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강필성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이 미국에서 첫 만남을 가지면서 창조경제의 구체적인 그림들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 재계 주요그룹 총수들은 박 대통령의 강조점인 창조경제에 대해 적극적인 화답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SK그룹 등 재계 주요 그룹들의 투자 확대가 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민주화 연장선에서는 고용과 동반성장의 질적 향상도 기대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중인 박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취임 이후 처음으로 재계 총수들과 만났다.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한 대기업 회장 15명을 포함한 52명의 경제인들과 워싱턴 시내 헤이 애덤스 호텔에서 조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재계의 요구사안인 규제 완화에도 힘을 실어줬다. 재계 총수들은 이에 대해 창조경제와 동반성장의 중요성에 화답하면서 투자 확대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건희 회장은 "창조경제는 앞으로 한국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올바른 방향"이라며 "창조경제는 무엇보다 기초과학이 튼튼해야 하기에 소프트웨어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벤처기업이 다 함께 동반성장하는 환경이 중요하다"면서 "삼성은 창조경제의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는데 최선을 다하고 투자와 일자리를 최대한 더 늘려서 우리 경제를 튼튼히 하는데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은 자동차산업의 창조경제 실현에 중추적 역할 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확대를 더 나아갈 것"이라며 "중소기업 및 참여업체와 동반성장을 적극 추진해 상생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산업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구본무 회장은 "LG는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임을 항상 유념하고 있다. 앞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함은 물론 투자와 고용에도 차질 없도록 하겠다"면서 "국가 기업의 미래를 위해 무엇보다 인재가 소중하다"고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을 부탁했다.
실제로 재계 주요 그룹은 올해 들어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에 따라 올해 약 50조원의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당초 약 48조원 가량의 투자 계획보다 2조원 늘어난 규모다. 액수 규모는 그야말로 사상 최대다.
특히 이중 연구개발(R&D) 비용을 대폭 늘리면서 창조경제를 위한 신기술 개발 및 기술경쟁력을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은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가 참여해 창조경제의 구체적 추진 방향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도 올해 투자를 지난해 14조원 수준에서 좀더 규모를 키우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국내외 경영상황이 녹록치는 않지만 정 회장이 귀국하면 투자 확대에 대한 지침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광고와 물류 분야에서 6000억원 수준의 매출을 중소·중견기업에 개방키로 한 상태이고, 자동차용 첨단소재 개발을 위해 충남 당진에 특수강 공장과 철 분말 공장을 신설하기 위해 1조1200억원의 신규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LG그룹도 2020년까지 마곡 LG 사이언스파크에 2조4000억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R&D단지 건설 계획을 수립한 상태다. 이곳에는 전자·화학·이노텍·생명과학·디스플레이·하우시스 등 6개 계열사에서 1만4000명의 석·박사급 연구인력이 근무할 예정이다.
LG는 사이언스파크를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이 상생하는 건전한 R&D 생태계 단지로 구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중소·벤처기업과 미래 성장기술을 공동 연구하는 공간을 별도로 조성키로 했다.
아울러 SK그룹은 올해 지난해보다 10% 증가한 16조6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계열사 SK텔레콤이 ICT융합산업에 1조2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주요 그룹의 행보도 빠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비정규직 3500명을 2016년까지 차례로 정규직 전한화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생산인력 채용공고 응모자 중 3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등 올해에만 1750명을 정규직으로 우선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논의되는 상생과 동반성장 등 ‘경제민주화’에 대한 현대차의 화답인 셈이다.
아울러 SK그룹도 지난달 30일 계약직 직원 5800명을 정규직으로 돌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CJ그룹, 한화그룹, 신세계그룹 등이 계약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을 발표했지만 SK그룹이 4대 그룹 중 하나라는 점에서 그 파급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