현행법상 캠코의 부실채권정리기금 3000억원은 출연기관에 되돌려줘야 한다.
다만 나 부의장은 "금융권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캠코의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이 발생하면 정부나 금융기관에 배당을 주는데 그 배당금을 돌려주지 않고 행복기금에 투입하도록 했다"고 세부안을 설명했다.
하지만 인수위와 금융권에서는 10조원 내외로 일단 행복기금을 출범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시각이다. 금융위도 지난 15일 업무보고에서 행복기금 운영 방안과 관련, 18조원에 달하는 기금 규모 자체를 유연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도 행복기금을 한번에 조성하기는 어렵다는 게 금융권의 생각이다. 금융권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10조원 규모의 채권을 흡수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의 보증 여부에 따라 국회 동의절차를 구해야 하는 과정도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18조원이든 10조원든 원샷으로 운영하기는 현실성이 너무 떨어진다"며 "스타트는 1조5000억원에서 3조원 가량으로 운영을 시작해 박 당선인의 임기 5년을 나눠 매년 기금 운용을 늘려가는 방향이 현실성 있다"고 말했다.
◆경험 있는 금융기관이 운영 주체..캠코 유력
행복기금 운영기관이나 구체적인 수혜 대상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다만 기존 신용회복기금을 운영하고 있는 캠코에 행복기금이 설치될 가능성이 인수위 안팎에서 유력하게 거론된다. 조속한 시행과 운영을 위해서는 경험있는 기관이 맡아야 한다는 의견에서다.
이에 대해 인수위 관계자는 "파산책 보다는 자활이 주요 목적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금융 소외계층 전반으로 대상이 확대되야 한다"며 "이런 충분한 운영 경험을 가지고 있는 금융기관이 주체가 돼야하지 않겠냐"는 말로 힘을 실었다.
박 당선인의 공약상, 자활 의지가 있는 금융 채무불이행자의 악성채권을 최대 50%(기초수급자 70%)까지 탕감해주고 상환은 8년에서 10년 동안 장기분할상환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나 1인당 1000만원 내에서 금리 20% 이상인 다중채무자(2곳 이상 금융기관 대출자)는 저금리 장기상환으로 갈아타게 하는 내용은 캠코가 운영중인 바꿔드림론 등 신용회복지원 제도와 유사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별도의 기구를 만드는 것은 법적인 문제 등 준비 과정이 빠른 시간 내 이루어지기는 어렵다"며 "창구를 일환화 할지 이원화 할지에 따라 캠코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행복기금 수혜를 받을 대상도 공약상 320만명의 채무불이행자 숫자가 정확하지 않고, 상환능력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점,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기준이 마련돼야 구체화될 것이라는 인수위 측의 설명이다.
다만 6개월 이상, 1년 미만의 채무불이행자가 우선 지원 대상으로 거론된다. 회생과 자활이 기금의 근본 취지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박 당선인은 25일 있었던 인수위 경제 1분과의 국정과제토론회에서 "18조원의 행복기금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서는 모럴 헤저드가 방지돼야 되고 또 형평성에 문제가 없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공약을 할 때 '자활 의지가 있는 분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다' 이런 것을 강조했고 분명하게 이것을 밝혔다"며 "그 자활 의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 또는 절차를 잘 만들어서 모럴 헤저드가 생기지 않도록 방지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정탁윤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