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연임하지 않겠다.”
29일 오후 3시 서울 명동 KB금융지주에서 갑자기 열린 기자간담회. 어윤대(사진) KB금융지주 회장의 첫 발언의 내용은 연임 가능성을 불식시키는 것이었다. “다음 달 (회장후보) 추대위원회가 열리는데 앞서 뜻을 전해야 한다. 사외이사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연임하지 않겠다. 고려대 총장을 한 사람이 자리에 연연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보기 좋지 않다.”
“두 가지 말하겠다”며 거취에 대해 확실히 했지만, 3년간의 KB금융 CEO로서 감회와 우리나라 금융산업에 대한 조언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사실상 ‘퇴임’ 기념 기자간담회였다.
후임자의 자격을 명확하게 선을 긋지 않았지만 금융산업 발전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윤대 회장은 “KB금융의 발전은 한국 금융 발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차기 회장 출신이) 내부냐 외부냐, 정부냐 금융산업이냐 등은 절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세계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데 능력만 있다면 가릴 필요 없다는 의미로, 사례로 3인을 지목했다.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 총재를 지낸 악셀 베베 UBS 회장,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마크 카니 영란은행(BOE) 총재 등이다.
어 회장은 다만 삼성을 언급하며 “민간 섹터를 대표할 수 있는 분이 CEO로 왔으면 한다”며 여운은 남겼다.
지난 3년 임기 동안 아쉬움은 남지만 후회는 없다는 모습을 보여줬다. 100대 혁신 과제를 추진했지만 속도가 따라주지 못했고 33년 국제금융전문가로서 세계화를 추진했지만 성과는 부족했다.
어 회장은 “KB금융처럼 큰 조직은 변화가 빨리 오지 않는다”면서도 “국제 금융 등 전문성을 키우는데 노력을 했고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 사실을 알면)다들 놀랄 것”이라며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세계화가 미진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끝까지 남겼다.
그는 “국민은행에서 영업점을 찾아오지 않고 인터넷이나 스마트 폰을 이용하는 금융거래 수가 전체 건수의 90%나 되는데 유럽이나 미국에서 디지털화가 잘된 은행도 80%에 불과하면 인력이 남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면서 “비자발적으로 퇴임시킬 수 없는 여건에서 외국계와 비용으로 경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어윤대 회장은 또 “한국 대기업 고객의 절반이 국내 은행에서 없어졌고 모두 씨티, HSBC, 미쓰이 스미토모은행을 이용하고 있다”면서 “외국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조달 비용이나 해외에서 자금관리서비스를 할 수 없다”며 총체적인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 열세를 아쉬워했다.
이 때문에 어 회장은 “국내 은행이 세계적 은행이 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