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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읽기] 디스인플레이션? 물가 추세 제대로 보기

기사등록 : 2013-05-2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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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디플레 피하려는 중앙은행, 다양한 물가지표 분석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 위기로 급격한 침체 국면에 빠졌던 세계경제가 회복되고 있지만, 정상적인 성장국면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강력한 통화정책 상의 부양 노력 덕분에 미국을 중심으로 경기가 개선되고 있지만 그 변화를 제대로 읽기가 쉽지 않다. 세계 주요 경제지표를 인내심을 가지고 다시 들여다 볼 때다. [편집자 註]

[뉴스핌=주명호 기자] 세계 각국에서 통화완화정책이 봇물처럼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물가상승률은 아직도 요지부동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디스인플레이션 추세가 형성된 것이 화제다. 에너지 가격 하락이 주된 원인으로 파악되지만, 전반적인 재화와 서비스 가격 상승도 주춤해졌다.

미국은 마음이 급하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장기 물가상승률을 목표치를 2%로 잡고 대규모 국채매입을 지속하고 있지만 회복세는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16일 미 노동부가 내놓은 4월 소비자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 CPI)는 전월보다 0.4% 하락했다. 시장전망치 0.2% 하락보다 악화된 것은 물론, 3월 기록한 0.2% 하락에 이어 2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에너지와 식품 물가상승률을 제외한 근원 PPI는 0.1% 상승했지만 지난 4개월 간 0.2% 상승을 유지한 것과 비교하면 상승세는 더 둔화됐다.

월별 소비자물가지수 및 근원(Core)소비자물가지수 변화

다른 국가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G7 및 유럽연합(EU) 물가상승률도 들인 노력에 비하면 저조하긴 마찬가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분기에 1.7%를 기록, 2년반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흥국을 포함하는 분기 물가상승률도 2.4%에 그쳐 같은 기간 최저치에 그쳤다.

물가상승률이 추세적으로 낮아지는 '디스인플레이션'의 확산 우려가 제기된다. 보통 물가상승률이 평균치를 밑돌면서 정체되는 것은 '디플레이션'의 전조가 될 수 있어 경계대상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신흥국 경제성장세가 둔화되고 국제유가를 비롯한 세계 주요 상품가격이 하락한 것이 물가상승률 둔화에 기여했다고 분석한다. 또 양적완화 정책으로 돈이 시중에 풀린 것이 아니라 주식과 채권 등 금융시장에만 머문 것도 영향을 주었다고 본다. 세계경제 성장 동력이 떨어졌다거나 자산시장의 거품이 우려된다는 면에서도 여러모로 좋지 않은 조짐이다.

이 같은 추세에 대해 연방준비제도 관계자들은 어떻게 볼까. 리치몬드 연방준비은행의 제프리 래커 총재는 최근 연설에서 "최근 물가상승률의 하락은 일시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 "최근 디스인플레이션은 에너지 가격 하락 때문"

이러한 판단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도 공유하지만 또 다른 대목이 있다. 버냉키 의장은 최근 의회 증언에서 "최근에 물가 상승률이 낮은 것은 에너지 가격의 하락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버냉키 의장은 좀 더 폭넓게 보자면 '디스인플레이션' 조짐도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에너지 가격 외에 다른 재화와 서비스 가격 역시 침체되어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주요국 물가상승률 추이 <출처 : OECD>

높은 물가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기업들에게도 좋은 소식은 못된다. 그만큼 더 높은 임금을 근로자들이 원하게되기 때문이다. 낮은 물가는 이보다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킨다. 가격이 떨어지면 기업 이윤이 감소하며 이는 다시 근로자들의 해고로 이어진다. 실업률이 상승했다는 말은 곧 가계 소득이 감소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가계소비가 위축되면서 가격은 다시 하락을 거듭하게 돼 침체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대표적인 예가 1929~1933년 미국 경제대공황이다. 당시 소비자물가는 24% 하락했다.

연준이나 각국 중앙은행들이 원하는 것은 높은 물가도 낮은 물가도 아니다. 안정적인 물가를 통해 가격 안정을 촉진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이자 과제다. 미국 연평균 물가상승률이 1.1%지만 더 높이려고 시도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 다양한 물가지수의 장단점 파악해야

물가변화와 관련된 경제지표들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앞서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만 확인해서는 정확한 물가변화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 지표마다 어떤 특징을 지니는지 파악하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각의 지수가 서로 다른 재화와 서비스 품목을 추적하는 데다 측정 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에 대해 다양한 신호를 보여준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대표적인 물가지표 중 하나다. CPI의 특징은 매월 발표되며 서비스 부문의 가격 변화를 크게 반영한다는 점이다.

CPI는 8개의 주요 품목군으로 구분되는데 각 품목군이 가지는 비중은 편차가 있다. 주거는 가장 많은 42.4%를 차지하며 식음료(15.0%), 교통비(17.4%)도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외 항목에는 의료비, 의복비, 여가/취미비, 교육비, 기타 서비스가 있다.

