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서정은 기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엔/달러 환율이 120엔까지 갈 거라고 생각해요."
25일 증권사 해외영업 담당자들에 따르면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엔저에 대한 극단적인 가정이 배경이다.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이 가정하는 엔/달러 수준은 100엔부터 최대 120엔 이상이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엔저효과로 일본 주요기업의 수익이 올해 4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증권사 해외영업 담당자는 "해외 기관들의 엔저에 대한 선호는 상상 이상"이라며 "기관들은 달러 위주로 환산해서 사다보니 멀리 내다볼 때 일본 증시가 강해지면 fx마진과 매매차익 두 가지 다 노릴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담당자는 이어 "아베가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돈을 찍겠다'라며 경기부양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던 만큼 이후 자산가치 상승 등 파급효과까지 생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을 팔고, 일본 주식을 사고 있다. 지난 12일 이후 10거래일 째 외국인들은 코스피에서 총 2조7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반면 일본 동경거래소에서 외국인들은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한 주간 약 1조6000억엔 어치를 순매수, 역대 최대 규모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준홍 우리투자증권 해외영업부장은 "대외적으로는 엔화약세가 작용하고 있고, 대내적으로는 정책에 대한 실망감을 외국인들이 크게 느끼고 있다"며 "특히 유럽이나 중동 투자자들이 그런 시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일본과 한국의 글로벌 지위의 차이를 언급하기도 했다.
다른 증권사 해외영업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지금 상태가 선진국에는 자금이 유입되고, 이머징국가에는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며 "외국인들이 일본은 선진국, 한국은 이머징국가로 생각하기 때문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증시를 떠나는 외국인들을 사로잡을만한 무기가 없다는 것이 더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이준홍 부장은 "국내 증시에 실망한 외국인들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추경 실망감, 엔저를 짓누를만한 재료가 있어야 한다"면서도 "국내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적 기조가 뚜렷하게 나오지 않는 이상 이런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서정은 기자 (love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