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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아픈 곳 건드린 연준, 뭘 바랬나? '출구전략' 개시!

기사등록 : 2013-02-2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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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완화정책 유지, 길게 보며 빠져나갈 궁리

[뉴스핌=김사헌 기자]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1월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끝모르게 지속될 것 같던 공격적인 양적완화(QE) 정책이 생각보다 일찍 끝날 수도 있다는 점을 환기했다.

시장 참가자들이 아픈 것은 두 가지 때문이다. 먼저,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모두 연준의 지원 없이는 지금과 같은 활황장세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에 자존감에 상처를 입었다. 그 다음, 미국 경제가 좋아진다고 하지만 어떤 시점에 지원을 없애면 과연 무사하겠느냐는 생각에 따라 '신뢰'가 흔들리는 아픔을 느낀 것이다. 최근 주요 20개국(G20)의 공동성명서를 보고서 주요 선진국의 완화정책이 전면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발빠른 분석과 기대를 했기 때문에 더 아팠을 수도 있다.

5년래 최처 바닥을 더듬던 공포지수 VIX는 위로 치솟았다. 미국 달러화지수가 크게 상승하고 유로화 가치는 6주 최고치로 뛰어 올랐다. 5년 전 사상 최고치에 접근하던 미국 증시가 이틀 연속 하락한 가운데, 4년반 최고치를 구가하던 전 세계 주가지수가 1% 이상 조정받았다.


◆ 1월 FOMC, 추가 자산매입 정책의 '이익비용 분석' 논의

지난 20일 공개된 연준의 1월 의사록에 따르면 공개시장위원회는 추가적인 자산매입 정책의 혜택과 비용에 대해 논의했다. 대다수 참가자들은 이 정책이 갖는 혜택에 대해 의견을 같이 했다. 하지만 다수 참가자들은 이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과 위험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몇몇은 갑작스럽게 출구전략을 구사해야 하는 상황이 올 위험에 대해, 일부는 인플레이션 유발 위험을 그리고 상당수는 이 정책이 시장의 쏠림현상을 유발할 위험을 각각 우려했다. 몇몇 참가자들은 매우 대규모의 장기채권을 보유하던 연준이 금리가 상승할 때 입을 손실 위험에 대해서, 또다른 몇몇은 이러한 정책이 금융시장의 기능을 저해할 위험에 대해서 우려했다.

의사록은 일부 참가자들이 공개시장위원회에 경제전망의 변화, 관련 정책의 이익비용 변화에 따라 자산매입 속도를 조절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물론 일부 참가자들은 연준이 증권 매입을 통한 완화정책을 출구전략 원칙에 따른 시점보다 좀 더 오래 끌고 가거나, 자산매입을 대신하는 정책을 도입할 필요성에 대해 주장하기도 했다.

의사록은 이런 의견을 제출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명시하지 않지만, 우리가 봐야 하는 인물은 제임스 블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와 자넷 옐런 연준 부의장 그리고 찰스 에반스 총재와 같이 최근 연준의 정책 변화를 주도하거나 사전에 잘 예측하도록 시장에 힌트를 준 인물이다.

연준의 최근 정책변화를 주도한 인물은 먼저 에반스 총재다. 지난해 12월 정책회의에서 2.5% 물가상승률과 6.5%의 실업률 목표에 통화정책을 맞추는 이른바 '에반스 룰'의 도입을 주도했다.

블라드 총재는 좀 더 낙관적인 경제전망과 테일러준칙을 강조하면서 과도한 완화정책이 가져올 위험에 대해 경고해왔다. 이번 1월 FOMC의 양적완화에 대한 논쟁에서 주도적인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옐런 부의장은 2014년 임기가 만료되는 벤 버냉키 현 연준 의장을 이을 차기 총재 후보로 꼽히면서, 또한 연준 내의 '온건파'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최근 2007년 연준 논의 내용이 공개되면서 버냉키 의장이 주택시장 위험을 과소평가했던 것과 달리 옐런 총재는 조기 대응을 주문했던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 "충분한 고용시장 회복이 이루어질 때까지"

에반스 총재는 최근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면서 "올해와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은 각각 2.5%와 3.5% 수준이 되겠지만, 실업률은 내년에도 7%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연준이 특정한 경제 여건에 맞추어 통화정책을 연동하기로 한 것은 인플레이션 발생을 억제하면서 경기 부양을 지속하기 위한 것이며, 또한 금융시장에는 경기가 반등하더라도 기준금리가 당분간 낮게 유지될 것임을 확신하도록 하여 추가적인 완화정책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에반스 총재는 특히 2005년 중반까지는 실업률 6.5%가 달성되기 힘들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그는 "고용시장 전망이 분명한 개선 신호를 보낼 때까지 6개월에서 1년 정도 더 채권매입 프로그램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도 드러낸 바 있다.

