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 위기로 급격한 침체 국면에 빠졌던 세계경제가 회복되고 있지만, 정상적인 성장국면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강력한 통화정책 상의 부양 노력 덕분에 미국을 중심으로 경기가 개선되고 있지만 그 변화를 제대로 읽기가 쉽지 않다. 세계 주요 경제지표를 인내심을 가지고 다시 들여다 볼 때다. [편집자 註]
[뉴스핌=주명호 기자] "기업 및 소비자, 주택건설자 신뢰는 매우 중요하며 좋은 정책이 이런 신뢰를 높힌다."
지난 17일 미국 하원 재정위원회에 출석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심리지표와 관련해 위와 같은 대답을 통해 연준 및 의회 정책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바꿔 말하면 심리관련 지수들을 살펴보면 현 경제정책이 이전에 비해 얼마나 효과를 보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최근 발표된 미국 소비자심리지수를 살펴보면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다소 의아해 보일 수도 있다. 지난 12일 발표된 미시간대/톰슨로이터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에 이어 두 달째 하락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미시간대/톰슨로이터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보다 하락한 83.9를 기록했다. 시장전망치인 85.0보다도 밑돈데 이어 5월 이후 하락세를 지속했다.
하지만 이전 지수 흐름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최근 지수는 2008년 중반 이후 그 어느때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시간 심리지수 뿐만 아니라 컨퍼런스보드(Conference Board)의 소비자신뢰지수(CCI) 또한 마찬가지로 같은 기간 가장 높은 수준에 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와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 변동 추이. <출처 : 연방준비제도(Fed) 웹사이트> |
최근 주춤한 심리지수를 살펴보면 미국 경기회복의 주축인 주택시장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주택시장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미국의 회복세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5월 이후 상승한 모기지 금리는 이런 호황에 급제동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연준은 이런 불안감에 대한 대답도 이미 내놓고 있다. 17일 공개된 통화정책 보고서는 최근 모기지금리가 상승했지만 과거 수준과 비교해볼 때 여전히 금리는 최저수준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1990년대 이후 미국 모기지금리 변동 추이 <출처 : 연방준비제도(Fed) 웹사이트> |
이는 꾸준히 모기지담보부증권(MSB)를 매입해온 연준의 통화정책 영향이 크게 효과를 나타낸 까닭이다. 2012년 말 이후 모범저당대출(conforming mortgages : 페니맥이나 프레디맥의 기준에 따른 우대금리 저당대출)과 연준이 담보하는 MBS 간 금리 스프레드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나마 급등했던 모기지금리에 대한 우려도 사그러들 전망이다. 7월 4일 기준 4.51%까지 올랐던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이후 다시 하락세로 전환한 모습이다. 버냉키 의장 또한 지난 6월 연방공개준비위원회(FOMC)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금리인상이 되더라도 매입한 MBS는 계속 보유해 금리 부담을 억제할 것이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 모기지 금리 변동 추이 <출처 : Freddie Mac> |
미국 외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향후 경제전망 및 각국이 내놓은 정책 효과는 소비자심리지수 및 신뢰지수를 통해 쉽게 읽어낼 수 있다.
독일의 경우 6월 Gfk소비자신뢰지수가 6.8로 집계돼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유로존 침체에도 여전히 독일 소비자들이 독일 경제에 대해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프랑스의 6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이전보다 하락한 78를 기록했다. 막대한 정부부채 및 어두운 경제성장 전망이 그대로 반영된 모습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신용평가사 피치가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AA+'로 한 단계 강등시킨 것은 7월 프랑스 신뢰지수의 변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 소비시장에서 '심리'가 중요한 이유는?
내구재판매, 소매판매 등 소비관련 경제지표의 중요성은 다들 쉽게 인정하겠지만 사람들의 '심리'를 수치화한 지수가 왜 중요한가에 대해서는 언뜻 대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사람의 심리라는 부분이 통계적으로 정확성을 담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시장에서 심리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비심리가 개선됐다는 뜻은 단순히 충동적으로 소비할 마음이 생겼다는 뜻이 아니다. 향후 개인의 경제상황을 비춰봤을 때 어느정도 소비지출이 있어도 충분히 여유가 있다고 판단했을 때 소비 심리는 높아진다.
이를 다시 풀어보면 소비심리 개선은 개인의 고용 및 수입이 안정됐다는 것을 뜻하게 된다. 고용이 안정됐다는 것은 낮은 실업률과 연동이 되며 이에 따라 기업 생산은 늘어나게 되고 경기 또한 호황으로 이어진다.
이런 연결고리로 인해 정부, 경제전문가, 투자자들은 소비자 심리 파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 변동을 주의깊게 관찰한다. 지난 6월 일본 소비자신뢰지수가 전월대비 하락했을 때 일본 내각부가 이는 '최근 시장 변동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며 재빠른 반응을 내보인 것은 하나의 방증으로 읽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23일 발표한 2013년 경제 백서에서 최근 일본 경제가 "개인소비가 견인 역할을 하면서 생산 증가와 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싹이 보인다"고 진단하고, 이는 수출이 경기를 주도한 과거와는 메커니즘이 크게 달라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백서는 아베 내각의 경제 정책에 대한 기대와 강력한 중앙은행의 완화정책으로 소비자신뢰도가 개선되고 이것이 소비를 중심으로 한 경기 견인 역할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또한 저가제품 구매 성향이 줄어들고 엔화 약세로 인한 수입물가와 기업물가 상승 등으로 완만한 디플레이션 상황이 명백히 변화될 조짐이 보인다고 진단했다.
물론 심리지수는 여러 가지 요인에 쉽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단순히 심리지수 하나만으로 향후 경제상황을 판단해선 안 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내구재나 소매판매와 같은 관련 경제 지표들을 함께 봐줄 필요가 있다.
◆ 미시간 '대학'이 심리지수를 내놓는 이유는?
대부분 국가들의 경우 정부나 관련기관이 소비자 심리 및 신뢰와 관련해 지수들을 내놓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 미시간대학교가 매월 2차례에 걸쳐 소비자심리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이는 미시간주의 산업적 특성에 기인했다. 미시간주에는 미국 자동차산업의 중심지인 디트로이트시가 있는데 이곳의 자동차기업들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미시간대에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수요를 알고자 심리 조사를 의뢰한 것이 시발점이 된 것이다.
미시간대 이외에도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CCI)도 소비자의 향후 소비 동향을 알아볼 수 있는 지표로 이용된다. 다만 CCI의 경우 전화설문을 통해 조사하는 심리지수에 비해 신뢰도나 활용도 측면에서는 다소 낮다는 평가다.
컨퍼런스 보드 소비자신뢰지수(Consumer Confidence Index) |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