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권지언 기자] 필리핀이 지난 1/4분기 기대 이상의 강력한 성장률을 기록하며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여타 이머징 국가들과는 차별화된 흐름을 보여 주목된다.
30일 필리핀 국가통계조정위원회(NSCB)는 1/4분기 필리핀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7.8% 증가했다고 밝혔다. 동기간 중국 성장률 7.7%를 넘어서는 결과다.
이는 직전분기 기록한 7.1% 성장세에서 가속화된 결과로, 근 3년 만에 가장 빠른 증가세다. 블룸버그가 예상한 6% 성장 전망치 역시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번 GDP는 직전 분기 대비로는 2.2% 확대된 것으로 집계되며 지난해 4/4분기 기록한 1.9%와 시장 전망치 1.6% 보다 모두 가속화 된 것으로 나타났다. 분기 대비 성장률은 지난해 1/4분기 이후 최고치이기도 하다.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의 투자 촉진 및 지출 축소 정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신호라는 평가다. 아키노 대통령의 부패 척결, 예산적자 축소 등의 노력에 힘입어 필리핀은 올해 피치와 스탠다드앤푸어스(S&P)로부터 투자적격 수준으로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 받기도 했다.
NSCB는 건설과 제조업 부문의 눈부신 성적이 GDP 개선의 주요 동력이었으며, 소비자지출 및 정부지출 역시 성장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 건설은 32%, 산업부문은 10.9%, 서비스는 7%, 농업부문은 3.3% 각각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HSBC 이코노미스트 트린 뉴엔은 “역내 성장 둔화 상황에서도 필리핀의 내수가 상당히 탄력적임을 보여준다”면서 정부 지출은 상방 서프라이즈를 보이며 투자가 늘고 있다는 낙관론에 힘을 실었다고 설명했다.
아르세니오 발리사칸 필리핀 사회경제기획장관은 조만간 인플레이션이 가팔라질 것 같지는 않으며, 정부는 수출 부진이 지속될 것 같은 상황에서도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6~7%로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필리핀 정부가 지나친 자금 유입의 리스크를 주시하며 안정 유지에 신경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필리핀의 이 같은 경기 개선세는 다른 이머징 국가들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움직임으로, 이머징 시장은 올 초 이후 현저한 부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 애널리스트들은 이 같은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라면서, 우선 미국이 이례적인 경기 부양책에서 선회할 수 있어 이머징 증시들이 특히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고, 이머징 국가들의 경제활동 역시 시장 예상치에 못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날 태국 중앙은행은 7개월 만에 금리인하에 나섰고, 인도와 대만 등도 완화에 나서는 등 성장률 둔화에 맞서기 위한 조치들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