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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점에 먹을 것 없다'…은행들, 현장으로

기사등록 : 2013-07-3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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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위축-독점력 후퇴, '믿을건 현장뿐'

[뉴스핌=김선엽 기자] 믿을 것은 역시 예대마진이란 판단일까. 은행들이 최근 급격하게 줄어든 예대금리차에도 불구하고 현장영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특히 침체일로의 자본시장이 좀처럼 부활의 기미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본사 인력을 줄이고 영업점 인력을 강화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9일 외환은행은 하반기 정기인사를 통해 본부 인력을 50~60명 가량 줄이고 영업점 인력을 40~50명 가량 늘린다고 발표했다.

본사 인원을 줄이는 데는 비용 절감 등의 요인도 작용하지만 본사의 주요한 수익원이었던 자본시장이 침체에 빠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채권시장과 외환시장, 파생상품시장 등에서 은행만의 고유한 먹거리를 찾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KB국민은행 여의도 영업부 <사진=김학선 기자>
지난달 말 장외파생상품의 중앙청산소 도입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은행이 독점하던 장외파생상품 시장에 증권사들도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조만간 외국환거래규정 개선을 통해 증권사 간 외환거래도 허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현재 외환시장에서 10% 정도에 그치고 있는 증권사의 비중이 꾸준하게 늘어날 전망이다. 그만큼 은행이 독점하던 수익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의 한 스왑 딜러는 "이미 올 초부터 팀 인력을 줄인 상태"라며 "그동안 하지 않던 잡일까지 혼자 도맡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위에서도 절대 무리하게 베팅하지 말고 고객 물량만 처리하는 수준에서 거래하라고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본사 뿐만 아니라 영업점에 대한 구조 변화도 병행된다.

외환은행은 이번 인사를 통해 개인과 기업부분으로 나뉘어 있던 사업부제를 15년만에 완전히 폐지하고 단일 지점장 중심의 총력 영업체제를 구축했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도입됐던 미국식 은행영업 방식을 걷어내고 '복고'를 통해 과거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외환은행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다른 은행권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침체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기업을 상대로 한 영업이 한계에 다다름에 따라 은행들이 본사 인력을 축소하고 영업점에서도 개인-기업을 구분하는 대신 '통합'의 트렌드가 시작될 것이란 분석이다.

조직규모가 작은 만큼 외환은행이 빠르게 치고 나갔지만 다른 은행들도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평가다. 본사와 영업점간 인력 교체는 이미 시작됐다.

지난 26일 신한은행은 본점 인원의 10%에 해당하는 170여명을 영업점으로 보내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고, 우리은행 역시 지난 19일 단행한 인사에서 본부 내 팀 조직 260여개 중 30여개를 줄이고 본부 인력의 약 5%인 120명을 지점으로 전면배치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지점 인력을 줄이며 비용 절감을 추진하던 은행권이 이제는 다시 현장인력을 확충함에 따라 올 하반기 은행들의 출혈경쟁이 재개될지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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