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자산 매입 축소를 단행할 경우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꼬리를 물고 있다.
연준이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에서 한 발 물러나면서 주식시장의 상승 열기가 꺾이면 M&A 프리미엄 부담이 떨어지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계산이다.
29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위 5위권 투자은행(IB)과 3대 자문사의 M&A 관련 수수료는 올해 상반기 1.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연초 이후 기업 M&A는 총 9880억달러로 전년 동기 1조300억달러에 비해 상당폭 위축됐다.
연준의 유동성 공급이 주가를 크게 끌어올렸고, 가격 부담이 커진 데 따라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적극적인 M&A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연준의 이른바 ‘테이퍼링’이 M&A 시장에 상황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관측이다.
모간 스탠리의 루스 포라트 최고재무책임자는 “투자자들 사이에 피인수 대상 기업의 재평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스퀘하나 파이낸셜 그룹의 더그 스피킨 애널리스트 역시 “현재 주가 수준을 기준으로 해서는 피인수 대상 기업의 실질적인 내재가치를 파악하기가 힘들다”며 “적정 가격을 산정할 수가 없어 M&A에 제동이 걸렸으나 연준의 정책 변경이 주식시장 방향을 돌려놓으면 기업의 실제 가치가 드러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고 설명했다.
보스톤 컨설팅 그룹의 알렉산더 루스 글로벌 M&A 헤드 역시 “주식시장이 연초 이후 고공행진 했기 때문에 인수 대상 기업의 안정적인 밸류에이션 산출이 쉽지 않다”며 “주가가 실물경기 상황을 제대로 반영할 때 주가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골드만 삭스와 모간 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JP 모간 등 5대 IB가 벌어들인 M&A 관련 수입은 올해 상반기 30억5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향후 기업의 수익성에 대한 전망이 보다 명확해져야 M&A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라자드의 케네스 제이콥스 최고경영자는 “기업의 향후 이익 전망에 대해 투자자들의 신뢰가 낮다”며 “이는 금융위기 이후로 지속된 현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월가 투자자들은 여전히 연준이 9월 자산 매입 축소를 단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