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주명호 기자] 벤 버냉키 의장의 뒤를 이를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수장 후보가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과 자넷 옐런 연준 부의장으로 좁혀진 가운데 서머스의 의장 자격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머스가 현 양적완화 정책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그가 차기 의장으로 선출된다면 버냉키가 구축한 연준의 통화정책이 급변하게 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25일(현지시간)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을 더 중요시하며 현 양적완화책의 효과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머스는 지난 4월 열린 드로브니 글로벌 주최 컨퍼런스에서 "양적완화책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실물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크지 않다"며 "오히려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해야한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서머스는 양적완화 정책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은 것도 아니라며 "양적완화가 수요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면 물가에 대한 영향도 적을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FT는 또한 서머스가 2009년부터 2년 간 백악관 경제자문을 지냈지만 통화정책과 관련한 발언을 내놓은 적은 거의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로 인해 시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전했다. 시장이 그가 현재 어떤 관점을 지니고 있는지 짐작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가 양적완화에 대해 매파적 입장을 취할 경우 깜짝 놀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매체들도 서머스의 후임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시사월간지 더애틀랜틱의 매튜 오브라이언 칼럼니스트는 "서머스는 연준의 저금리 정책으로 인해 기업들은 평소에 하지 않을 잘못된 투자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그가 인위적인 저금리 정책에 부정적이기 때문에 버냉키 의장의 후임으로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오브라이언은 반면 옐런 부의장은 20여 년 간 연준에 몸을 담은 전문가로써 통화정책에 대한 높은 이해 및 관점을 지녀 차기 의장에 더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FT 또한 옐런을 양적완화정책의 '설계자'로 표현했다.
마켓워치의 데이빗 바이트너 칼럼니스트도 서머스에 대해 "그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적절한 시기에 부적절한 위치에서 부적절한 일을 하게 되는 것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이먼 존슨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백악관이 옐런을 뽑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은 차기 의장으로 매리너 애클스(대공황시기 연준 의장)가 지녔던 고정관념을 깨는 사고, 벤 버냉키의 유연한 지도력, 볼 폴커의 건전한 회의관을 갖춘 사람을 원한다"며 옐런 부의장을 그러한 사람으로 꼽았다.
상원에서도 서머스보다 옐런 부의장를 지지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어 서머스를 지지할 것으로 알려진 오바마 행정부와 다른 분위기를 형성하는 모습이다.
한편,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상원 민주당의원들 사이에서 차기 연준 의장으로 옐런을 지지하는 서명이 담긴 서한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서한에는 이미 민주당 의원의 3분의 1의 서명이 들어있으며 여기에는 톰 하킨(아이오와), 다이앤 페인스테인(칼리프), 딕 더빈(일리노이) 등이 참여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