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김선엽 기자] 와타나베 부인과 사무라이 중 누가 무섭나.
일본 엔화가 대거 우리나라에 유입되면 원화가치는 상승한다. 모두가 원치 않는 일이지만 이런 일은 일본 자금이 우리나라 주식이나 채권을 사면 벌어진다.
일본 정부나 금융회사 혹은 와타나베 부인이라 불리는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개인들이 움직이면 된다. 또 우리나라 금융회사나 기업이 일본 현지에서 엔화로 채권을 발행하는 사무라이채권도 같은 역할을 한다.
◆ 엔화 국내 유입 아직은 ‘한산’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건 사무라이 쪽이다.
'아베노믹스' 영향으로 가뜩이나 초저금리로 넘쳐나는 돈이 시중에 더 풀렸고 엔화가치도 떨어졌다. 금리는 싸고 투자자도 많고 나중에 갚아야 하는 돈도 적은 사무라이채권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사무라이채권 발행액은 2010년 1713억엔에서 2011년 3701억엔, 작년 3177억엔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도 이 같은 분위기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KT는 지난달 23일 2년·3년·5년 만기로 사무라이 채권 300억엔 어치를 발행했다. 각각의 가산금리는 31bp(1bp=0.01%포인트), 43bp, 53bp로 확정됐다. 이는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발행된 한국계 외화채권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30일 300억원 규모의 사무라이 채권 발행에 성공했는데 2년물의 가산금리는 50bp, 3년물은 60bp였다.
그러나 일본 자금이 직접 국내에 투자한다는 뚜렷한 움직임은 없다. 오히려 일본으로 귀환하고 있다는 증거만 있다. 일본 재무성은 지난 19일까지 6주간 자국 투자자들이 외국 자산 보유를 줄였다고 밝혔다.
최근 1주일간 일본을 방문했던 윌리엄 오도넬 RBS 증권 투자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투자자들이 닛케이와 부동산 투자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 “환율 움직임 크면, 엔화 유입 가능성 열려있어”
국내 시각도 엔화 유입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기획재정부 국채과 최원석 사무관은 "사실 일본이 왜 원화채권에 대해서 보수적인가에 대해 정설은 없다"며 "다만, 일본 중앙은행은 외환보유고 차원에서 기축통화를 선호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신흥국 카테고리로 분류되기 때문에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애널리스트는 "일본도 원화채권시장에 관심은 많이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 선진국의 국채를 먼저 사려고 하고 있고 만약 보험사 등이 원화채권을 산다고 해도 금리라기보다는 환율을 보고 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투자증권 최동철 애널리스트는 "일본 금융기관이 원화채권을 매입할 가능성 가능성은 열려 있고 그러한 기대 때문에 이미 동유럽이나 아시아 시장에서의 금리가 최근 하락하는 점도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정작 일본은행이 공개한 데이터상으로는 전혀 사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그는 "보험사는 매우 보수적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해외채권 투자라는 큰 의사결정을 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외국계증권사의 고위 관계자는 "일본 금융기관이 원화채권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는 그동안 안해왔던 관성인 것 같다. 일본 기관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에 철저하게 투자한다. 주로 미국채권이고 유럽 중 몇 군데, 독일 영국 프랑스 정도다. 시장 사이즈가 크고 금리가 좋은 것들만 투자한다. 브라질 등 이머징 마켓은 기관투자자는 아니고 와타나베 부인이다"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