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12일 북한의 핵 실험 강행 소식을 긴급하게 타전한 주요 외신들은 "북한 김정은이 이번 실험으로 강대국의 압박에 정면으로 반항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북한 3차 핵 실험이 성공했는지 여부는 하루 이틀 혹은 길게는 몇 주가 소요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은 북한이 이번 실험에서 처음으로 농축우라늄 핵폭탄 실험에 성공했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로켓 발사를 통해 매우 정확한 궤도에 위성을 올려놓아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다. 앞으로 북한의 목표는 이 로켓에 실을 수 있는 소형의 핵탄두를 개발할 것이 될 것이라는 것이 국제사회의 관측이다.
이날 외신은 특히 북한이 이번 핵 실험으로 앞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은 중국 정부의 인내심을 시험하게 될 것이지만, 아직 중국이 북한에 대해 등을 돌리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고 전햇다.
◆ 북한, 중요한 시점에 실험 강행.. 성공 여부 관심
뉴욕타임스 등은 12일자 워싱턴발 기사를 통해 "한국 등 아시아 정부와 미국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제3차 핵 실험을 단행한 것으로 보이며 이전 실험 때보다 규모가 몇 배나 큰 것으로 관측됐다"고 전한 뒤 "김정은이 새 지도자로 등장한 뒤 핵 실험을 강행함으로써 미국은 물론 중국 등 열강의 자제 요구에 반항하고 새로운 관계 정립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한국 새 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있고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연두교서를 앞둔 시점에 실시한 북한의 이번 실험은 매우 중대한 시점에 이루어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중국 관영 신문이 사설을 통해 북한에게 "엄중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는 데도 북한이 굽히지 않은 점에 대해 주목하면서도,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이 보일 태도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같은날 기사를 통해 "핵 실험이 확인되면 유엔 안보리가 새로운 제재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은 이미 제재 조치에 대응하는 면역력을 길러왔고 중국이 계속 강경한 제재에는 반대하고 있어 그 결과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이날 앞서 AP통신은 단둥발 기사를 통해 "중국은 지난해 12월 북한의 로켓 발사 실험 이후 유엔의 대북 제재 강화에 동의하는 등 이례적으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면서, "북한의 이번 핵 실험은 이 같은 중국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 중국 태도 불확실… 북한의 인내심 실험
AP 통신은 중국이 비록 북한과 공산주의 혈맹의 관계를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김정은이 후계자로 등장한 뒤 북한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에 대해 검토해 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진핑 체제가 북한의 골치아픈 정책을 언제까지 계속 지원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민간 씽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동북아 정책연구센의 리처드 부시 소장은 "김정은은 시진핑이 방임주의적 태도를 견지할 것으로 생각했다면 놀라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학교 국제관계 전문가인 진찬롱 교수는 "중국은 김정은을 처음에는 환영했고 일부 지원도 했지만 어떤 감사의 표시도 없었고 당연한 일로 여기는 듯 했다"면서, "중국은 김정은과 친밀해지려고 했지만 성공적이지 못하자 매우 실망했다"고 중국과 북한의 최근 관계에 대해 분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북한을 여전히 한국 주둔 미군과 일본에 대응하는 완충지대로 보고 있고 또한 북한이 붕괴되면 대량의 난민이 국경을 넘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핵 실험 중단과 경제 개혁 압력을 높인다고 해도 마지막 북한과의 끈을 끊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AP통신은 덧붙였다.
미국 노틸러스 안전과 지속가능성 연구소의 로저 카바조스 북한 전문가는 "중국이 당장은 북한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미국 일본 등 추가 제재? 중국 협조 없인 '공수표'
뉴욕타임스 등은 오바마 정부가 이미 북한이 핵 실험을 강행할 경우 유엔을 통해 추가적인 제재에 나설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지만 사실 가장 예측 불가능한 북한에 대해 추가 제재에 나설 어떤 수단이 남아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아마도 중국으로부터 석유와 지원 중단이 가장 파괴력이 큰 제재 조치가 될 것이지만 중국이 이런 식으로 제재에 나설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한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북 핵 실험 관측 직후 "국제 사회와 협력하면서 일본 독자적인 제재에 나설 방침"을 밝혔지만 이미 북한의 교역이 막혀있고 미국과 동맹국이 북한의 해상 진출을 막고 있는 등 더이상 제재할 것이 많지 않기 때문에 거의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관측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북 핵 실험에 대해 "핵 무장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였다"면서, "유엔이 제재를 강화하더라도 북한이 더 반발하면서 추가 핵 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보일 수도 있어 한반도 긴장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신문은 "북한이 남북 군사분계선과 서해의 북방한계선(NLL)에서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면서 "북한은 김정은 독재 체재를 강화하는 한편 한반도 긴장을 높이면서 제재완화와 추가 경제지원을 얻어내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