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공모로 우리은행장 선임도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순우 현 우리은행장이 회장 후보에 지원함으로써 생긴 결과다. 또 행장 직을 유지하기 힘든 두 가지 이유도 생겼다.
우선, 회장에 선임되면 우리은행장에서 물러나야 한다. 영전하는 이 행장으로서는 반길 일이다. 우리금융 출범 이후 내부 출신이 행장과 회장을 순서대로 올랐다는 영광스런 기록을 갖는데다 국내 최대 규모의 금융그룹 수장으로서 명성도 누릴 수 있다.
문제는 회장에 선임되지 못해도 같은 결과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장을 임명하는 행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은 우리금융 회장이 맡고 있고 강력한 입김을 행사한다. 그런 권한을 가진 차기 회장은 자기와 뜻이 맞는 사람을 파트너로 삼고 싶어한다. 본인과 경합했던 인물이 우리금융 주력 계열사 CEO(최고경영자) 자리를 지키는 것을 내버려 두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지주와 달리 우리금융에서 자회사인 우리은행의 위치는 독자적인 입김을 낼 정도로 강하다. 가끔 그룹 회장과 우리은행장 사이의 긴장 관계가 터져 나오곤 한다. 그런 인물이 회장 임기 3년의 첫해를 함께 한다는 일은 과감한 경영비전을 펼치는 데 장애물일 수 있다.
게다가 이 행장이 낙마한다면 전 정권의 인물로 분류돼, 현 정권의 회장이 내버려 둘 이유가 적은 편이다.
이덕훈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 대표, 이종휘 신용회복위원장 등 우리금융 출신 간 3파전으로 벌어질 가능성이 큰 회장 선임 경합 구도도 따져 봐야 한다. 3파전 안에 숨겨진 2파전도 놓칠 수 없다.
이덕훈 대표는 2001~2004년 우리은행장 겸 우리금융 부회장으로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을 합병하고 우리금융을 만든 ‘공’이 있다. 우리금융 직원들의 분위기도 “적이 없고 무난하다”는 평이 많다. 또 서강대 경제학과 총동문회 초대회장으로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통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현 정부가 출범할 때부터 유력한 우리금융 차기 회장으로 거론돼왔다.
주목되는 경쟁 구도는 이종휘 위원장과 이순우 행장과 대결이다. 2008~2011년 이 위원장이 우리은행장, 이 행장은 수석부행장으로 같이 일했다. 한일은행 출신인 이 위원장이 물러나자 상업은행 출신인 이 행장이 바통을 물려받았다. 우리은행은 두 은행출신이 번갈아 행장을 하는 전통 아닌 전통이 있다.
그러나 회장 자리를 놓고서는 이런 모습이 사라지고 두 은행 출신끼리의 세 대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두 후보를 지지하는 측에서 서로 흠집을 내는 일이 이전부터 있었다”고 말했다.
오는 20일경 회장 후보가 선정되면 곧바로 우리은행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가동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