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주택 취득세 감면이 종료되자 집주인들이 시세보다 싼 급매물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집을 사겠다는 수요가 별로 없어 매도하려면 가격을 더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서울 강남구 개포동 A공인중개소 대표)
주택 취득세 감면 혜택으로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던 급매물이 다시 출현하고 있다. 이달부터 세제감면이 종료돼 거래절벽 현상이 빚어지고 있고 앞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집주인이 늘었기 때문이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 일부 부동산 중개업소는 보유 급매물이 전달대비 2배가량 늘었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인근 황금공인중개소 대표는 “전달까지 급매물이 3~4개에 불과했지만 이달 들어 10여개로 늘었다”며 “거래가 반짝 증가하자 급매물을 거둬들였던 집주인들이 집을 찾는 수요가 줄자 다시 시장에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엘스 인근 P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하나의 매물을 여러 중개업소가 공유해 급매물 수치를 단정 짓긴 어렵지만 보유한 물량이 일주일 새 2배가량 늘었다”며 “대출금리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하반기로 갈수록 급매물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택거래도 얼어붙었다. 취득세 감면이 환원돼 세금 부담이 크게 늘었고 가격상승에 기대심리도 살아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5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하면 전달보다 500만원 가량 취득세를 더 부담해야 한다.
서울시 거래정보에 따르면 개포동과 송파구는 전달 취득세 감면 막달효과에 힘입어 각각 108건, 159건이 계약됐으나 7월 1~8일 동안 접수된 거래건수는 각각 2건, 3건에 그쳤다.
급매물 적체현상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휴가철 7~8월은 거래 비수기인 데다 정부가 취득세 영구인하 방안을 검토키로 해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팀장은 “한시적으로 적용된 취득세 감면이 끝났고 경기부진에 따른 자금여력도 안 좋아 9월 추석전까지 주택거래가 살아나긴 힘든 구조다”며 “급매물이 쌓이면 더 낮은 가격의 매물이 출현할 수밖에 없어 가격 반등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전달 취득세 감면 막차를 탄 수요자는 60일 이내 거래신고를 하면 돼 이달 거래량이 실제보다 높게 보일 수 있다”며 “그동안 주택 가격이 크게 떨어진 만큼 하반기엔 대폭 조정보다는 소폭으로 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