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산업부 기자] 북한이 26일 우리 정부의 남북 실무회담 제안을 거부하면서 남북관계의 최후의 보루인 개성공단이 폐쇄 위기에 몰렸다. 정부는 개성공단 잔류 인원 전원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아산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우려하던 정부의 강경조치가 취해지자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당혹감 속에서 무교동 협의회 사무실에서 모여 입장 표명을 준비 중이고, 현대아산 측은 "안타깝고 참담한 상황"이라는 말로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당혹스러운 입주기업들..피해 적지 않을 듯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후 6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부당한(대화거부) 조치로 개성공단에 체류하는 우리 국민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어 정부는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해 잔류 인원 전원을 귀환시키는 불가피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북한 국방위원회가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정상화 회담제의를 거부하면서 이에 대한 강경 대응을 결정에 나선 것이다. 특히 철수 권고가 아닌 철수 결정은 당초 예상보다 강수를 뒀둔 것으로 평가된다.
개성공단 조업 재개에 희망을 갖던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관련 개성공단기업협회는 "남과 북이 합의한 50년간 투자 보장이 확고하게 지켜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해왔다.
오는 30일 예정됐던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범 경제인 촉구대회'를 준비중인 중소기업중앙회도 당혹스러운 기색은 마찬가지다.
실제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이에 따른 피해는 적지 않다.
개성공단에 직접 투자된 액수만 약 6000억원에 달하지만 납기 연장 및 업무 차질 등으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겪는 피해는 더욱 크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주요 패션업계가 개성공단에서 의류 등을 납품받고 있다”며 “시즌별 제품 판매 시기가 중요한 만큼 개성공단 연기에 따른 피해도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개성공단이 폐쇄된다면 입주기업 및 협력업체의 동반 부도로 피해규모가 수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재권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아직 정확한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총 피해액은 조 단위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 개성공단 마저..숙원사업 어쩌나
입주기업들 만큼 참담한 것은 현대그룹도 마찬가지다. 금강산, 개성관광 등의 대북사업이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개성공단 패쇄 가능성이 부상하면서 개발사업 전반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아산은 이번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대책회의에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금강산 등 대북사업의 전례로 볼 때 현대아산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뽀족한 방법은 없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개성공업지구 총 개발 사업자인만큼 안타깝고 참담한 상황"이라며 "지금 상황에선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고 상황을 주시하면서 현지 문제를 긍정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현대아산은 북한과 '개상공업지구 건설 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고 개성공단 총개발권 및 사회간접자본 시공을 맡아왔다. 이를 위해 현대아산이 북한에 투자한 자금은 319억원이 넘는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입주기업과 협력업체의 동반 부도로 직접적인 피해액만 6조원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