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마리사 메이어 야후 최고경영자(CEO)의 새로운 시도가 뜨거운 논란을 낳으며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7월 첫 아이를 임신한 상태에서 위기의 야후를 이끌게 된 메이어 CEO는 최근 재택 근무를 없앨 것을 결정했다. 직원들이 모여 상호작용을 해야 회사가 추진력을 갖고 일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구글에서 배운 것을 그대로 적용하려는 것인데, 사내는 물론 외부에서까지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 야후, 재택근무 금지령.. 반론 '시끌시끌'
야후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사내 메일로 전 직원에게 이렇게 통보했다. "우리 모두는 곁에서 일할 필요가 있다. 최선의 결정이나 직관들은 복도나 카페테리아에서의 대화에서 나오거나 즉흥적인 팀 미팅에서 비롯된다. 집에서 일할 때엔 속도와 직절 저하가 종종 이뤄진다. 우리는 하나의 야후가 될 필요가 있으며 물리적으로 함께 있도록 하자"
야후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까지 반론이 즉각적으로 나왔다.
일하는 엄마들을 대표하는 사이트 워킹마더(Working mother)의 대변인 제니퍼 오웬스는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메이어 CEO의 계획은 회사를 지난 세기로 돌려놓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리사 메이어 야후 최고경영자(CEO)(출처=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 |
그리고 자신은 가디언과 매일 이메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아이들을 돌보고 주말에 아이 아빠가 도울 수 있을 때 일을 보충하는 식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는 지도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의 일하는 엄마들을 위한 코너인 '마미 파일(The Mommy Files)'에도 비슷한 주장이 실렸다.
출산 2주만에 복귀한 메이어 CEO가 일하는 엄마들이 충분히 누릴 가치가 있는 10주의 출산휴가를 제대로 쓰지 못하게 하더니 이제는 엄마들을 마초 스타일의 기준에 맞추려고 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 무조건 회사 컴퓨터 앞에서 밤 늦게까지 일하게 하면서 아이들이 잠든 이후에나 퇴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너무 실망스럽다는 것이다.
그리고 메이어 CEO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모든 직원들이 풀타임으로 아이 봐주는 사람을 쓰거나 할 여유가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재택근무를 하게 함으로써 각 가정들은 아이 보육에 들어가는 돈을 줄일 수 있도록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하는 엄마들만 비난에 나선게 아니다. 리차드 브랜슨 영국 버진그룹 회장도 야후의 이 결정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브랜슨 회장은 버진그룹 웹사이트에 있는 자신의 블로그에 "재택근무가 훨씬 용이해지고 전보다 더 효율적인 것이 판명되고 있는데 이런 조치를 내리는 건 옛적으로 돌아가려는 것"이라고 썼다.
미국인들의 상당수는 재택근무를 원하고 있다. 지난해 해리스 인터랙티브가 3900명의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9%가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고, 33%는 "집에서 일하는 것이 회사 사무실에서 일할 때보다 능력 발휘가 더 잘 된다"고 답했다. 미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된 미국인의 24%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63%의 기업도 재택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2005년 34%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 재택근무는 '뜨거운 감자'.. 없애는 기업도 적잖아
뉴욕타임스(NYT)는 그러나 야후뿐 아니라 다른 미국 기업들도 점차 재택근무를 줄이고 있는 추세인 것도 맞다고 보도했다.
아마존 소유의 전자상거래 업체 자포스는 원라 일부 사원들을 재택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가 최근 이를 금지했다. 이 회사는 사무실의 문들도 하나를 남기고는 다 잠근다. 그래야 직원들이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는 것. 이 회사 관계자는 "이렇게 함으로써 직원들끼리 우연히 만날 기회를 극대화하고 있다"면서 "우리 회사의 성공은 사내 문화에서 나온다. 우리의 비전은 이메일을 통해선 나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
NYT는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재택근무나 유연근무제를 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에트나의 경우 직원들의 47%가 재택근무를 하는데 2005년 이 비중이 9%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많이 늘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부동산 비용을 7800만달러를 아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부즈앨런도 '호텔링(hoteling)'이라고 부르는 시스템을 두고 있다. 다른 곳의 지사에서라도 근무만 하면 되도록 한 것이다. 이 회사에 다니는 크리스토퍼 칼슨은 워싱턴 D.C.에서 일했다가 현재 자신의 집이 있는 플로리다 지사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면서 나이든 자신의 부모를 모실 수 있게 됐다. 그는 "내 일과 삶을 통합함으로써 둘 모두에서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 '구글 스피리트' 이식을 위한 초강수
이렇게 찬반 양론이 격돌할 것이 분명한데도 메이어 CEO가 재택근무를 없애는 강수를 둔 것은 자신이 성공적이라고 봤던 구글 스타일, 구글 정신을 야후에 이식하기 위해서란 분석이다.
마리사 메이어 야후 최고경영자(CEO)(출처=가디언) |
재택근무를 하는 것이 생산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많지만, 혁신에 있어선 약점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의 존 설리반 교수는 "혁신을 원한다면 상호작용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생산성을 원한다면 직원들을 재택근무시키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