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KB국민은행 이건호 호(號)의 조직 체계와 임원 인사에 대한 그림이 완성됐다.
조직 개편에서는 슬림화를 통해 '영업조직'에 힘을 실어주는 쇄신에 방점을 뒀다면, 임원 인사에서는 전·현직 내부 인사를 중용, 큰 폭의 '물갈이' 속에서도 내부 동요를 최소화해 균형을 맞췄다는 평이다.
이건호 신임 KB국민은행장 |
24일 이 행장은 전날 7개 본부에 대한 부행장 선임에 이어 10개 본부에 대한 전무, 상무 인사를 단행했다. 이로써 '본부-부서 2선 체제'하에서 17본부 57부 2실로 슬림화한 조직에 대한 임원 임사를 마무리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큰 폭의 물갈이'가 우선 꼽힌다. 이 행장은 이날 10명의 전무, 상무 임원인사에 8명을 모두 새얼굴로 갈아치웠다.
유일한 여성인 박정림 현 WM본부장과 김상성 현 IT개발본부장만을 각각 WM사업본부와 IT본부 전무로 올렸을 뿐이다.
이 행장은 전날 부행장 인사에서도 7명의 부행장 가운데 6명을 집으로 보냈다.
영업추진2본부 부행장으로 이헌 현 경영지원그룹 부행장만을 유임시켰다. 17명의 임원 가운데 14명을 교체한 것이다. 신임 임원 비율은 82%를 넘는다. '어윤대-민병덕 체제' 지우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하지만 80% 넘는 새로운 임원을 전현직 내부 출신 인사에서 중용했다. 큰 폭의 물갈이로 인한 내부 반발과 충격 최소화에도 신경을 썼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날 10명의 전무, 상무 인사에서 외부 인사는 CIB(기업투자금융)사업본부 상무로 온 김홍석 바클레이즈은행 서울지점장이 유일하다. 전날 부행장 인사에도 KB금융그룹 이외의 인사는 없었다.
특히 내부에서 박탈된 전현직 인사에 대해서는 '깜짝인사'라 할 만한 이가 없다는 평이다. '할 만한 사람이 했다'는 것이다.
KB금융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면면을 보면 한 명만 빼고 다 내부인 데다 선임된 사람에 대한 인사 불만도 안 나오고 있다"며 "'이 사람은 의외다'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인사"라고 말했다.
IT본부와 HR본부 등에 대한 책임자 직위를 기존 부행장에서 각각 전무와 상무로 낮춘 것도 눈에 띈다.
이는 전날 기존 영업그룹을 영업기획본부와 영업추진본부(1본부, 2본부)로 세분화하고 이들을 부행장으로 모두 남겨둔 것과 대비된다.
앞의 관계자는 "영업채널쪽은 다 부행장이지만, 업무지원쪽이라 할 수 있는 전략과 재무를 상무로 낮추고 HR쪽도 상무급으로 낮춰 불필요한 힘을 뺐다"며 "이는 결국 영업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인사와 조직개편을 취임 사흘만에 빠르게 모두 끝낸 것도 특징이다. 노조의 출근 저지가 계속되는 가운데 속전속결로 조직과 인사에 메스를 가해,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고 내부 다잡기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임영록 KB금융 회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직제와 사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 잘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선임된 지 일주일도 안 된 은행장이 이렇게 했다는 것은 본인이 준비를 많이 했거나 임 회장이 이런 것도 고민한 게 아니겠느냐 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