앞서 '에반스 룰' 주도자의 언급을 보자면, 양적완화 정책이 생각보다 일찍 끝날 수 있다는 금융시장의 가장 큰 우려는 해소된다. 따라서 금융시장의 혼란은 생각보다 일찍 회복될 것 같다. 미국 경제를 비롯해 주요 선진국 경제의 여건이 아직 완화정책을 빠르게 거두어들일만큼 강력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연준의 자산매입 정책이 언젠가는 규모가 줄면서 끝이 날 것이란 점은 그 출발부터 분명했다. "무제한"이란 용어는 "unlimited"가 아니라 "open-ended"를 일컫는 말이었다. 정확하게 번역하자면 '끝이 확정적이지 않은 불확실한' 정책인데, 좋게 말해서 무제한으로 해석한 것이다.


◆ "연준 정책기조, 준칙에 비해 크게 완화적"

이번 주 연준의 의사록이 시장에 한바탕 소란을 불러일으키리라는 것은 이미 예고가 됐다. 지난주 제임스 블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연준의 정책 기조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완화적(easier)"이라면서, "너무 깊이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고 경고한 것이 본격적인 발동을 걸었다.

블라드 총재는 당시 "그림자 금리로 보면 현행 제로금리 정책은 마이너스 5%(-5%)에 해당하는데, 테일러준칙에 따른 권고 금리는 마이너스 2%로 크게 차이가 난다"면서, "평균으로 보더라도 약 250bp 정도 낮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라드 총재는 연준이 최근 선택한 '에반스 룰(Evans Rule)', 혹은 '문턱(thresholds) 제시 정책'에 대해 강조했다. 연준은 최근 특정 시점까지 제로금리 정책을 고수한다는 입장에서 2.5% 물가상승률과 6.5% 실업률을 금리인상 개시 지점으로 설정했다. 이렇게 해서 미국 경제가 특정시점까지는 좋지 않을 것이란 비관적 견해를 없애는 장점을 얻었지만, '문턱'은 생각보다 빠른 시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세인트루이스 연준은 미국 실업률 6.5%가 2014년 6월까지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테일러준칙에 따르자면 이 경우 2013년 8월부터는 금리를 인상해야 하지만, 완화정책의 최적 달성을 위해 조금 더 긴 기간 제로 금리를 유지하는 추가적인 '메이크업' 기간을 두어서 2014년 중반부터 금리를 올리는 정책을 구사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블라드 총재는 양적완화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고용시장이 크게 개선될 때까지 'open-ended'로 끌고 가는 정책이기 때문에, 고용시장 개선 소식이 나온다고 당장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2차 양적완화 이후에는 기대인플레이션이 실제로 상승하기 시작했고, 연준의 대차대조표 규모가 국내총생산(GD) 규모에 비하자면 작지만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매입채권 가치가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통화정책 결정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 "6.5% 실업률, 2.5% 물가, 트리거로 보지 마"

쟁점은 위기 이후 미국 경제 회복이 어떠했나, 앞으로 어떠할 것인가 쪽으로 이동한다. 회복이 생각보다 빠르다면 연준은 출구전략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해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당분간 완화기조를 유지하면 된다.

이에 대해 자넷 옐런 연준 부의장은 최근 강연에서 "6.5% 실업률과 2% 안정목표를 0.5%포인트 상회하는 물가라는 '문턱'을 마치 금리인상을 이끄는 '트리거(방아쇠)'로 보면 안 된다"면서, "이 정도 수준까지 경제가 회복되면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일 뿐 확실한 약속을 하는 것이 아니라"라고 선을 그었다.

또 그녀는 "이러한 '문턱'을 설정한 정책 운용은 연준의 장기적인 목표가 변경되었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며, 여전히 장기적으로는 5.2%~6%의 자연실업률과 2% 물가 안정 목표는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1월 정책회의 때 밝혔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책의 운용 방식의 변화는 "상황에 따른 균형적 접근방식"이란 얘기다.

