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권지언 기자] 경영 악화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샤프가 차세대 액정표시장치(LCD) 신기술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샤프가 '이그조(IGZO)'라고 불리는 액정 패널 기술 개발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삼성전자가 샤프에 투자한 것은 이러한 최신 기술력 때문이라는 관측도 제기된 바 있다.
IGZO는 인듐갈륨아연 산화물의 약자로 LCD를 만들 때 사용되는 반도체 물질을 뜻한다. IGZO는 기존 실리콘 소재 액정보다 배터리 수명이 두 배 더 길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액정에 사용될 때 더 정교한 이미지 뿐만 아니라 기존 제품보다 5배 높은 민감도를 보장해주는 기술로 평가 받고 있다.
오쿠다 다카시 샤프 회장은 지난해에도 한 기자회견에서 IGZO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 당시 그는 “IGZO가 샤프를 구원할 기술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NPD디스플레이리서치 애널리스트 하야세 히로시 역시 신기술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드러내며 “IGZO는 획기적 기술이 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IGZO가 대상으로 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 역시 전망을 밝게 한다.
리서치 회사 IDC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경우 지난 4/4분기 글로벌 선적량은 2194만 대로 전년 대비 36% 늘었고, 태블릿의 경우는 5250만대로 75%나 급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샤프가 맞닥뜨린 자금난이 심각한 수준이어서 IGZO 개발 만으로는 극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 데자와 코타는 “IGZO는 상당히 경쟁력 있는 기술이지만 이것 만으로 샤프가 모든 문제를 극복하고 부활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샤프의 재정난이 너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글로벌 주요 전자업체들이 모든 부품의 공급 안정성을 유지하고 가격 협상력을 갖추기 위해 적어도 두 곳 이상의 공급업체와 거래하고 있는 구조를 감안하면, IGZO가 독점 기술이라는 점이 샤프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디스플레이리서치의 하야세는 “샤프가 IGZO 패널을 전 세계적으로 마케팅하기 위해서는 샤프를 단일 공급자로 두고 거래할 글로벌 주요 클라이언트가 필요하고, 삼성이 그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 104억 엔 출자에 나서겠다며 샤프 구원투수를 자처한 삼성전자는 다만 IGZO와 관련한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