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권지언 기자]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꺼내든 유례없는 통화완화 카드에 금융시장이 연일 긍정적으로 화답, 이번 정책이 좋은 방향에서 충격을 주는데 성공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 같은 화려한 출발이 실물경제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5일 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구로다 총재가 시라카와 마사아키 등 전직 BOJ 총재들과는 확실히 다른 통화정책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시라카와 총재는 일본의 완화 정책이 미국이나 유럽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BOJ의 실질 자산성장세가 서방국보다 한참 뒤쳐진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하지만 구로다 총재가 제시한 통화정책으로 BOJ 자산은 2014년 말까지 290조 엔으로 불어날 예정이다. 지난해 말 대비 1.8배가 늘어나는 셈이다.
또 BOJ가 2% 물가목표 달성 시한을 “약 2년 내”라고 규정지은 것도 “가능한 빠른 시일내로”라는모호한 표현에서 한 걸음 나아간 것이다. 구로다 총재는 2년이란 기한은 글로벌 중앙 은행들 사이에서는 표준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신문은 매입 국채 대상을 모든 만기물로 정하는 것 역시 미국 등이 이미 채택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BOJ는 매입 만기 대상을 40년물까지로 확대했다.
이번 조치가 예상보다 과감했다는 것은 시장 반응에서도 바로 드러났다.
4일 통화정책 결과발표 전까지 하락하던 일본 증시는 2% 반등세로 마감했고, 93엔을 밑돌던 달러/엔 환율은 발표 뒤 95엔 부근까지 올랐다.
금융시장은 5일 역시 민감한 반응을 이어갔는데, 일본 증시는 오전 한 때 4% 넘게까지 오르다가 전날보다 1.6% 상승한 수준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엔 환율도 오전 한 때 97.19엔까지 치솟으며 3년반래 최고치를 찍은 뒤 오후엔 96엔 수준에 거래됐다. 10년물 일본국채(JGB) 금리도 한 때 0.315%까지 밀리며 사상 최저치를 경신한 뒤 오후에는 0.5% 위로 오른 상태다.
파인브릿진인베스트먼트의 마에노 테츠시는 “BOJ 조치가 기대를 훌쩍 뛰어 넘었다”고 평가했고, 노무라증권의 외환전략가 이케다 유노스케는 달러/엔 환율 반응이 “환율 개입시와 비슷할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BOJ가 시장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파격 조치를 발표하긴 했지만, 청문회 등 구로다 총재의 바쁜 스케줄로 충분한 내부 조율 과정은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통화정책회의에 앞서 한 BOJ위원은 “구로다 총재와 논의할 시간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고, 한 정부 관계자 역시도 “시간 부족으로 BOJ가 충분히 과감한 조치를 발표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신문은 또 민간 부문 리서치기관들이 2년 내 2% 물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CPI가 2년 내로 2%까지 오르려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세는 2년 안에 신흥경제국의 성장률 수준인 4%대로 올라야 한다는 분석이다.
구로다 총재 역시 한 기자회견에서 물가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BOJ의 과감한 정책 시도가 실물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늘려 기업 투자와 소비가 함께 살아나야 하는데 과연 이것이 가능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