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10일부터 이틀 간 브루나이에서 개최되는 아세안 정상회의 사전 준비를 위한 장관급 회담에서 가장 부각되는 쟁점은 '국제 자본흐름 통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지역 정책 당국은 과거와 달리 '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해 이 문제에 대응할 힘이 생겼다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주목된다.
앞서 선진국들이 강력한 완화 통화정책을 지속하는 가운데 고수익을 좇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경제로 몰려들고 있어 앞으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 우려된다. 급격한 자본유입에 따라 자산시장에 거품이 발생하거나 경기 과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세안 회원국의 정책당국자들도 이 문제에 대한 높은 인식과 대응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오늘 24일부터 이틀간 브루나이에서 열리는 제22차 아세안 정상회담을 앞두고 회원국 정책당국은 아젠다 정리 작업에 나서고 있다. 특히 자본통제 혹은 거시건전성 대책이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수 푸리시마 필리핀 재무장관은 지난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대담에서 "자본 유입 문제는 모든 신흥시장이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라면서, "필리핀은 재무부와 중앙은행이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가능한 한 유입된 자본이 인프라 투자로 연결되는 것이 우리 바램"이라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넘칠 때 빠르게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의 파괴적인 거품을 유발하기 보다믄 인프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식으로 이를 흡수해 경제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거품 발생 위험은 주요 국제기구도 우려하는 대목이다. 9일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 후반부를 발표한 국제통화기금(IMF)도 중앙은행의 완화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해도 경제적 불균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산거품 붕괴의 교훈을 새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시노하라 나오유키 IMF 부총재는 "특정 국가를 거론할 수는 없지만, 저소득 아세안 회원국들이 5%~6% 선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특히 프론티어 아시아국가들은 더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부문의 과열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시노하라 부총재는 "성장률이 높기 때문에 이 같은 변화가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당장 위기가 임박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추세가 형성되면 이를 제어하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정책당국은 시장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면서 필요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흥국들은 IMF의 조율에 따라 '거시건전성 정책'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서는 급격한 자본 유입과 이탈 상황에 잘 대응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싱가포르 재무장관은 "부동산 영역에 인지세 부과나 대출기준 강화 등 비전통적인 조치를 취하는 등 거시건전성 정책을 구사하게 된 것은 막대한 유동성이 형성된 현실에서 이 정책이 과거와 달리 통상적인 정책의 영역에 속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의 강력한 양적완화 정책이 신흥국에 미칠 영향은 계속해서 중요한 지역 정책당국의 우려 요인이었지만, 그만큼 지역경제 차원에서의 공동 대응을 위한 의지도 강해졌다.
압드 라만 이브라힘 브루나이 재무차관은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 충격이 우리에게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지금은 지역 정책당국들이 힘을 합쳐 이 문제를 관찰하면서 잠재적인 변동성을 억제할 수 있게 됐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태국 중앙은행의 크릭 반니쿨 부총재는 아세안 국가로 유입되는 핫머니에 대해 "미국이 양적완화를 지속하고 일본이 강력한 유사 정책을 구사하는 데다 유로존까지 가세할 경우 이 자금이 어디로 가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한 두 달, 혹은 1~2년에 끝날 문제가 아니라면 이런 여건 속에서 살아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만도 데탕코 필리핀 중앙은행 총재는 "선진국 경제가 아직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 돈을 투입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때문에 신흥시장으로 자본유입이나 환율, 자산거품 변동성 등 자본흐름과 관련된 문제가 생기겠지만, 아시아 국가들도 부정적인 영향을 극복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