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권지언 기자] 삼성전자가 구원투수로 나선 샤프가 새로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암울한 전망들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25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샤프가 핵심 자산을 포기하라는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할 생각이 없어 신규 자금조달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거의 남지 않았고, 경영진 역시 경영 전략에 혼선을 초래하며 투자자들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년 연속 적자난을 겪고 있는 샤프의 현재 부채 규모는 이자를 포함해 124억 달러로, 보유 현금의 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샤프가 이 달 일본 현지은행 세 곳에서 받은 300억 엔 규모 대출은 오는 6월 만기가 돌아오고, 9월 말에는 2000억 엔 규모의 채권 만기도 예정돼 있는 상황.
최근 삼성전자가 104억 엔 출자에 나서겠다며 샤프 지원사격에 나섰지만 필요한 자금 액수에는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그나마 투자 계획을 밝혔던 퀄컴도 이달 말로 예정됐던 1억 2000만 달러 투자를 연기한 상태.
대만의 혼하이정밀도 26일까지 샤프 지분 9.9%를 669억 엔에 인수키로 했지만 계약이 이행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SMBC프랜드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사카이 히로시는 "샤프가 쓸 수 있는 자금조달 옵션이 점점 줄고 있다"면서 "샤프에 대출을 제공한 은행들의 역할이 결국은 더 커질 것이고, 일부 영업부문 매각과 같은 급진적인 조치들을 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샤프 채권단은 이미 자산 혹은 사업부문 매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샤프 경영진은 추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기에 앞서 자금 조달에 최대한 나서보겠다는 입장이다.
샤프는 최근 도쿄 본사 건물을 매각하는 한편 일본 국내 제조시설 두 곳에서의 생산 규모를 축소했고, 전 세계 직원 5000명 감원 계획까지 내놓는 등 이미 구조조정에 일부 나선 상태다.
앞서 삼성이 추진했던 복사기 사업부 인수 역시 채권단의 권고에도 불구, 샤프 경영진의 고집으로 무산된 것이다.
WSJ는 또 채권단 및 투자자들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오쿠다 다카시 샤프 현 회장 뿐만 아니라 가타야마 미키오, 마치다 가쓰히코 전 회장들까지 가세하면서 오히려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타야마 전 회장은 삼성 및 퀄컴과 진행된 투자 논의에, 마치다 전 회장은 혼하이와의 협상에 적극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샤프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누가 지휘봉을 잡고 있는지가 불분명하다”면서 “샤프의 '지배구조(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나카야마 미유키 샤프 대변인은 “분명히 오쿠다 다카시 현 회장이 지휘하고 있으며, 이사회 대표직을 맡을 뿐만 아니라 모든 의사결정에도 관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 샤프가 막대한 자금 조달을 위해 올 여름 신규 주식발행에 나설 가능성이 있지만 자금 지원을 하겠다는 업체가 더 있어야 투자 신뢰도가 높아져 주식발행 역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나마 남은 옵션 중 하나는 업계 경쟁업체보다 엄격한 조건으로 사모펀드의 투자를 받는 것이지만, 샤프가 현재 특정 사모펀드와 논의중인 투자건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한편 이날 니혼게이자이는 샤프가 일본 IBM과 공동 출자하고 있는 정보시스템 회사의 지분 전체(51%)를 일본 IBM에 오는 4월 1일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구체적인 매각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