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은행장 등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 구성을 변경하려는 움직임을 뉴스핌이 11일 보도한 이후 KB금융 안팎에서 '사외이사의 권한'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
현재 일부 KB사외이사는 KB금융 회장과 지주 사장, 사외이사 2인 등 총 4명으로 구성되는 대추위 구성을 회장과 사장, 사외이사 3인 등 총 5명으로 변경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대추위 구성 변경은 KB금융 이사회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지주 이사회는 지주사 회장, 사장, 행장, 사외이사 9명으로 구성돼 사외이사가 뜻을 모으면 임영록 KB금융 사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후 차기 행장 선임 때부터 바뀐 대추위 구성이 적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일부 사외이사들은 보통 홀수로 구성되는 위원회와 달리 KB금융 대추위가 짝수(4명)로 이뤄진 데다 그에 따른 가부동수일 때 회장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고 있어 사외이사의 목소리가 계열사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 '사외이사 자체 권력화' 우려 시각
하지만 KB내부에서는 우선 사외이사들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경영진 견제를 넘어서는 '사외이사의 자체 권력화'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KB금융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추가로 대추위에 들어가면 안 그래도 강한 사외이사의 권한이 더 강해지는 것 아니냐"며 "회추위에서 사외이사가 회장을 선임한 이상 회장의 계열사 인사권은 보장해 주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 KB금융 사외이사들은 상대적으로 강한 사외이사로 분류된다. 다른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와 달리 실제 자신들의 목소리를 뚜렷하게 내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어윤대 회장이 야심 차게 추진했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는 일부 사외이사의 반대에 막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이 안건은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최근 3년간 처리한 400여건의 안건 가운데 부결된 유일한 안건이기도 하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주사 제1의 목적은 자회사 통합이고, 자회사 통합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적합한 CEO를 뽑아주는 것"이라며 "지주사 사외이사가 회장을 뽑는 것까지는 좋지만, 회장의 자회사 인사에까지 관여해 회장의 손발을 묶으려면 차라리 지주사 회장을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 "사외이사 한명을 설득하라는 의미…과도한 것 아니다"
반면 사외이사들의 대추위 변경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외이사의 권력화가 아니라 '정상화'에 가깝다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이사회가 봉급 받는 '고무도장'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대추위 구성을 사외이사 3명(총 5명)으로 하려는 것은 '적어도 사외이사 3명 중에 1명은 설득하라'는 의미로 3명 중에 1명도 설득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문제"라고 평가했다.
전 교수는 특히 사외이사 손으로 뽑은 회장의 인사권을 굳이 제한할 필요가 있느냐는 시각에 "국민이 대통령을 선출하면 대통령의 권력 행사를 국회가 감시할 필요가 없느냐, 전혀 아니다"라며 "심지어 직선제하에서 과반수를 차지해 선출된 대통령도 항상 감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KB금융 사외이사에서는 대추위 변경 움직임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한 사외이사는 "정말 터무니없는 인사에 대해서는 제동을 걸겠지만, 회장의 인사에 대해서는 존중하는 게 기본"이라며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변경)해 두는 것이 바림직하다는 의미이고 그게 또 사외이사 견제 기능 아니냐"고 말했다.
◆ 행장 후보들 "평가받는 대상이 평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사외이사의 행보가 행장 선임 구도와 맞물려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KB은행 한 고위 임원은 "제도를 얼마나 바꾸고 안 바꾸고를 떠나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라며 "정말 제대로 된 마음을 갖고 (변경을) 하느냐, 실행하려는 사람들의 진정성이 무엇이냐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금융당국과 사전에 교감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현재 행장 선임 판세에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행장 후보로 물망에 올라있는 인사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평가받아야 할 학생이 선생을 평가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후보로 거론되는 A씨는 "이사회에서 그렇게 정하면 따르게 되는 것"이라며 "심판 받아야 할 사람인데 평하기 어렵다"고 조심스러워했다.
물망에 올라있는 B씨도 "선택을 하는 기관에 대해 평가하는 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학생에게 선생을 평가하라면 평가하기 힘들지 않느냐"고 했다.
다만, 또 다른 후보 C씨는 "타사와의 형평 문제도 있고 일반적인 관행 문제도 있어 좋은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면서도 "제도라는 게 뜻과 운영이 항상 같이 돼야 한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