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프랑스와 독일의 불편한 관계가 갑자기 수면 위로 부상했다. 프랑스 집권 사회당 문건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이기적이고 비타협적"이라고 비난한 것이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를 통해 알려지면서다.
이번 사태는 유럽 지도부 내에서 독일이 주도하는 긴축정책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늘어나던 차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됐다. 그 동안 메르켈 총리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해 온 프랑수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26일 자 르몽드 지는 웹사이트를 통해 프랑스 사회당의 내부 보고서에서 메르켈 총리는 긴축 정책에 대해 이기적이며 비타협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비난하고, 영국은 "대처를 신봉하는 총리"라는 비판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출처: 르몽드 기사 페이지 캡쳐 화면 |
이 보고서는 "유럽의 전망이 유럽을 선택적으로 논쟁의 장으로 보는 대처주의적인 현 영국 총리와 오로지 독일인의 예금, 무역수지 그리고 자신의 선거 당선 여부만 중시하는 이기주의적이고 비타협적인 앙겔라 메르켈 사이의 정략결혼으로 인해 막혀 있다"고" 주장했다.
문서는 원래 유로존 위기에 대한 데이빗 카메론 정부 시절 영국을 포함해 우파 정권의 대응 방식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는 것이었는데, 정작 가장 강력한 비난은 메르켈 총리에게 가 있었던 것.
메르켈 정부는 긴축정책의 압력을 줄이자는 유럽위원회의 주세 마누엘 바로수 위원장, 엔리코 레타 이탈리아 총리 지명자 등의 요구에 반대했다. 이 가운데 스페인 정부는 EU의 재정적자 목표를 달성하려면 2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무엇보다 프랑스 정부와의 관계 악화가 가장 큰 해결과제로 부상했다.
같은날 르몽드 지 보도를 인용한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의하면 니콜라스 사르코지 전 대통령 시절 총리를 맡았던 프랑수와 필롱 씨는 "양국 관계가 이렇게까지 나빴던 적이 흔치 않다"고 논평했다.
프랑스 사회당 관계자는 내부 보고서의 메르켈 총리 등에 대한 언급이 최종 보고서에서는 삭제됐다는 점을 알리면서, 하지만 재정긴축 정책이 사회당 내에서 매우 중대한 문제로 떠올랐다는 점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출처: 파이낸셜타임스 기사화면 캡쳐 |
보고서는 프랑스와 독일의 우호관계가 메르켈의 유럽정책에 대한 친화와는 달라야 한다"면서 전 사르코지 정부를 비판한다.
올랑드 정부는 취약해지는 경제 때문에 EU가 요구하는 예산적자 목표치 달성 시점을 늦추려하고 있고, 이를 위해 독일 등 회원국들의 지지를 필요로 한다. 독일 정부 관계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지지 성명을 내놓았지만, 아직 사적인 견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폭로된 프랑스 사회당 내부 문건은 표면 아래 잠재되어 있던, 독일의 지배적인 지위에 대해 노골적인 분개심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6월로 예정된 유럽의 미래에 대한 사회당 컨퍼런스에 앞서 마련된 이번 내부 보고서는 올랑드 대통령이 자유무역과 재정긴축 만이 살 길이라는 보수주의적 정부들의 냉소적인 태도에 대해 다른 대안적인 유럽경제의 성장 비전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바로수 EC 위원장에 대해서 "봉건주의적 보수주의 국가들의 수감자"라고 비판하면서, 그리스와 스페인에게 부과된 긴축 계획을 재협상하고 더 강력한 예산통제를 담은 유럽안정협약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보고서는 유럽 구제기금인 유럽안정기구(ESM)에게 금융사업면허를 제공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의 자금대출 창구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유로존 국채(부채)의 상호공유(mutualizaton, 상호부조)를 포함하는, 독일이 계속 반대해 온 프랑스적인 위기 대응책을 지지했다.
이들은 "프랑스 사회주의자가 원하는 것은 유럽이다. 우파의 유럽과 규제완화, 탈공업화, 탈통합 등 우파의 3막극과는 싸운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