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세계 금융시장은 연방준비제도의 벤 버냉키 의장이 실은 '세계경제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고 있다. 이번 주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 종료 계획을 설명하자 미국 금융시장 뿐 아니라 다른 세계 금융시장이 모두 발작적인 반응을 보였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반응은 '버냉키 의장이 너무 일찍 긴축정책을 개시하는 것 아니냐'로 요약된다.
사실 버냉키 의장은 공들여서 '테이퍼링(tapering)'이 '긴축(tightening)'과는 다른 것이란 점을 설명했지만, 이런 설명과는 상관없이 금융시장은 '정책 방향이 긴축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해석하면서 나아가 '연준과 버냉키에 대한 불신과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이 버냉키의 태도에 대해 모두 비판적인 것은 아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운용사인 핌코(PIMCO)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최고경영자(CEO)는 이러한 금융시장의 혼란에 대해 "버냉키의 경기 판단이 정확했길 바라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투자자들에게 일침을 놓았다.
그는 "미국 경제와 고용시장 여건이 확고하게 개선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란 확신이 있고 또한 인플레이션과 기대인플레이션이 2% 목표로 점진적으로 수렴할 경우에는 연준의 접근 방식은 적절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그는 "버냉키 의장이 위험보유성향이 과도하게 발생하지 않도록 바람을 좀 빼주되 질서정연한 방식으로 해 나간다는 점도 고려하는 선에서 출구전략을 실행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엘-에리언 CEO는 이어 "금융시장이 이제는 유동성과 위험 그리고 기간프리미엄 등 3가지 측면의 부정적인 충격에 적응해야 할 때"라면서,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위험회피가 강해지고 재고축적 욕구가 줄어들면서 국내로 투자자금이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와 CNBC뉴스 등 일부 매체는 미국 경제와 고용여건이 좋지 않다면서, "연준이 역사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는 식의 비판적 인식을 드러냈다.
CNBC의 커들로우 리포트의 진행자인 래리 커들로우 씨는 20일 기사를 통해 "최근 물가지표를 보면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 위험이 높아지고 있고, 따라서 연준의 통화정책은 너무 긴축적이었던 셈"이라면서, "지금 금융시장은 필사적으로 버냉키 의장이 좀 더 느리게 출구전략을 실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커들로우 씨는 "나는 앞서 연준의 대차대조표 확대 정책에 별로 동의하지 않았지만, 2년 전부터 몇 차례 칼럼과 방송을 통해 화폐를 찍어 공급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는 내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점은 시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급락세는 연준이 미국의 중앙은행만은 아니란 것을 보여준다"면서, 중국 은행들이 서로 돈을 빌려주지 않으려는 것이나 유럽에서 그리스 구제금융에 대해 불안감이 형성된 것도 실은 그 시작은 연준에 있다는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했다.
얼라이언스번스틴의 유럽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자국 경제 여건에는 적절한 정책을 실행한다고 해도, 다른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게는 부적절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분석가도 "미국의 정책 변화는 곧 전세계의 강력한 완화정책이 전반적으로 방향을 튼다는 말과 같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