옐런 부의장은 "경제 정책이란 것이 때로는 장기 목표에서 좀 벗어나기도 하는 것이고, 따라서 특정 '문턱'이란 것이 실업률과 물가의 어떤 바닥선이나 한계점을 설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옐런 부의장은 특정 목표의 도달 시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고통스럽게 느린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 회복"이라고 최근 미국 경제 회복과 관련한 진단을 내놓았다.

과거 대공황 경험과 함께 다양한 경기침체 이후 경기 회복의 특징을 비교하면서, 현재의 경제와 일자리 회복은 훨씬 더 느린 특징을 보여준다는데 주목했다.

옐런 부의장은 과거 위기 이후 경기회복은 재정부양 노력과 주택시장의 회복 그리고 경기가 좀 더 나아질 것이란 경제 주체의 신념이 순풍으로 작용하기 마련인데, 이번 경우는 유럽의 재정 및 금융 위기가 유로존의 경기 침체는 물론 세계경기 둔화까지 이어지는 충격에 직면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이례적인 제로금리와 양적완화까지 동원한 통화정책이 분명히 효과는 있었지만, 과거처럼 소비지출 부양에는 실패한 것을 지적했다. 과도한 가계의 부채 수준과 신용 접근의 제한 등이 제약 요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 양적완화 정책과 달러화 자산: 출구전략의 개시 준비!

연준 내에 강경파보다는 온건파가 다수이고, 또한 주도력을 갖는 인물도 온건파라는 점에서 당분간 연준의 양적 완화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오랜 기간 완화정책의 효과가 소진되어 가는 시점에서 논의의 판도를 가르는 것은 소수의 강경파가 될 수 있다.

금융 위기 이후 미국 경제정책의 변화도 봐야 한다. 오바마 정부는 사실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달러화 약세 정책을 구사했다. 이러한 정책은 다만 위기 발생 이후 글로벌 안전도피에 따른 달러화 강세로 인한 상쇄 효과에 직면했는데, 그래도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더 과도했을 달러화 강세의 부담을 해소"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양적완화 정책이 내수를 부양하는 데는 실패하고, 주택가격 하락세도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는 가운데 달러화 약세가 능사는 아닌 상황이 됐다. 내수 부양에는 통화 약세보다는 통화 강세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바마 1기에 이어 2기는 셰일가스 혁명과 제조업의 새로운 부활을 노리고 있다. 이는 통화 약세를 통한 수출 경쟁력을 노리는 과거 정책과 달리 에너지 가격의 급격한 완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라는 전략 위에 서 있다.

미국는  경제 회복세가 선진국들 중에서 가장 좋은 편이고 주택시장도 본격적인 성장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한 경제 주체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월 850억 달러의 국채 직매입으로 바꿨지만 시중 금리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상황에 직면했다.

최근 마틴 펠드스틴 하버드대 교수는 칼럼을 통해 "연준의 임포턴스"에 대해 지적했다. "오퍼레이션트위스트를 추가 장기국채 매입으로 전환해 대거 국채를 매입했지만 금리가 꼼짝달싹하기는 커녕 오히려 꾸준이 상승한 것은 더 이상 통화정책이 유용한 정책 수단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사실 금리가 계속 상승할 경우 국채 매입 정책에 대규모 자본손실이라는 차질이 발생할 뿐 아니라, 미 국채 자산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이탈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

앞서 블라드 총재는 금리가 상승하면 대규모 매입 자산에서 손실이 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1월 연준 의사록에서도 이 같은 위험을 지목한 참가자가 있다고 확인됐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기 회복에 따라 연준은 '쓸모 없게 된" 추가 양적완화 정책의 출구전략을 서서히 전개하면서, 이 과정에서 부족한 국채 자산에 대한 수요는 해외에서 채워야 한다.

일본의 공격적인 통화 완화정책의 전개와 엔화 약세를 용인하는 것은, 일본이 부족해지는 미 국채 수요를 대거 메워줄 것이란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G7과 G20에서 '경쟁적인 평가절하'를 지양하고 '경쟁적 완화정책'을 지향한 것은, 글로벌 중앙은행의 경쟁적 완화정책을 통해 형성된 자금이 해외채권의 구매, 특히 여기서는 연준의 출구전략이 구사될 때 넘쳐나게 될 달러화 자산의 구매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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