CPI에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큰 가격 변동을 보일 수 있는 식량과 에너지를 포함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 CPI외에 식량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CPI(core-CPI)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함으로써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물가요인을 더욱 명확히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생산자물가지수(Productor Price Index, PPI)
는 매달 가장 먼저 발표되는 물가지표며 역시 노동통계국이 내놓는다.

PPI는 이름 그대로 생산단계에서 나타나는 물가상승률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기업이 생산한 상품의 소매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PPI의 상승한다면 곧 기업의 생산비용 증가 및 소매가격 인상, 기업이윤 감소 등을 떠올릴 수 있다.

CPI와 PPI는 노동통계국 웹사이트(http://www.stats.bls.gov/bls/newsrels.htm)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정확한 물가 측정치는  'GDP·PCE 디플레이터'

국내총생산(GDP)가 발표될 때는 물가지표도 함께 공개된다. 이 물가지표는 명목GDP를 실질GDP로 변환하기 위한 도구로써 노동통계국이 고안했다. 즉 명목GDP에 포함된 당해연도 물가변화를 제거해 실질적 GDP 변화를 알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GDP 디플레이터' 미국 내에서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 가격의 변화를 나타내 경제가 실제로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여준다.

 경제 전반의 물가 변화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특히나 경제학자들 및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지표다. CPI는 상대적으로 몇 가지 상품만을 다루는데 비해 GDP디플레이터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다만 수출가격을 포함하고 수입가격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으로 미국소비자 및 기업들에 미치는 물가 영향을 읽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 분기에 1번만 발표된다는 점도 아쉬운 측면이다.

'개인소비지출(PCE) 디플레이터'는 상품과 서비스의 단순 가격변화가 아닌 소비자의 지출 패턴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살핀 지표다. 가계의 소비지출과 관련된 보다 광범위한 품목을 커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준은 금리결정 시 PCE디플레이터를 CPI보다 더 주의깊게 살펴본다. 미국 정부 또한 PCE를 통해 물가변화치를 조정한 개인지출의 실질가격 추정치를 내놓는다.

연방준비제도는 매월보다 긴 기간, 몇 개월이나 1년 혹은 그 이상 기간 평균 상승률을 본다. 종합물가지수 뿐 아니라 다양한 하위지수를 통해 물가 상승이 일시적인 것인지 살핀다. 정책은 시차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최선의 중기 전망을 확립한다.  추세를 보기 위해서 다양한 '근원(Core)'  수치를 검토한다. 여기서 변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품목이 분명히 가계 지출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추세 분석을 위해 이를 빼놓는다.

물론 상품가격 상승이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에 미친 영향을 감안해 상품가격의 변화가 최근 인플레이션 추세에 영향을 준 부분은 별도로 본다.

GDP와 PCE 디플레이터는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이 내놓는다. 웹사이트(http://www.bea.gov/newsreleases/national/gdp/gdpnewsrelease.htm)에서 역시 찾아볼 수 있다.


◆ 중앙(값) CPI와 절삭평균 PCE 인플레이션은 뭐지?

미국 물가지수 중에서 클리브랜드 연방준비은행이 분석해 발표하는 중앙(값) CPI(Median CPI) 및 절삭평균 CPI(Trimmed Mean CPI)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이 분석하는 절삭평균 PCE 물가지수(Trimmed Mean PCE Inflation)가 있다. 각각 해당 연방준비은행 웹사이트(http://www.dallasfed.org/research/pce/index.cfm / http://www.clevelandfed.org/research/data/us-inflation/mcpi.cf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지표는 모두 노동부 통계국이 발표하는 물가 데이터를 이용한다.

미디언 CPI는 모든 물가에 가중평균을 계산하는 대신 물가 변화의 중앙값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클리브랜드 연은의 분석에 따르면 이 지수가 일반 CPI 및 근원 CPI 보다 추세 파악에 낫고, PCE 물가지수에 비해서도 단기나 장기로 더 훌륭한 지표라고 한다. 이 지표는 상하 극단 구간의 16%를 잘라내는 절삭평균치도 발표된다.

댈러스의 절삭평균 PCE물가지수는 양극단의 수치를 버리는 방식으로 좀 더 중앙 추세를 잘 파악하도록 고안된 지수다. 여러가지 품목의 상승 하락폭에  따라 순서대로 나열한 뒤 특정 비율만큼 잘라내는데, 댈러스 연은은 하단에서 24%, 상단에서 31% 만큼 잘라낸다. 

4월에 미국 중앙값 CPI는 월간 0.2%, 연간 2.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다. 16% 절삭평균 CPI는 월간 0.1%, 연간 1.6% 상승했다. 절삭평균 PCE물가지수의 경우 3월 수치까지 나온 상태로, 한 달 변화율의 연율은 1.0%를 기록했다. 2월의 1.7%에서 크게 둔화됐다. 6개월 기간의 연율은 1.3%, 12개월 변화율은 1.4%를 각각 나타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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